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 그림에세이 '나비, 세상속으로 날다'
김혜연 그림에세이 '나비, 세상속으로 날다'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0.08.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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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작가 김해연의 문필과 화폭이 어우러진

그림에세이집 나비, 세상 속으로 날다

 

재미작가 김해연의 글과 그림을 담은 그림에세이집 나비, 세상 속으로 날다가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해왔다. 2009년 월간 한국수필신인상을 수상하였으며, 2009 년부터 2013년까지 미주한국일보여성의 창필진으로 참여했다. Clara county Art Fair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상과 장려상을 수상했으며,개인전으로 <Butterfly-나비 그 흔적들>(2009, Aegis Gallery, Saratoga Ca)을 비롯한 다수의 전시를 해왔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San Francisco Journal김해연의 글과 그림으로 연재 중이며,현재 San Francisco 한국 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해연의 첫 창작집이자 총 67편의 글과 50편의 그림이 수록된 이 그림에세이집은 평생 글과 그림을 그려온 그녀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총 4부로 나뉘어졌으며 각기의 항목이 저마다 공통된 주제로 묶여 있다.

1살며 사랑하며와 2생의 진실을 찾아서는 작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자기성찰의 거울과도 같다. 그 한 순간 한 순간의 삶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실재하는 어떤 원리나 질서에 의해 규율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그런데 현실의 배면을 응시하는 눈을 열고 보면, 온 세상에 편만한 것이 그와 같은 의미망의 잠재적 실상이다. 그러기에 책을 여는 첫 글 산다는 것에서 밤이 늦어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 길 옆 집들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산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이렇게도 많은 이야기를 담은 집들이 얼마나 많고 많은지, 어쩜 살고 있고 살아가고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자랑하고 또 칭찬받아야 한다고 쓴다.

 

하지만 그건 거꾸로 매달아 말려놓은 마른 장미다발 같이 바스러지기 쉬운 세월의 단순한 높이일 뿐이다. 누군가가 아주 긴하게 가르쳐 주더라. 인연은 가꾸지 않으면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고, 정성껏 오래 가꾸어야 인연으로 변한다고. 바람은 가만히 있는 나를 흔들어 놓고 무심히 가버리지만, 인연은 가끔 만나더라도 항상 그 자리에서 그냥 그렇게 두 발 땅에 딛고 서서 기다려주는 그런 것이다. 누가 보고 있지 않더라도 열심히 양탄자 아래의 더러움을 닦고 있는 사람처럼, 아무런 바라는 것 없이 묵묵히 열심히 함께 가꾸는 그런 것이다. 살아가는 생의 길목에서 지쳐 잠깐 의자에 쉬어갈 때, 목마른 나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네주는 그런 사람. 그런데 이렇게 소중하고 귀하고 더 없이 꼭 만나고 싶은 인연을, 마취에 들떠 제대로 알아볼 안목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 인연중에서

 

견고한 갑옷처럼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일상성과 고정성의 규범을 단번에 벗어던지고, 그 가운데 잠복한 진정성의 깊이를 체현하는 김해연 글의 묘미는 이런 데에 있다. ‘인연의 가치와 무게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범상한 삶의 경로 속에 묻혀 있는 존재 값을 단번에 캐어내는 글쓰기는 그것의 실재를 체감한 이의 손끝에서 우러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 삶의 진면목을 관찰하고, 미세하고 은밀하여 자칫 놓치기 쉬운 소중한 의미들을 추수하려는 것이다.

 

2부에 실린 글들에는 작가가 자신의 친인들, 곧 아버지·어머니와 친구와의 지난날을 회상하는 장면이 여럿이다. 어디서 불쑥 웽하며 지나가는 응급차 소리를 들으며 불현듯 아버지를 기억하고 짧디 짧은기도를 드린다. 그 기도는 나중에 아버지를 만나게 될 때 말씀드릴 자기 삶의 모습에 대한 다짐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책상 위에서 본 글귀는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심기. 어머니의 기억 또한 작가의 삶에 길잡이요 경종이다. 그런가 하면 언제나 나무만 그리는 친구의 화실에서는 나무의 모습을 하나의 교훈으로 받아들인다. 이 부분 부분마다 작가가 얼마나 올곧은 가치지향의 사유를 품고 살아가는가를 반증한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세월이 되고, 작가는 이제 옛 어머니의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목욕을 하고 나와 머리에 수건을 감고서 쳐다본 거울 속의 여자는 내가 아니라, 내 기억 속의 엄마가 거기 있었다. 철들어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이 지금의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벌써 나도 내 아들이 나중에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남겨질 그 나이인 것이다.

