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Theme] 커피 광고 이야기
[11월 Theme] 커피 광고 이야기
  • 김정우(고려대 교수)
  • 승인 2020.11.02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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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커피를 마실까? 혼자서 그 맛과 향을 음미하기 위해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더 자주 커피를 마시고 있지는 않은가. 혼자 음미하는 행복보다 여럿이 함께 나누는 감성적인 만족이 더욱 큰 법이니. 감성적인 만족이 중요한 것은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논리적으로 상품을 잘 설명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유야 어땠건 사람들로 하여금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야 하는 것이 광고이기 때문이다. 커피와 광고가 만나는 지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커피 광고에서, 아니 대한민국의 광고에서 큰 획을 그은 브랜드 중의 하나가 ‘맥심’이라고 생각한다. 1980년에 출시된 맥심의 광고가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이다.

<김은국 편, 1990)>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인생을 듣는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커피의 명작, 맥심.

  서재에 앉아 작품을 고민하던 작가 김은국이 여행지에서 만난 노인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회상하는 것이 광고 내용의 전부이다. 이 광고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은 역시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이 ‘가슴이 따뜻한’ 사람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즐거움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자리에 ‘맥심’이 있다. ‘맥심’은 그런 이야기 자리에서 제몫을 해내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방문 편, 1999>
이 세상 가장 향기로운 커피는
당신과 마시는 커피입니다.
커피를 아는 사람의 커피, 맥심.

  연인이 기차를 타고 바닷가를 방문한다. 둘은 바닷가를 거닐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으로 광고는 끝난다. 그리고 석양이 지는 찻집 창가에 앉은 두 연인 사이에 ‘맥심’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커피’는 어떤 커피일까. 광고이기 때문에 ‘맥심’이라고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당신과 마시는 커피’이다. ‘맥심’이라는 대답은 의도적이고 강요된 대답이지만, ‘당신과 마시는 커피’는 잔잔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대답이다. 그리고 이미, 마지막 한 줄을 통해 사람들은 모두 ‘맥심’이라는 답을 알게 되지 않는가.

<트래블 위드 맥심, 2015>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걸음으로
매일 허니문을 떠납니다.
한 잔의 커피는 한 번의 여행입니다.
맥심.

  맥심 광고답게, 내용은 간단하다. 달이 밝은 저녁, 중년의 부부가 공원을 산책하다가 가져온 맥심 커피를 마신다는 내용이다. 이 광고에서는 ‘한 잔의 커피’를 ‘한 번의 여행’ 이라는 의미로 규정한다. 광고의 내용대로 산책이 아니라 ‘여행’이다. 그들은 ‘매일 허니문을’ 떠나는 기분으로 산책을 하기 때문이다. 그 짧은 여행길에 ‘맥심’이 함께 한다. 커피에 대해, 커피와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감성적으로.

<커피라는 행복-이해, 2016>
아빠 : 커피?
아들 : 네.
아빠 : 아빠가 타줄게.
아들 : 아빠도 힘드시겠어요.
아빠 : 너만 하겠니.
자막 : 커피 때문에 통한 건 아니겠지만 커피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Na : 커피라는 행복, 맥심.

  방에서 공부를 하던 아들이 커피 생각이 나서 주방으로 나온다. 마침 커피를 끓이고 있던 아빠가 커피를 끓여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광고의 내용이다. 이 광고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자막으로 처리된 ‘커피 때문에 통한 건 아니겠지만 커피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들에게 커피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의 ‘커피라는 행복’이라는 슬로건이 더욱 가슴에 닿아온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 전에 마음을 먼저 움직이게 해라’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마음이 내켜야 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광고는 아이디어와 메시지로 마음을 움직여 구매라는 행동을 이끌어낸다. 그렇다면 커피는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 아마도 그 다양한 답들을 지금까지 살펴본 광고들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도 커피를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누구에겐가 “언제 커피 한잔 하자.”라는 말을 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김정우
고려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LGAd(현 HSAd) 카피라이터와 ㈜NOCA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이다.

 

* 《쿨투라》 2020년 11월호(통권 7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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