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Theme] 유튜브에 대한 짧은 단상
[9월 Theme] 유튜브에 대한 짧은 단상
  • 남정미(코미디언 서평가)
  • 승인 2020.09.03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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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과거, 미디아(美大亞)라는 대륙(?)이 태평성대할 적엔 해마다 삼(3) 구락부(KBS, MBC, SBS)에서는 각 분과마다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이들을 인재로 등용하여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는 하였더랬다. 등용된 자들은 삼구락부 관리들의 ‘비호’아래 활동하였고, 저잣거리에서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많은 엽전을 벌 수 있었으며, 어떤 이는 벼슬하는 자보다 훨씬 큰 고래등같은 기와집도 마련할 수 있었더랬다.

  그 시절엔 온 동네 아이들이 ‘태래비전太來費錢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며~ ‘범국민 네모상자 안으로 들어가기 캠페인 송’을 불러댔고, 나또한 그 중 하나로 2003년 송출을 허가받은 전파상 3곳 중 한 곳으로 ‘웃음 팔러’ 입성했더랬다.

  훗훗… 그때, 그 네모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었어!!!!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가리는 게 좀 많았어야지!! 이 방송국놈들!!

  지금 그 네모상자는 더 세밀한 각을 세우며 훨씬 작아졌고 내 손바닥 위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유튜브; ‘당신’을 뜻하는 ‘you’와 텔레비전을 뜻하는 ‘tueb’를 합친말이다.
  “근데. 왜 Tube가 왜 텔레비전을 뜻하는 거임?”

 

  우리가 알고 있는 텔레비전의 핵심부품이 ‘음극선관’(하나 이상의 전자총과 인광 화면을 포함하는 진공관으로, 영상을 표시하는데 사용됨)인데 이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 Karl Ferdinand Braun이라서 우리나라에선 브라운관 TV라고 많이들 부른다. (출처 :동시통역사 유황규 선생님 유튜브)

  나는 라디오 방송프로그램 등에서 ‘드라마 타이즈’를 전문으로 한 책 서평을 하고 있다. 어느 날 한 방송국에 갔는데 유튜브에서 받은 ‘실버’, ‘골드’ 버튼이 스튜디오 입구에 ‘떡’하니 붙어있는 것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하늘을 나는 새도 전기구이로(응?) 만들어 떨어트리던 방송국놈들이 클릭 수에 따라 용돈 주는 미국 대기업 배지를 저렇게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다니. 참. 시대가 많이 변했구만… 묘한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그토록 유튜브에 열광하는가. 왜 사람들은 그렇게 본인의 아이덴티티를내보이고 싶어하는가.

  개개인의 삶과 개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취미도, 삶의 방향도 그 다양성을 인정받고 있다. 오늘날 유튜브는 ‘내 콘텐츠에 대한 기록’과 동시에 ‘같은 것에 열광하는 동지애’를 느낄 수 있기에 이렇게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넓고 낮은 진입장벽 덕분에 유튜브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방송과 상업코미디를 하는 15년 동안 소위 ‘안전빵’ 이라고 그어놓은 ‘나만의 방송 적정선’이 있는데, 신기한 것이 이 방송적정선의 수위에 모자라면 시청률이 안 나오고, 이 수위를 넘어가면 또 혐오감을 주면서 일찍 접게 되더라는 것이다. 닿을~~말~~똥~~하는 그 묘한 적정수위 줄타기가 유튜브 입문자님들의 방송생명 연장에도움이 될까 싶어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인간사 가장 확실한 것 하나는 ‘뭐든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방송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고운 법인데. 좋은 콘텐츠를 싣고 나간 전파가 꼭 기쁜 소식만 갖고 돌아오진 않는다.

  ‘나의 이 획기적인 콘텐츠 덕분에 빌딩을 살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빌딩 못 산 누군가가 내 영상에 비난이나 악플을 달수도 있다는 것. (더욱 슬픈 것은 그 획기적인 기획은 이미 누군가 하고 있어 유튜브 시작도 전에 좌절할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출발하면 덜 슬픈 항해가 될것이다.

