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탐방] 유용주 시인의 「익산의 돌속」
[지역문화탐방] 유용주 시인의 「익산의 돌속」
  • 유용주(시인)
  • 승인 2020.09.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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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시

익산의 돌속

유용주

오래 전부터 어울려온 종교가 있었다

그곳엔 강이 산다
         돌이 산다
         나무가 산다
         탑이 산다
그곳엔 노래가 산다

그 모든 것을 지탱하는 흙이 있다
휘어져 흐르는 물길이 있다
하늘이 있고 구름이 있고
밤에는 검은 산 위로 별들이 반짝인다

새들은 드넓은 창공을 날아 집으로 돌아가고
바람이 불고 유성이 떨어지고
까마귀 떼는 청정지역에서만 산다

역사는 허물어져 아름다운 것이다
황량함이 아름다운 이유다
기울어져 있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다

가장 아끼는 것을 버려야
바닥이 일어설 수 있다
그늘이 일어설 수 있다

익산에 가면 사람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뿌리의 고독이 깊어져,
폐허의 고독이 깊을 대로 깊어져,
돌 속에는 백제의 혼이 살고 있다

 

 

* 《쿨투라》 2020년 9월호(통권 7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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