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Theme] 로맨틱한 커피의 성지, 시애틀
[11월 Theme] 로맨틱한 커피의 성지, 시애틀
  • 손희(본지 에디터)
  • 승인 2020.11.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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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라이언과 톰행크스 주연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탓일까? 간혹 비라도 촉촉이 내리는 밤이면 생각만 해도 왠지 로맨틱할 것 같은 도시 시애틀로 떠나보고 싶었다. 더군다나 시애틀은 매력적인 커피의 도시이자 천재 뮤지션 지미 핸드릭스가 탄생한 도시가 아닌가?
  그런 꿈을 꾸던 내게 2017년 여름 캐나다 벤쿠버에서 국제문화예술교류를 하며 2개월간 머무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밴쿠버에서 시애틀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마음만 먹으면 당일치기도 가능한 시애틀로 떠나기 위해 이른 아침 여권과 비자를 챙겼다.
  캐나다 국경을 넘어 국로로 4시간 정도 달렸을까? 우주선 모양으로 생긴 185m 전망탑 시애틀의 랜드마크 스페이스 니들(Space Nedele)이 미국 시애틀에 당도하였음을 알렸다. 시애틀은 내가 본 영화에서처럼 예뻤다.


  영화 속의 명소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노라 에프론 감독)에는 시애틀의 다양한 명소가 등장한다. 특히 극 중에서 샘(톰 행크스)이 이사 온 레이크 유니언(Union Lake) 수상가옥, 그리고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은 시애틀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100년 넘게 사랑을 받고 있는 전통시장이었다. 싱싱한 연어와 바닷가재, 각종 해산물들과 농가에서 직접 내다 파는 농산물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거기서 구입한 해산물을 와인 한 병 사서 바닷가에 들고 나가 마실 수도 있는 낭만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늦가을 시애틀에서 만나는 운명적 사랑을 보여주는 국내 영화 <만추>(김태용 감독)역시 시애틀의 다양한 곳들을 보여준다. 영화 속 남녀 주인공 훈(현빈)과 애나(탕웨이)가 시애틀에 도착하고 떠나는 곳의 배경이었던 유니온 스테이션 (Union Station)은 현재 운행은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또한 두 주인공이 탑승했던 ‘라이드 더 덕(Ride the Duck)’은 90분 동안 시애틀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사람의 손길이 가닿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울창한 열대 우림 속에 살고 있는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트와일라잇>(캐서린 하드윅 감독)은 시애틀에서 차로 3-4시간 정도 떨어진 올림픽 국립공원 (Olympic National Park)에서 촬영되었기에 짧은 일정에서는 가볼 수 없었다. 다시 시애틀에 오게 된다면 그때에는 극 중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가 살던 숲, 호 레인 포레스트(Hoh Raino rFest)와 이사온 후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지루해하던 시골 동네 포크스(Forks)에서 자연의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느껴보고 싶었다.
  또한 세계 최대의 온라잇 마켓 아마존, 전세계 항공 산업의 양대 산맥 보잉사, 윈도우 시스템을 개발한 마이크로 소프트의 본사가 모두 시애틀에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미 북서부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워싱턴 주립대학도 바로 시애틀에 있었다. 바닥에 붉은 벽돌이 깔려 모스크바가 떠오르는 ‘붉은 광장’이나 해리포터 도서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수잘로 도서관’ 등과 봄이 오면 벚꽃이 만개해 환상적인 산책로가 펼쳐지는 ‘콰드(Quad)’는 시애틀을 찾는 여행객들에겐 특별한 명소가 아닐 수 없다.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약 30분 거리에는 시애틀에서 가장 큰 공원인 디스커버리 공원(Discovery Park)이 있다. 이 공원은 모래 해변, 엘리엇 베이, 캐스케이드 산 등을 조망하며 즐기는 산책 코스로 유명하며 어린이 놀이터, 피크닉 테이블, 방문자 센터 등이 있다. 미국 원주민의 예술과 공예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데이브레이크 스타 컬쳐 센터를 비롯한 시애틀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해안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애틀 대관람차(Seattle Great Wheel)도 있다. 그뿐인가? 독특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 지미 핸드릭스&모팝(MoPop)에서 전설적인 록가수이자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를 만날 수 있다.

 

