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한국 최고의 영화는 어디에서 탄생했는가: 양경미 『한국 영화의 공간』
[북리뷰] 한국 최고의 영화는 어디에서 탄생했는가: 양경미 『한국 영화의 공간』
  •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0.08.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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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평론가의 『한국 영화의 공간』(미다스북스)

  양경미(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 소장) 영화평론가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문화일보 ‘명작의 공간’에 게재된 글을 보완하고 사진들을 추가한 저서 『한국 영화의 공간』을 펴냈다.

  ‘영화감상의 포인트’를 촬영공간에 두어 영화를 좀 더 재미있고 쉽게 읽어내도록 유도한 이 책은 총 4막으로 구성되었으며, 제1막에서는 ‘운명적 사랑의 공간’을, 2막에서는 ‘언약의 장소’를, 제3막에서는 ‘과거를 간직한 도시’를, 4막에서는 ‘청춘과 희망의 공간’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직접 영화 촬영 장소와 극 중 배경이 되는 공간을 탐방하고, 그곳에 얽힌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해박한 지식과 감성적 필치로 풀어냈다. 또한 각 꼭지마다 덧붙인 영화 감독소개는 그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영화의 촬영공간은 작품의 내용을 돋보이게 하고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다. 특정 영화를 떠올릴 때면 내러티브와 함께 촬영장소가 생각나는 경우가 많다. 관객들은 영화 속 추억의 공간을 통해 스토리를 기억해낸다.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을 나타내는 멜로영화에서 공간은 우리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 그 장소를 통해 젊은 날의 사랑을 추억하기도 하고 가슴 아픈 이별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공간을 방문하면 마치 본인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 머리말 중에서 

『한국 영화의 공간』은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멜로영화 중에서 관객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장소와 공간들을 소개”한다. “특히 해당 공간을 선택한 감독의 의도를 인터뷰를 통해 파악하려고 노력했으며 저자가 직접 영화 속 배경이 된 촬영장소를 찾아가 그 공간을 담았다.”고 서문에 밝힌다. 본문을 따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영화속 주인공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영화에서 사랑하는 주인공들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런 이유가 속설과 같이 돌담길을 걸었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그들은 용산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안타깝게 태희가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사랑을 지켜내지 못한다. - 「번지점프를 하다」 중에서

  피카디리 극장은 이 영화의 주요 공간이다. 수현과 동현이 서로에게 인연임을 암시해주는 공간으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영화 초반, 그들은 피카디리 극장에서 각자 홀로이 영화를 본다.  -「접속」 중에서

  과거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 온전한 고을이라는 뜻을 품고 있는 전주(全州)는 영화인들이 사랑하는 도시다. 실제로 많은 영화가 전주에서 촬영됐다. 전주가 영화의 도시가 된 배경은 민족의 흥(興)과 예(禮)를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약속」 중에서

  행궁동 일대는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1961년 신 감독은 주요섭이 1935년 조광(朝光) 창간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영화화했다. 이 작품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거친 역사보다 당시 우리 고유의 풍습과 시대상에 초점을 맞췄다. 여섯 살 난 옥희의 눈을 통해 비친 어른들의 애틋한 감정을 순수하게 그리며 사랑의 상상력을 한층 증폭시킨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중에서

  이처럼 흑백영화 〈상록수〉에서 〈접속〉을 넘어 〈라디오스타〉까지 읽다 보면 암울했던 한국근현대사가 보이고, 한국영화사에서 길이 남을 최고의 영화는 어디에서 탄생했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영화의 공간을 다루면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더듬어본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혹적이다.

  저자 양경미는 영화평론가 겸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 소장이다. 한양대학교 대학원 영화학박사(PH.D)를 취득했고, 현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동안 다수의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지냈다.

  2020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집행위원, 2019 울산국제영화제 자문위원, 2019 춘사영화제 후보작 선정위원회, 2019~ 대한민국대학영화제 집행위원, 2018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심사위원, 2017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직무대행, 2016 대종상 영화제 심사위원, 2016~2017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인정소위원회 위원, 2015~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 소장, 2013~2019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강사, 2010~2011 특성화고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 심사위원, 2010~2015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분류 심의위원, 2010~2012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연극영화과 학과장,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 2010~2012 한국영화학회 이사, 2008~2010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기획위원, 2010 서울 여성일자리 홍보대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배우, 신성일』(2009, 공저), 『한국애니메이션의 결정적 순간들』(2010, 공저), 『스크린쿼터로 본 한국영화정책』(2014), 『영화이야기』(2015), 『우리들의 영화 같은 사회』(2017)가 있다.

 

 

* 《쿨투라》 2020년 7월호(통권 7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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