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월평] 봄 향기 가득한 〈춘향〉
[공연 월평] 봄 향기 가득한 〈춘향〉
  • 최교익(연출가, 신한대 교수)
  • 승인 2020.07.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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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끝나지 않는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공연계 종사자들은 하루하루가 비상이다. 공연을 하지 않으면 공연예술인은 물론 그의 가족들까지도 생계에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사전에 계획되어 있던 축제나 공연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얼굴을 비추고 있다. 하지만 용감한 시도 역시 코로나19 앞에서는 무력해질 뿐이다. 한 예로, 긴장과 걱정 속에 진행된 <춘천연극제>는 지역 감염자의 출현으로 인해 대면 공연에서 비대면 공연으로 결정. 즉, 관객이 없는 무관객. 온라인 생중계로 전환되었다. 온라인 생중계는 관객과 함께 호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연으로서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의 그래프처럼 요동치는 감염 확진자의 수는 좀처럼 바닥을 치지않고 있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두 자리수가 아닌 한 자리수의 확진자로 우리는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다리며 희망을 가졌다. 그리고 마침 그때 국립창극단에서 준비한 <춘향>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시기적으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국립극장의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로 안전한 공연이 이루어진 것이다.

ⓒ국립창극단

  <춘향>에 대한 스토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국악에서 오바탕(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심청가, 춘향가) 중 사랑노래로는 단연 으뜸이고, 욕정에 사로잡힌 변학도의 횡포에도 굴하지 않고 절개를 지킨 춘향은 이몽룡과의 행복한 결말로 관객들의 미소를 유발시킨다. 다른 시각으로는 클리쉐한 스토리로 진부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이란 것이 참 신기하다. 대본은 같지만 어떻게 연출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국립창극단의 <춘향>은 스토리의 빠른 전개로 인해 관객의 기대감을 앞질렀고 흥미를 확장시켰다. 관객의 심리를 파악한 연출의 전략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관객을 잘 알고 있는 연출. 연출은 바로 영화 <서편제>의 주인공 김명곤 연출이다. 김명곤 연출은 국립극장극장장을 역임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문화 행정을 담당했던 전력이 있다. 그래서일까? 관객입장에서 <춘향>을 마주하며 느낀 것은 관객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옆 관객 없이 편하게 관람한 것도 물론 이유가 되겠지만, 밖을 나가지 못하는 현 시점에서 봄기운을 공연에서 느꼈다는 것은 공연의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국립창극단

  창극 <춘향>은 춘향과 몽룡의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은 봄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무대로 다시 이어진다. 파스텔 톤의 의상과 얇은 분홍색의 배경막은 영상과 조명이 적절하게 투영되어 극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춘향이 느끼는 이별의 슬픔과 두려움도 조명과 영상의 색감으로 표현되었는데 공연이 깔끔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불필요한 장식이 없었던 무대 때문일 것이다. 또한, 혼인증서는 필요 없다며 찢어버리는 춘향의 모습에서 현대 여성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순수한 사랑을 믿고 열정적인 사랑을 펼치는 춘향과 몽룡을 원작 시대로 국한하지 않고 현대인의 정서로 그렸다는 것이 또 다른 재미로 여겨진다.

ⓒ국립창극단

  국립창극단의 유수정 예술감독과 김명곤 연출의 첫작품 <춘향>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모든 회차가 만석이었고 표를 구하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다시 한 번 <춘향>의 성공을 입증했다. 국립극장은 창극 <춘향>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공연들을 준비했지만, 확진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또 다른 공연을 진행하지 못한 채 중단되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7월 달에 다시 운영이 된다고 하니 좋은 공연의 재개를 위해 사회적 거리와 개인위생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 《쿨투라》 2020년 7월호(통권 7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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