  *내가 느낀 ‘적정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하면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수신료’라는 것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것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내주신 세금으로 ‘출연료를 받으며 출연하는 사람’과 그 ‘프로그램 만들고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데, 그렇기 때문에 지불하는 사람의 기분을 항상 체크해야 한다. 다시 말해 ‘돈 주는 사람’들이 불편해 할 방송이면 안 되기에 누군가가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출연자가 그 범위에서 벗어날 경우 시청자·청취자분들이 게시판이나 프로그램 사무실로 전화를 하여 항의를 하며 1차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그리고 그 다음은, 프로듀서 혹은 관리 감독하는 제작진이 주의를 주며 2차 제동을 건다. 물론 과한 제재는 출연자의 마음을 상하게 해 프로그램이 생기를 잃겠지만 어디까지나 공중파 프로그램은 피디의 것이다. 영광도 비난도 관리 감독하는 책임자가 가져가는 것이 맞다.

  반면 유튜브는 ‘나를 보려고’, ‘나의 콘텐츠를 좋아해서’ 내 채널로 ‘오’는 ‘확실한 소비자’가 있다. 콘텐츠 제공자도 소비자도 비슷한 취향에서 시작하므로 ‘방송정적선’에 대한 걱정 없이 자리잡기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겠다. 하지만 단계별 성장은 계속해서 연구해야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우 수준 높은 시청자이다. 다양한 매체로 많은 시간 신선한 정보를 인풋하기 때문에 새로운 나의 콘텐츠 역시 금방 흡수되 어 소비된다. 1편이 웃겼다면 2편은 더욱 웃기게 제작해야하고, 편이 거듭될수록 기대와 역치가 높아진다는 부담이 있다. 만일 그 수준에 부흥하지 못하면 바로 소비자는 본인의 지분을 빼 다른 채널을 옮겨간다. 소비자가 주인인 시스템이므로 찾아가 막을 길도 없다.

  유튜브는 ‘콘텐츠를 제공’하며 ‘출연분량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터와, ‘콘텐츠수위’와 ‘클릭수’를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인 1인 체제이므로 자극적 구성에 있어 밀당이 필요하다.

 

  방송 활동 시 또 하나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이 바로 ‘상도’에 관한 부분이다. 나는 저녁시간 방송되는 생활정보프로그램에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데, 그 시간엔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나가고 있다. 만약 타방송에서 나의 목소리를 마음에 들어 하는 피디가 있다고 하자, 그 쪽에서 러브콜이 오게 되면 나는 되도록 정중하고 예의 있게 거절할 것이다.

  나도 당장 돈이 급하지만 그것은 첫째, 나를 먼저 고용해준 분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둘째 같은 목소리가 비슷한 콘셉으로 여기 저기 나가게 되면 ‘그’ 목소리의 가치가 몇 배 빨리 소비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출연자와 콘텐츠”의 과한 노출은 휘발이 빠르다.

  대중매체에서는 비호감이던 사람이 자주 등장하면서 어느새 “호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이 그랬나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이 너도 그러하다.”고. 자주 보면 미운정이래도 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방법을 보면…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A’라는 사람을 ‘호감’으로 세탁할 때 엔간하면 단독숏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드시 긍정적 이미지의 사람을 주변에 포진시키며, A의 의외의 모습을 보이기 위한 상황들이 전개된다. 예를 들어 순진무구 A였는데 내는 문제를 족족 다 맞추는 지니어스 이미지를 덧씌운다든가, 철없는 투덜쟁이였는데 요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상함을 궁극적으로 어필한다든가, 부모님을 출연시켜 날라리 같던 A의 이미지를 ‘효자 심청이’ 정도로 바꾼다든가 하는 프로파간다를 배치한다. 서서히, 최소한의 리스크로 이미지를 세탁한다.

  하지만 유튜브는 출연자가 ‘나’ 하나뿐이고 채널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전적으로 넘어가 있다. 이 상황에선 상품인 내가 식상해져버리면 컨셉을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노출되면 그만큼 나에 대한 각인도 빨라지는 것이므로 다른 매력을 보이지 못하면 더 이상 호감을 얻지 못하니 노출 분량에 대한 생각도 해보아야 한다.

