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뉴웨이브 2018'이 열리는 수림아트센터 - 수림문화재단 신경호 상임이사를 만나다
'수림뉴웨이브 2018'이 열리는 수림아트센터 - 수림문화재단 신경호 상임이사를 만나다
  • 손희(본지 에디터)
  • 승인 2018.12.28 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 세대에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인생의 하下이며,

      사업을 물려주는 것은 중中이고,

          사람을 남기는 것은 상上으로

  최고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동교東喬 김희수金煕秀 선생

 도심 속 축제 ‘수림뉴웨이브 2018’이 개최되고 있는 서울시 홍릉의 ‘김희수 기념 수림아트센터’를 찾았다.

 단풍빛으로 절정을 이룬, 가로수길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곳은 옛날 영화진흥위원회가 있던 자리이다. 이곳에서 수림문화재단(이사장: 유진룡)이 주최하는 라이프 스타일 도심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2012년 시작된 <북촌뮤직페스티벌>을 이어받아 ‘일상의 취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수림뉴웨이브 2018’은 30여가지 공연, 전시, 토크,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음악인 세 팀의 컨템포러리 국악 공연을 비롯해 세계적인 스트리트댄서 ‘제이블랙 앤 제이핑크’가 무대에 올랐고, 조향 워크숍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진행됐다.

 단풍길을 가로질러 곳곳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는 센터 광장을 가로질러 수림문화재단 신경호 상임이사(수림외어전문학교 이사장)를 만났다. 스태프들과 똑같이 행사용 점퍼를 입고 나타난 그는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수림문화재단의 설립 배경과 유래

손희(이하 손): 이사님께서는 수림외어전문학교 이사장이셔서 호칭이 조금 혼란스러운데요, 수림문화재단 탐방인 만큼 이사님으로 부르겠습니다. 수림문화재단의 설립 배경을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신경호(이하 신): 수림문화재단의 설립자는 동교東喬 김희수 선생님이십니다. 김희수 선생님은 1988년 일본 도쿄東京에 금정학원金井学園(카나이가쿠엔)을 설립하고 학교명에 자신의 이름 마지막 글자인 ‘수秀’자와 부인 이재림 여사의 이름 마지막 글자인 ‘림林’자를 따 수림秀林이라 명명하였습니다. 이후 수림이라는 명칭은 설립자가 생전에 경영하였던 중앙대학교 일부 시설과 장학재단을 거쳐 우리 재단의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수림문화재단의 제1대는 설립자 김희수(전 중앙대학교 이사장) 이사장, 제2대 하정웅 이사장, 제3대 전경희 이사장을 거쳐 현재는 제4대 유진룡 이사장님입니다.

: 아 그렇군요. 이사님은 설립자이신 김희수 선생님과 아주 특별한 인연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인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저는 1983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그해 가을 김희수 이사장님과 운명적인 조우를 했습니다. 먼저 일본에 유학중이던 형과 그의 친구들이 이사장님께 저를 소개했어요. 김 전 이사장님은 다락방 수준의 작은 사무실로 찾아온 유학생들에게 늘 망국의 한恨을 극복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통 큰 후원을 해주셨어요. 특히 사람을 대하는 애정과 깊이가 남달랐습니다. 이후 저는 김희수 이사장님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1984년 이사장님이 수림외어전문학교 설립을 위한 부지를 살 때부터 저는 이사장님의 손과 발이 되고 각종 허드렛일까지 도맡았습니다. 이사장님이 2010년부터 2년간 투병생활을 하다가 2012년 마지막 눈을 감을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켰지요.

: 정말 대단하고 아름다운 인연이네요. 이사님의 짧은 얘기 속에서 부자간보다도 더 뜨듯하고 깊은 정이 전해집니다.

: 네 저는 그분이 하시는 일들을 존경했고, 그분 또한 저를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김희수 선생님은 반세기 이상을 일본에서 살아오신 재일교포 사업가이셨지만, 남다른 조국애를 가슴에 품고 평생을 살아오신 분입니다. 후학들은 반드시 배움을 통하여 어두운 곳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본에서는 금정학원을 설립하시고 한국에서는 20여 년 동안 중앙대학교 이사장으로 역임하시면서 교육 사업에 진력하셨습니다. 이후, 수림문화재단의 설립을 통하여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문화예술 분야의 육성에 헌신하셨습니다. 그 분의 뜻을 지키고, 이어나가며, 함께 나누면서 재단을 운영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심 속 취향 휴식처 <수림뉴웨이브 2018>

