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해 '대장장이 딸'
김소해 '대장장이 딸'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0.08.0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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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딸의 연시 백년의 고백

김소해 단시조집 대장장이 딸

 

  대장장이이자 대장장이의 딸 김소해 시인이 새 시조집대장장이 딸을 도서출판 작가에서 펴냈다.

  시인은 1947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진주여고와 지산보건전문대 치기공과를 졸업했다. 1983현대시조198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하여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치자꽃연가』 『흔들려서 따뜻한』 『투승점을 찍다』 『만근인 줄 몰랐다』 『투승점을 찍다와 현대시조100인선 하늘빗장이 있다. 성파시조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본상, 이호우이영도문학상 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치과기공소 대표이다.

 

  4부로 나뉘어져 총 75편의 단시조를 수록한 신작 시조집대장장이 딸은 단아한 서정과 더불어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발화를 보인다. 시 자체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삶의 방향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형상화하기도 한다. 웅숭깊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사람살이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비유와 주제의식의 발현으로 공감대를 넓히기도 한다.

  그는 파종, 정오의 손님, 가을, 허수아비, 되새김질, 월인천강지곡, 안구건조 증, 달빛 소나타, 퇴고대장장이 딸에 수록된 시편들은 우리 시조가 마침내 가 닿은 눈부신 한 지점을 보게 된다. 그것은 그가 혼자서 이룩한 것이 아니라 많은 창작자들이 새로운 시조를 향해 부단히 도전한 덕분이다. 이처럼 시조공동체가 더불어 힘쓰고 있는 많은 일들은 시조의 미학적 가치는 물론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 되고 있다. 여기에 김소해 시인이 그 일익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시집 속에서 발견한 두 편의 시를 한번 읽어보자.

 

붉은 입술 그보다 붉어 조용한 검은 입술

함부로는 아니지만 입을 열면 소나긴 듯

백지를

적시는 고백

백년이든 읽겠습니다

- 연필전문

 

사랑을 훔치려다 불을 훔치고 말았다

무쇠 시우쇠, 조선낫 얻기 까지

숯덩이 사르는 불꽃

명치 아래 풀무질

- 대장장이 딸전문

 

  글 쓰는 이에게 연필은 늘 설렘의 대상이다. 잘 깎아놓은 향기로운 연필을 보면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백지에 새로운 시 한 편을 펼쳐보고자 하는 창작 욕망이다. 시의 화자는 붉은 입술 그보다 붉어 조용한 검은 입술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검은 입술이라니! 무언가 도전적이지 않는가. “함부로는 아니지만 입을 열면 소나긴 듯에서 보듯 소나기가 등장한 것은 시인의 작업에 불이 붙었다 것을 의미한다. 연필 끝으로 내리꽂히는 시의 빗줄기를 맞을 준비가 된 것이다. 마침내 백지를 적시는 고백이기에 백년이든 읽겠습니다라고 작정하듯이 말한다. 어찌 천년인들 못 읽겠는가.

  “사랑을 훔치려다 불을 훔치고 말았다라고 초장에서 운을 떼는대장장이 딸은 이번 시집의 표제작이다. 정작 얻으려고 한 것은 사랑인데 불을 훔친 것이다. “무쇠 시우쇠, 조선낫 얻기까지 숯덩이 사르는 불꽃 명치 아래 풀무질은 종생토록 다함이 없을 것이다. 시인은 대장장이이자 대장장이의 딸이기도 하다. 조선낫을 얻기까지 한 편의 시를 얻기까지 풀무질을 결코 한시도 쉴 수가 없다. 그러한 강렬한 창작의지의 발현이 곧 대장장이 딸이다. 연필과 연계해서 읽으면 그 뜻이 더 깊어질 것이다. 또한 시인은마지막 밤, 아버지에서는 눈물을 훔치며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그의 유지를 기린다. 아버지가 떠나시던 날 밤 은하 강 물줄기가 휘청 떨렸겠다라는 발언은 생생한 이미지의 공감각으로 말미암아 명치끝을 툭 친다. 더불어 작은곰 큰곰자리 구도가 흔들렸겠다라고 생각한다. 화자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낯선 별 하나를 맞는 캄캄한 저 하늘을 혼자 우러러 볼 만큼 큰 것이다.