  마지막 하나는 솔직해야한다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나 1인 크리에이터가 사랑받는 이유는 ‘친근함’이 우선이고, 또 하나는 ‘혼자 힘으로 이런 콘텐츠를 해냈다’는 것에 팬들이 진심을 담아 응원하기 때문이다. 위가 터져라 최선을 다해 먹방을 하고, 자기가 힘들게 번 돈으로 옷을 사고 스타일링을 하여 열광했는데- 알고 보니 ‘짜깁기 편집’이었고, ‘돈이 오갔더라…’ 는 얘기를 들으면 그동안 쌓아놓은 신뢰도가 한꺼번에 무너지게 된다. 친하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커졌다고나할까 ♬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네 영상도 믿었기에♬

  만약 오해를 풀고 싶더라도 떠난 그가 다시 내 채널에 오지 않는다면 영원히 나는 나쁜 기억으로 남게 된다. 봐줄(?)때 잘 합시다잉~.

 

  스물 셋, 데뷔할 때의 그 방송국 부지에는 주상복합 아파트와 쇼핑몰이 들어서서 이젠 그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사이 생각도 못한 채널들의 등장으로 방송환경 또한 엄청나게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 운이 좋아서 여의도 방송국 밥을 먹고 있구나.

  나는 따로 유튜브 채널은 운영하지 않는다. (물론 브레이크 잡아주는 방송국이 유튜브로 재송출하는 프로그램엔 참여하고 있지만) 매해, 매일 방송을 하면서 느끼는 것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나의 ‘세 치 혀’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나불거리는 이 말들이 어디로 날아가서 꽂힐지 몰라 늘 걱정이고 무섭다.

  1927년~ 37년 무솔리니에 의해 투옥되었던 이탈리아의 행동주의자이자 정치 철학자였던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는 이 시대를 이끄는 ‘지성인’에 대해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는 사회에서의 지성인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는데 하나는 같은 일을 계속하는 교사, 성직자, 행정가 등의 전통적 지성인들과 또 하나는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어떤 이들의 이익을 조직화하고 계급 또 는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있는 ‘유기적 지성인’이라고 보았다. 그람시에 따르면이 ‘유기적 지성인’들은 적극적으로 사회에 개입하게 된다고 한다.

  한때 방송에 노출이 되고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때 마치 나는, 내가 뭐라도 된 것 마냥 허튼 소리를 해댔더랬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의 이야기를 꺼내며 나의 파워를 더 키우고 싶어 쓸데없는 소리들을 지껄였고, “유기적 지성인”이 되고 싶어 발악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럽고 송구스럽다.

  20세기의 위대한 저술가 장 주네 (Jean Gene)역시 “언젠가 당신이 사회에서 글을 발표하는 그 순간 당신은 정치적 세계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두렵고 무섭고 조심스럽다.

  방송은, 내가 노출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견해나 이념 이데올로기 등이 형성되고, 보는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음을 늘 경계해야한다. 매체에 좀 나왔다고 지식인으로 보여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것, 그것만큼 위험한 일이 어디 있을까.

  나는 늘 내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무지한 나의 모습으로 보이길 바란다. 그래서 마음에 두고 있는 말은 [아마추어리즘]이다. 이 말은 미국의 영문학자이자 문명비판론자인 에드워드 W. 사이드가 그의 저서 『권력과 지성인』에서 한 말인데 그는 “오늘날 지성인은 아마추어가 되어야만 한다”고 말하며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그것으로부터 누가 혜택을 받는지’. ‘그것이 어떻게 개인적 과제이자 근원적 생각들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순수히 생각하며 “관심과 애정으로 충만된 아마추어리즘”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심과 애정으로 충만된 아마추어리즘”,
  오랫동안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이유가 있다. 특히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 삼치가 있자. 눈치 재치 염치를 챙기자. 제일 처음 유튜브를 하고 싶었던 그 마음으로. 그 순수한 관심과 애정,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당신의 유튜브 채널이 나에게 가장 활발한 아마추어리즘의 복합 교류 창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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