: 네 수림문화재단에서는 설립자이신 김희수 선생님께서도 지켜보시며 흐뭇해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단에서는 많은 동시대 문화예술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현재 열리고 있는 <수림뉴웨이브 2018>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 <수림뉴웨이브 2018>은 30여 가지의 공연, 전시, 토크, 워크숍, 푸드 시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료입장이 가능하지요. 올해는 ‘일상의 취향’을 주제로 <취향을 듣다>(유료공연), <취향을 나누다>(토크 & 전시), <취향을 공유하다>(워크숍), <취향이 통하다>(워크숍&팝업 스토어), <취향을 즐기다>(무료공연 & 마켓) 등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가 펼쳐집니다. 세 팀의 음악인들이 선보일 컨템포러리 국악에서 <취향을 듣는다>. 세계적인 스트리트댄서 ‘제이블랙 앤 제이핑크’는 편안한 토크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공유합니다. 싱어송라이터 조동희와 홍대라이브클럽 VELOSO 박정용 대표는 취향공동체를 화두로 서로 대화하고요, 민화 드로잉 워크숍과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색깔점토 만들기를 통해 다양한 취향을 공유합니다. 취향커뮤니티의 만남이 이뤄질 향수 워크숍(트레바리X가르니르)과 신수시장의 그림마켓도 진행합니다. 각자 자신의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생활문화마당에서는 안코드, 오드트리 등의 공연, 어린이에게 자신있게 권할 음식을 추구하는 ‘카페비하인드미’의 마카롱, ‘순두부청년’의 순두부아이스크림 등의 푸드트럭, 핑거프린트 매거진, 가죽브랜드 올라까삐딴, 오시영 모빌 등의 브랜드마켓이 펼쳐집니다. 야외 공간에서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고요, <수림뉴웨이브2018>은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취향을 듣고, 나누고,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자신의 취향을 즐기고,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 정말 멋진데요. 이렇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올라오다가 조동희 음악감독(싱어송라이터)을 만났어요. 그분 노래 좋아하는데 공연 꼭 보고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이사님은 1999년 고쿠시칸대 시간강사를 시작해 부교수에 오른데 이어 2005년 수림외어전문학교 이사장에 취임하여 수림외어전문학교를 정상화시킨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림외어전문학교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일본 동경에 소재한 수림외어전문학교

: 일본 학교법인 금정학원 수림외어전문학교는 1988년 김희수 이사장님께서 설립하셨습니다. 일본 동경에 소재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제가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1987년 중앙대를 인수한 김희수 전 이사장은 배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평생을 고민해온 교육자였습니다. 15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대학을 마치고 갖은 일을 마다 않고 돈을 벌었지요. 일본에서 덜 먹고 덜 자고 덜 쓰면서 기업을 일으켜 한때 자산가치만도 수조원에 이르는 거상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는 한국으로 건너가 학교설립을 타진했으나 각종 인허가에 묶여 쉽지 않아서 차선책으로 1984년 말 동경도 강동구 대도에 부지를 샀습니다. 금정학원 산하 수림외어전문학교의 깃발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4년간 준비 끝에 1988년 1월 수림외어전문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수림외어전문학교는 학교법인 금정학원의 2년제 대학으로 설립인가를 받아 한국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를 가르치는 4개 학과를 개설하고 정원 320명을 뽑아 개교한 것이지요. 그러나 개교 후 많은 힘든 상황이 겹쳤지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MF가 터지면서 재기 불능의 식물학교가 되었습니다. 앞이 깜깜했지요. 다시 정상화하기 위해 흘린 땀과 눈물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이제 모두 정상화되고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올해로 수림외어전문학교(이사장 신경호)는 개교 30주년을 맞았는데요, 11월 2일부터 3일까지 1박2일간 동경 일본어학교에서 설립자인 김희수 전 이사장의 창학 정신을 기리기 위한 세미나도 엽니다.

: 네 기회가 되면 저도 김희수 선생님의 얼이 서린 수림외어전문학교를 한번 방문해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수림문화재단에 대해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 김희수 선생님께서는 수림문화재단의 설립을 통하여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문화 예술 분야의 육성에 헌신하셨습니다. 우리 문화예술 분야의 환경은 급격한 글로벌화의 진행에 따라, 세계는 훨씬 가까워지고,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으며 개인의 생활에는 다양한 문화적 요인들이 교감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문화는 고정적이고 정적인 것으로서는 표상할 수 없게 되고, 끊임없이 교류하고 변모해 갈 것입니다. 수림문화재단은 지금까지 인간에 대한 따 뜻한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문화 격차해소, 전통 문화 예술의 육성, 인재 양성, 한일 문화 교류 등 국제 교류에 앞장서온 역할은 물론이거니와, 시대적 변화와 환경에 맞추어 적극적인 내용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김희수 선생의 뜻을 이어 받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수림문화재단의 아름다운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경호 이사장은 1983년 유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넘어갔다가 당시 수림외어전문학교 이사장인 김희수 전 이사장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김희수 전 이사장은 2012년 타계했지만 그는 수림문화재단 설립자이신 김희수 전 이사장의 뜻을 받들어 지금까지 35년간의 아름다운 사명을 감당해나가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부랴부랴 행사장으로 향했다.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도심 속 휴식’을 제공하는 ‘수림뉴웨이브 2018’ 행사에는 청소년들과 대학생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무엇이든지 열정을 쏟으며,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환하게 미소 짓는 그가 보인다. 그의 모습에서 낮은 자세로 헌신을 다했을 김희수 전 이사장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