  또한 아름다운 울음죽을 때 단 한 번 우는 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울 줄 모르는 나를 슬퍼하지 않게 된 사연을 들려주고, 따개비에서는 내 일생 항해라야 통통배 하나였다라고 고백하지만 또 내일 출항을 위해긁어내고 또 긁어내고 있다.

  이처럼 김소해 시인의 단시조는 다채로운 발화와 철학적 사유를 형상화하하며, 웅숭깊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사람살이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세상을 향한 연모를 보여주는 그의 시조는, 낡지 않았으며, 예측 불허의 결구를 통해 반전의 묘미와 따뜻한 인간애를 탐구한다. 그가 쓰고 살아낸 빛나는 시조의 삶은 시조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언어미학적 성취와 함께 도저한 깊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그의 단시조는 우리 시조문학에서 하나의 전범이다.

  대장장이 김소해 시인의 백년 고백서대장장이 딸아름다운 일독을 권한다.

<추천사>

 

김소해 시인의 단시조는 단아한 서정과 더불어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발화를 보인다. 시 자체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삶의 방향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형상화하기도 한다. 웅숭깊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사람살이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비유와 주제의식의 발현으로 공감대를 넓히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시조는 참신하다. 낡지 않다. 예측 불허의 결구를 통해 반전의 묘미를 드러내고, 따뜻한 인간애를 탐구한다. 그의 단시조는 하나의 전범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언어미학적 성취와 함께 도저한 깊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시조를 신앙처럼 받들며 살고 있기에 이만한 경지에 이른 것이다.

김소해 시인의 이번 단시조집은 시조의 대장장이 딸이 되어 백년만의 고백, 백년의 고백으로 이루어진 자신과 당대의 이웃에 대한 사랑 시편이다. 또한 그가 진정으로 미쁘게 여기고 있는 세상을 향한 연시이자 시조 자체에 대한 연모의 시편이기도 하다. 그의 빛나는 시조 인생은 그만의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음을 천명한다.

- 이정환(시인·정음시조문학상 운영위원장)

 

 

<책 속으로>

 

네가 하늘 하고 말하면 나는 이냥 하늘이네

 

내가 바다 하고 부르면 너도 그냥 바다였네

 

수평선

 

머나먼 끝에서

 

만나는가

 

우리 사이

 

- 시작詩作전문, 59

 

 

 

그래, 네가 있어 기다리고 있었구나

여기에 길이 있어

 

여기가 집이라고

 

잊었던 그가 돌아와 안부를 묻는 골목

 

-오래된 가로등전문, 77

 

 

 

<대장장이 딸> 차례

시인의 말

1

연필 13

대장장이 딸 14

15

하모니카 16

봄비 17

- 18

달 항아리 19

손금 20

은빛가위 21

아름다운 울음 22

경이 23

따개비 24

알피니스트 25

마지막 밤, 아버지 26

행복 요양병원 27

살구꽃 28

손가락무늬 29

빗소리 30

기역 31

 

2

동행 35

달빛손님 36

팔월 37

상승기류 38

집어등 39

석굴암 40

점자 41

사죄 42

토우 43

낙화암진달래 44

부부 45

창조의 순서 46

기일, 저녁 강 47

이팝꽃 급식소 48

1149

돌탑 50

청 하늘 흰 구름 51

죽방림 52

썰물 53

울컥 54

 

3

노사 57

꽃구경 58

시작詩作 59

간병 60

반가움 61

사월 아침 62

63

수술용 스테이플 64

자반고등어 65

한림정역 66

커피하우스 67

무화과나무 아래 68

늦더위 69

판소리 70

자물쇠 71

문안인사의 변주 72

소음을 읽는 방식 73

우울증에 관한 처방 74

 

4

오래된 가로등 77

바랭이 78

화전花煎 79

대작對酌 80

귀뚜라미 81

퇴고 82

너는, 거기 83

저울 84

타종 85

정오의 손님 86

비 오는 날의 오목눈이 둥지 87

되새김질 88

파종 89

월인천강지곡 90

가을, 허수아비 91

안구건조증 92

달빛소나타 93

전어 94

 

해설/ 백년의 고백_ 이정환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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