- 마무리중에서

 

작가는 누가 다시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고 술회했다. “젊음의 온갖 반짝이는 아름다움에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일생에 걸쳐 자신의 삶에 충실하면서 항차 오래 간직할 를 남겨주기도 한 어머니에의 그리움과 존경이 개재해 있다. 하나의 조각보처럼 오늘도 누군가를 만날 것이고 또 하나를 이어갈 것이지만 묵묵히 내 몫의 자리를 지키면서 열심히 살겠다는 작가의 언사는, 그러므로 새해맞이의 심사가 아니라 일상의 관습 그 자체인 셈이다.

 

이 책의 3여행의 길목에서 만난 것들여행에 관한 단상들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 여행은 장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편견을 바꾸는 것이다라고 언표한 바 있지만, 김해연의 여행은 내성적이고 진중한 그의 자아가 좁은 삶의 울타리를 넘어 보다 광활한 영역으로 그 범주를 개방하는 일에 해당한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으나 뭔지 모를 허전함에 젖을 때는 그것이 여행에의 손짓이라고 단언한다. 그것은 전혀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갖게 되는 이상스러운 반항과 이유 없는 자신감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설레임이, 잊히지 않는 중독된 맛처럼 계속해서 잡아당기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동시에 김해연에게 있어 여행은 예술이라는 날개를 빌려 마음껏 날아가고 싶은 꿈이다.

 

언제 한 번 풀어놓고 자유롭게 나 자신을 꺼내어 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항상 두 손 움켜쥐고 혹시 잘못할까 걱정하며 살아왔지만 가끔은 훨훨 모든 걸 놓고서 편안해지고 싶다.

오랫동안 가고 싶었고 꿈꾸던 곳. 조금은 낯설겠지만 굳이 정들려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는 곳. 그래서 난 여전히 세상을 떠돌며 헤매는 상상을 하며 꿈을 꾼다. 구속과 속박에서 벗어나 떠나와 있다는 바람끼의 유연함에 잠시 황홀하다.

- 낯선 곳으로의 꿈중에서

 

그래서 김해연의 발길이 이른 곳은 페루의 잉카 유적, 스페인의 플라멩고 춤, 부산의 바닷가 등 여러 곳에 걸쳐 여러 모양으로 떠올라 있다. 그 여행의 보람이라는 것은 내가 꿈꾸던 멋진 이정표가 아니라 아주 작은 불빛이더라도 길 위의 깜깜한 어둠 속에 조금이라도 밝혀줄 작은 등대이면 되는 형국이다. 그는 긴 여행에서 돌아오면 늘 하던 대로 늦잠을 자며, 저녁 밥상 위의 반찬을 걱정한다. 그럴 때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여기까지라도 얼마나 애쓰고 힘들었는지.’ 김해연의 여행은 그의 삶과 삶의 쉼터, 더 나아가 그가 쓰는 글 또는 그가 그리는 그림과 연동되어 있다.

 

4부 나는 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가는 작가가 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가에 대한 질문이거나 답변에 해당한다. 4부에 수록된 사랑 그리고 예술에서 작가는 꺼지지 않는 창작의 열정 안에서 진정한 예술작품을 단 하나라도 남기는 것이 스스로의 목표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를 깨진 항아리의 우화에 비유한다. 조금은 모자라고 깨지고 볼품없지만 오래 사랑받고 자신의 몫을 다하면서, 먼지 풀풀 날리는 길가에 작은 꽃도 피우며 살아가는 항아리. 그 연약한 자의 나눔과 사랑 이야기. 작가는 그러한 삶의 기준이 작은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믿으며 내가 만들어가는 나처럼 산다는 구속이라고 진술한다. 책의 서두에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모범 답안의 연속이다. 그것은 김해연이 굳건한 신앙처럼 붙들고 있는 나답게 산다는 것의 범례이기도 하다.

 

삶의 양상을 둘러보면 참으로 신비스럽다. 용모는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심성 그리고 취미와 취향, 재능 등 모두가 각각이다. 그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세계가 펼쳐져 흥미롭기 그지없다. 나의 경우는 유난히도 나비에 대한 사색이 오랜 세월 나를 지배해 왔다.

나비가 내 속에서 자라고 있다고 믿을 만큼 나비에 대한 애착과 사랑 속에 있었다. 삶이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위로하며 내 마음에 약속하곤 했다. 언젠가는 내가 너희를 멋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주겠노라고.

