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Theme] 북벤져스의 탄생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
[9월 Theme] 북벤져스의 탄생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
  • 장동석(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출판평론가)
  • 승인 2020.09.03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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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에서 책과 놀다

  한해 출간되는 신간 종수가 8만 종을 넘어선지 오래다. 편차가 있겠지만, 줄잡아 하루에 220권의 신간이 출간되는 셈이다. 명색이 출판평론가이니 그중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나름의 부담을 갖고산다. 그뿐인가. 몇몇 출판사에서 시마다 때마다 책을 보내주시니, 애써 읽고 꼼꼼하게 소개해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없지 않다. 어찌되었든 출판사들이, 크게 보면 출판계가, 나는 물론 여러 출판평론가들을 키운 것 아니겠는가. 아니라고 손사래 칠 사람들도 있겠지만 출판평론가, 도서평론가, 서평가 등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대다수는 출판사에 유무형의 빚을 지고 사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지난 7월 1일 출판도시문화재단은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서평가 총출동쇼>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남정미 코미디언 서평가, 최윤아 <한겨레> 책지성팀 기자, 김성신·홍순철 출판평론가.(사진:이유미)

  그런 사람들이 뭉쳤다. 아니 뭉치고자 한다. 뭉치면 이름이 있어야 하는 법. 일단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물론 뭉치는 이유가 출판사에 진 빚을 갚으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궁극에는, 책을 기증 받았건 사서 보았건, 책이라는 사물에 여러 모양으로 진 빚을 갚는 한 방법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는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하여 어떻게 출판사들에 진 빚을 갚을지 간단하지만, 장황하게 풀어내 보고자 한다.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가 준비하고 있는 첫 번째 사업은 책과 관련한 다양한 유튜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흔히 북튜브라 부르는 채널을 만들고, 여러 북튜버들이 데뷔할 예정이다. 흔하디흔한 게 북튜브, 널린 게 북튜버인데, 똑같은 걸 왜 하느냐고 타박할 사람도 있을 줄 안다. 하지만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준비하는 유튜브 채널은 북튜버 한 사람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는다. 각각의 전 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서평가들이 여러 개의 팀을 만들고, 이른바 합종연횡하며 콘텐츠의 질을 높일 생각이다.

  책만 읽는 출판평론가가 음식에 관한 책을 소개한다고 생각해 보라. 먹기만 할 뿐, 음식이라곤 라면밖에 못 끓이는 누군가가 소개한다면 수박 겉핥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본캐는 요리사이고 부캐로 글을 쓰는 한 서평가가 요리에 관한 책을 소개한다고 생각해 보라. 음식에 관해서는 제대로 소개할 수는 있지만 책이라는 사물이 가진 함의와 위의는 다소 간과되지 않을까.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난다면, 책의 위의와 함께 음식 그 자체가 갖는 함의까지 두루 밝힐 수 있지 않을까. 출판도시문화재단의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에는 이런 ‘의외의 조합’들이 수두룩하다. 빈말이 아니다. 기대하셔도 좋다.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가 ‘혼자’를 지양하고 ‘함께’를 지향하는 이유는 시대 정황이 그렇기 때문이다. 뜬금없지만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원래 슈퍼히어로는 ‘혼자’ 활동하는 존재들이었다. 슈퍼맨을 보라. 그는 파란 쫄쫄이에 빨간 팬티 입고 하늘을 날며 세상을 홀로 구원했다. 뒤를 잇는 슈퍼히어로들도 마찬가지였다. 배트맨이 그랬고, 원더우먼이 그랬으며, 아이언맨을 포함한 기타 등등의 슈퍼히어로들도 원래 혼자였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혼자 노는 슈퍼히어로들이 무리지어 놀기 시작했다.

  일명 어벤져스의 등장이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중 가장 근래 나온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포스터에는 무려 12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는 책을 읽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함께 뭉친, 유치한 말이지만 북벤져스의 탄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책을 중심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망, 즉 네트워크가 생길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종의 좋은 책을 소개하는 사람들의 계보도가 형성될 것이다. 이는 독자들, 아니 유저들이 보기에는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사실상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함께 한다고 무엇이든 ‘선한 것’이 태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그 함께함, 즉 협업을 통해서 책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한다. 그 재발견은 몇 해 전부터 출판계와 서점계의 화두인 ‘큐레이션’이라는 말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신문의 북섹션이 지속적으로 줄고, 이제는 그 지면을 제대로 구성하는 신문이 두어 곳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신문으로 대표되는 옛날 매체들의 지면만 줄었을 뿐,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상에서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들이나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졌다. 북튜브도 그중 하나다. 문제는 그 손안의 세상에서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좋은 책을 소개하는 북튜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광고인 경우가 많다. 먹방만 뒷광고가 있는 게 아니라 북튜브에도 뒷광고가 많다.

  그래서 출판도시문화재단의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의 지향 중 하나는 ‘큐레이션을 큐레이션한다’는 것이다. 좋은 책을 소개하는 일과 함께, 세상에 좋은 책이라고 큐레이션하는 일 자체를 스크린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야 좋은 책은 더 널리 소개될 것이고, 하여 독자들이 읽음직한 책들의 목록은 더 쌓여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독자들의 베스트셀러 의존 현상도 조금은 덜해질 것이다.

  출판도시문화재단 북인플루언서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는 책을 매개로 하는 출판 전문 플랫폼이다. 책을 도울 뿐(하지만 그게 제일 중요하다), 책과 연관된 온갖 콘텐츠들이 이곳에서 자유자재로 ‘노는’ 것이 사실상 핵심이다. 이 일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연계가 될 것이다. 출판 혹은 책 예능도 가능할 것이며, 책과 각종 예술 분야의 만남도 가능하다. 벌써 몇몇 음악 프로그램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일정 부분 궤도에 올랐다. 하여 파주출판도시에 가면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제 걸음마를 떼었다. 미약한 시작이지만, 의미심장한 일들이, 재미있는 일들이, 무엇보다 좋은 책들과 함께 하는 일들이 파주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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