[movie] 국내 유일의 아랍 중심 영화제
[movie] 국내 유일의 아랍 중심 영화제
  •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0.07.30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9회 아랍영화제 The 9th Arab Film Festival

  한국과 아랍 간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문화, 경제, 학생교류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은 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 공익 재단법인 ‘한국-아랍소사이어티’가 주최하고, 외교부, 주한아랍외교단의 후원으로 개최되는 제9회 아랍영화제가 7월 16일부터 7월 21일까지 6일간, 서울(아트하우스 모모)과 부산(영화의전당)에서 동시 개최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 감독 및 게스트를 초청하지는 못하지만 온라인으로 감독과 관객들이 만나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부대 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이번 영화제는 방역 강화 및 좌석 간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상황에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운영될 예정이다.

  아랍영화제는 국내 유일의 아랍 중심 영화제로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아랍의 대중 영화부터 세계영화제에서 이름을 떨친 유명 아랍 감독의 작품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소개하며 관객들의 관심과 호평을 받아 왔다. 올해 9회를 맞이한 아랍영화제는 ‘아랍의 다양한 시선, 새로운 세대의 발견’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개최되며, 12개국 11편의 최신작과 화제작으로 관객을 찾는다. 칸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 상영작과 일리야 술레이만, 피라스 파이야드과 같은 중견 감독들의 신작, 신인 감독 작품 등으로 상영작 리스트가 구성됐다. 특히 사우디 최초의 여성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부터 세자르영화상을 수상한 <파피차>의 감독 무니야 맛두르까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개막작 <마흐무드의복사가게>

  개막작은 타미르 아슈리 감독의 〈마흐무드의 복사 가게(Photocapy)〉이다. 인쇄업계에서 은퇴한 마흐무드는 작은 복사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간다. 이따금 손님들이 맡기는 문서 복사나 타이핑 작업으로 소소한 수입을 얻고, 가게 앞에 앉아 거리와 이웃들의 삶을 지켜보는 게 그의 주요 일과다. 어느 학생이 맡긴 문서를 통해 공룡의 멸종에 대해 알게 된 마흐무드는 자신의 삶과 멸종된 공룡 사이에 비슷한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대로 멸종되어 사라져 갈 삶의 방식을, 우울한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일념에 용기를 낸 그는 규칙적이고 안온했던 지금까지의 일상을 벗어나기로 한다. 건물주의 부당함에 맞서기도 하고, 다양한 이웃사촌들과 부대끼며 새로운 활기를 찾아가는 마흐무드의 삶에, 크고 작은 사건들과 함께 예기치 못한 사랑이 다가온다.

  사회적 이슈가 강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꾸준히 해 왔던 이집트의 중견 감독 타미르 아슈리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산업사회와 도시적 삶의 속도와는 또 다른 노년의 시간,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공존하는 이웃 공동체 내 갈등과 소통을 따뜻하고 세심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하이파 거리> 스틸컷

  영화를 통해 동시대 아랍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아라비안 웨이브’ 섹션의 올해 영화들은 점점 빨라지는 변화의 한가운데 서서 과거와 현재를 거시적으로 훑어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레바논 영화 <유산>에서 필립 아락틴지 감독은 자신의 가족사 안에 새겨져 있는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흥미롭게 펼쳐 보이고, <하이파 거리>에서는 거리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기억을 타고 이라크 전쟁 이후의 역사가 빚어낸 삶의 편린들이 모자이크처럼 지나간다. 일리야 술레이만 감독은 <여기가 천국>에 직접 자신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세계 속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속 세계의 현재 모습을 풍자적인 시선으로 관조한다. 세 편의 영화는 역사를 몸소 체험하는 개인을 매개체로 적극 내세움으로써 현재 아랍을 사는 사람들의 어떤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름 없는 성자> 스틸컷

  나머지 두 작품은 특정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의 한 단면을 조명한다. 모로코 영화 <이름 없는 성자>는 고립된 사막 지역의 한 신생 마을을 배경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 같은 곳의 변화를 만화경처럼 담아낸 희극인 반면, <동굴>은 시리아 내전 상황 안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여성문제라는 현재의 비극을 직시하는 다큐멘터리다. 관객들은 ‘아라비안 웨이브’의 다섯 작품들과 함께 아랍의 현재와 현재를 있게 한 근대 역사의 역동의 한 조각을 엿볼 수 있다.

 

 

* 《쿨투라》 2020년 7월호(통권 73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