  세계 커피의 성지, 시애틀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요소 또한 잘 보존돼 있는 시애틀이라는 이 도시가 영화처럼 꼭 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구 70만 명에 카페 1만 개 이상이 포진한 이 도시를 설명하는 가장 간단명료한 단어는 바로 ‘커피’일 것이다. 시애틀의 자욱한 안개는 공원 산책에 운치를 더하고, 비를 머금은 구름은 커피의 맛과 향을 더욱 진하게 한다.
  금융정보사이트 월렛허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62%가 매일 평균 세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내 커피 시장 규모가 480억 달러에 달하는가운데 10명 중 6명은 매일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그리고 전국 최고의 커피 도시로는 시애틀이 선정됐다. 어떻게 시애틀은 커피의 도시가 되었을까?
  시애틀은 근처 바다에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인근 산맥에 부딪치면서 자주 비를 뿌리기 때문에 시애틀의 가을과 겨울은 ‘커피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며,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 문화가 발달한 것은 시애틀의 문맹률이 낮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미 통계국에 따르면 이 지역 25세 이상 인구의 54%가 대학 졸업자일 정도로 교육수준이 높다. 게다가 1인당 독서량도 미국 내에서 시애틀이 가장 높다. 이러한 통계 결과를 비추어 봤을 때, 시애틀은 책을 보거나 쉬면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를 찾는 소비자층이 두텁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스타벅스 커피 체인 1호점
  그래서일까 스타벅스 커피 체인의 1호점이 바로 그 시애틀의 재래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앞에 있다. 이처럼 시애틀은 ‘스타벅스(Starbucks)’의 고향인 셈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 스타벅스가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애틀은 마치 커피의 성지처럼 떠오르게 되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은 시애틀을 ‘Fall in Love(사랑에 빠지다)’,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도시로 세상에 알렸다. 커피의 성지이자 사랑에 빠지는 도시라는 꽤나 로맨틱한 타이틀을 지닌 이 도시는 바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라떼아트의 Origin(최초)을 탄생시킨 도시이기도 하다.
  인스턴트커피의 확산이 커피 시장의 제1의 물결(The First W ave)을 뜻한다면, 프랜차이즈 카페의 성행을 제2의 물결(The Sceond Wave)이라고 부른다. 제2의 물결을 전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최초의 로고를 사용하는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에 위치한 스타벅스 1호점(Starbucks)은 1971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시애틀의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이라는 지역 시장에서 탄생했다. 대학 동기였던 제럴드 볼드윈(Gerald Baldwin), 고든 보커(Gordon Bowker), 지브 시글(Zev Siegl)이라는 세 친구가 의기투합하여 이곳 시장 근처에 아주 작은 아라비카 원두 전문점을 오픈했다. 이들은 평소에 맛이 부드럽고 향이 좋은 아라비카 원두를 즐긴 데다 직접 아라비카 원두를 구매하거나 우편으로 배송받을 정도로 열성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들은 질 좋은 아라비카 원두의 시장 경쟁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이것이 곧 스타벅스 1호점 오픈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 뒤로 전문 경영인 하버드 슐츠(Howard Schultz)가 스타벅스를 인수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나갔다. 고급 커피에 편안한 매장의 분위기를 더한 것, 그리고 스타벅스 매장 어디서든 균일한 커피 맛을 내도록 한 것이 프랜차이즈 카페로 나아갈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이었다. 이처럼 거대한 북미 시장에서 최초로 아라비카 원두 전문점으로서 성공한 뒤 전 세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표본이 된 스타벅스 1호점이 바로 시애틀에 있다.
  이곳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커피맛을 보겠다고 길게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1시간 이상을 기다려서야 겨우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은 입구 옆의 거리악사가 달래 주었다. 최고 인기 상품은 스타벅스 1호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으로 전세계 스타벅스 중에서 유일하게 가슴을 드러낸 갈색의 인어(세이렌)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로고가 그려진 텀블러는 15~20불 정도였으며, 커피는 테이크아웃만 할 수 있었다.


  마니아들만 아는 보석 같은 커피 브랜드
  사실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 때문에 이곳 스타벅스 체인점의 숫자는 많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시애틀 다운타운에만도 100여 개의 스타벅스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꼭 스타벅스가 아니어도 시애틀에는 대표적인 라떼아트 ‘로제타’가 탄생한 곳, ‘에스프레소 비바체(Espresso Vivace)’, 시애틀 공정무역 커피의 선구자, ‘카페 비타Ca(fé Vita)’,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라 마르조코 카페 앤 쇼룸la( Marzocco Café and Showroom)’, 고집스러운 커피 철학, ‘시애틀 커피 웍스(Seattle Coffee W orks)’, 바리스타 손 끝의 섬세함으로 완성되는 커피, ‘밀스테드 앤 코(Milstead & Co.)’, 엘름 커피 로스터, 스토리빌커피, 올림피가 커피 로스팅 등 마니아들만 아는 보석 같은 커피 브랜드가 너무나 많다.
  시애틀 최초의 빈투바(Bean-to-Bar) 초콜릿 숍인 떼오 초콜릿,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던 프란스 초콜릿과 로컬에서 로스팅 되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감성 넘치는 체다&스폭스 카페 등 커피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시애틀은 고유의 커피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는 카페들의 천국이었다. 개성 넘치는 시애틀의 카페뿐만 아니라 커피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시애틀 시민들의 모습도 감명 깊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재래시장까지 이어지는 카페 거리에서는 거리의 악사들이 기타를 치거나 노래를 부르며 반긴다. 파이크 스트리트에서 1번가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갤러리와 꽃집,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언덕을 넘어 뻗은 길 사이사이로 여유롭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처럼 시애틀은 평화로웠다. 해가 져도 외진 골목이 아니면 위험하지 않고 항구는 눈부시게 반짝였다. 지미 헨드릭스가 전당포에서 기타를 구입한 것처럼 기타와 악기, 카메라 등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전당포도 만날 수 있다.
  영화에서처럼 <When I Fall in Love>의 선율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도시 시애틀이다. 커피 애호가라면 커피를 사랑하는 이 도시에서 한 달, 아니 며칠이라도 로맨틱하게 한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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