- 나비와 나중에서

 

김종회 교수(경희대 국문과)김해연이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나비 그림을 고집해 온 이러한 선택은 어느 한 순간 부지불식간에 섬광처럼 다가와서, 내내 그 속박에 묶이게 하고 마침내는 그것에 함몰되게 한다. 이른바 '예술혼의 운명'이다. 거기에다가 이 '모태 모범생'은 자신의 삶도 "나비처럼 예쁘게 멋지게 날갯짓하며 더 넓게 세상을 향해 날아가리라"고 부연한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그의 나비 그림과 자화상은 닮은꼴의 의미 구조를 가졌다. 이는 어쩌면 그가 인용하고 있는 바,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에서 말하고자 했던 자아성숙의 한 각론일 수도 있다. 자신의 자아가, 반 고흐가, 모딜리아니가 함께 잠겨 있는 그 미의식의 세계가 오늘도 그의 화실을 채우고 있다면 그는 행복한 예술인이라고 평한다.

신예선 소설가는 추천의 말에서 "화가이며 문인인 김해연은 돋아나는 새싹인양 물을 부어주기를, 햇빛을 쬐어주기를 부탁하고 있다. 베풀고 베풀며 인정 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 김해연 작가, 남은 생은 오직, 화가로 문인으로 살고자 마음을 다지고 또 다진다.“고 말한다.

또한 김해연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나비는 비로소 껍질을 벗어야만 나비로서 날 수 있다.”고 밝힌다. “어떻게 지금의 날개를 가졌는지는 잊은 채 날개 빛의 화려함만 사랑한다면 그것은 부끄러움이다. 버리고 싶지 않아도 놓아야 하는 것도 있고,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포기도 있다. 못나고 주름지고 오그라진 껍질 안에, 화려하고 멋진 정열적인 나비가 고통스럽게 때를 기다린다. 자신의 껍질을 먹듯이, 그렇게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동안 미국에서 활동해온 재미작가 김해연은 그림에세이집 나비, 세상 속으로 날다출간과 동시에 문화잡지 쿨투라의 초대전으로 고국의 독자들을 만난다.

이제 시작이다. 문은 열렸으며 나비는 껍질을 벗고 훨훨 날아갈 수 있는 꿈을 꾼다는 김해연 작가의 문필과 화폭이 어우러진 그림에세이집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의 기쁨을 선사하길 바란다.

 

김해연 그림에세이집 나비, 세상 속으로 날다차례

 

 

추천의 말 _신예선

작품 해설 _김종회

 

1부 살며 사랑하며

산다는 것 _22

인연 _25

새해 감상 _26

만남도 헤어짐도 _28

거꾸로 본 세상 _30

팔찌 _33

나를 사랑하는 나 _34

친구 _36

잠 못 드는 밤에 _39

통증 _41

얼굴 _45

성장 _46

사랑 _49

새로운 사랑 _50

물결 따라 _52

뒷마당 새 둥지 _53

대추를 말리며 _55

레드우드 숲에서 _56

 

2부 생의 진실을 찾아서

_62

와인 이야기 _65

내 아버지 _67

희망 _68

나무 _71

가보지 않은 길 _72

_74

가장자리에서 _75

마무리 _78

그 결혼식에서 _81

이불 빨래 _82

여름은 떠났고 _84

어머니 날 즈음에 _86

신앙 _88

술 한잔 _89

비단 잉어 _91

조각보 단상 _93

한 해가 또 지나가는데 _95

 

3부 여행의 길목에서 만난 것들

여행에의 손짓 _98

설레임 _101

그때 그 여행에서 _102

낯선 곳으로의 꿈 _105

길 위에서 _106

가을의 노래 _108

바다와 아버지 _110

행복한 여행 _112

또 하나의 개선문 _114

스페인에서 - 플라멩고 춤 _117

여행의 잔재 - 스페인에서 _120

여행 뒷이야기 _123

 

4부 나는 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가

사랑 그리고 예술 _127

글을 쓰면서... _128

나답게 산다는 것 _129

나비 효과 _130

약속 _133

나비와 나 _135

나비 - 그 흔적들 _136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_138

자화상 _139

돌멩이 _142

비 내리는 가을에 _143

행복 _144

책을 읽으며 _147

글에서 삶을 배우다 _148

내가 원하는 것은 _150

모딜리아니 전시회를 보고서 _152

반 고흐의 노란색 _153

그리고 산이 울렸다 _156

아름다운 마무리 _158

 

작가의 말 _김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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