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그 작고 비밀스러운 문 - 그 앞에서 Concept Artist 피터 한을 만나다
판타지, 그 작고 비밀스러운 문 - 그 앞에서 Concept Artist 피터 한을 만나다
  • 김준철(미술 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18.12.2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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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제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그것은 물리적인 부분에서만 아니라 개념적이거나 피상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모든 상식과 비상식을 넘어선 상상이 현실 안에서 실현되고 있다. 또한 무섭도록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그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와 현실, 소설과 현실, 만화와 현실, 게임과 현실, 그림과 현실......모든 현실 안에서 상상되어지는 창작품들이 그 현실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바라보는 현실 너머의 상상을 우린 아마도 ‘판타지’라고 부르는 것 같다. ‘판타지’라는 단어가 담아내고 있는 것은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임은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오늘 이 현실세계보다 판타지적 세계에 조금은 더 가깝게 살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피터한. 그의 직업은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직업인 컨셉 디자이너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11월이었던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 버뱅크에서 매년 열리는 CTN Expo에 관람을 갔을 때였다. CTN Expo는 캘리포니아 Burbank시에서 열리는 연례행사이고 Anime와 Art Community가 함께 많은 관련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New Art-Works를 선보이고 Network 형성을 이루고자하는 목적에서 열리는 행사이다. 또한 많은 학생들에게 교육적 기회를 제공하는데도 큰 신경을 쓰고 있다. Career 충고와 Portopolios에 대한 리뷰나 견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그곳에서 유독 많은 관객들이 모인 방으로 휩쓸려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초대작가로 강연 중이던(강연이라기보다는 즉석에서 그리는 그림을 그리는 형식이었다.) 작고 탄탄한 체격의 피터 한을 보게 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이미 수년간 초대작가로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 기간 동안 많은 Workshop과 강연, 그리고 직접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었다. 그날을 계기로 SNS를 통해 업데이트 되는 그의 작업이나 활동을 지켜보게 되었고 마침 《쿨투라》에서 1월 ‘판타지’를 주제로 한다는 편집회의 결과를 알고 그를 찾게 되었다.

 인터뷰에 앞서 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기로 한다. 그는 게임 스튜디오 Technicolor에서 일했었다. 그의 첫 번째 메이저 타이틀은 Warhawk로서, 우리도 익히 아는 Playstation 3에 나온 차량디자인이었다. 또한 Bottlerocket이라는 스튜디오로 옮겨와 고전 게임의 액션 호러 리메이크 인 Splatterhouse라는 게임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그가 작업한 소스로 SYFY 채널을 위한 TV 프로그램이 개발되기도 했다. 또한 개인적 다른 프로젝트도 상당히 많이 진행했다. 하나는 2011년 코카콜라를 위한 Superbowl의 주요 광고에 많은 생물과 캐릭터를 디자인했으며 2017년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에 대한 영화 소개를 돕기도 했다. 이 게임은 American Baseball의 주요 순간을 게임의 시작 비디오로 제작하는 과정을 촬영한 것이다. 이 영화 비디오는 <Pardon my Dust>라고 불리는 2013년에 짧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 당시 킥 스타터Kickstarter 프로젝트를 만들어 자체 책 출판에 들어갔고, 첫 번째 주요 책은 피터 한이 강의실에서 초크 드로잉 노트로 만든 작품 모음이었다. 그는 이외에도 많은 엔터테이먼트 분야와 패션상품, 그리고 많은 크고 작은 브랜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Korean-American Concept Artist

 우선 자신에 대해 소개해주기 바랍니다.

 : 피터 한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Korean-American입니다.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인근 학교 Brainstorm School과 Concept Design Academy, CG Master Academy 등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8년째 재직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게임이나 광고, 제품, 브랜드 등에서 Concept Artist로 활동 중입니다.

 어떻게 이쪽 분야를 하게 되었습니까?

 : 2004년 Art Center를 졸업 후, Burbank 인근 Game Industry의 Technicolor Studio에서 Artist로 일했으며 당시 전임교수였던 Norman Schureman 교수의 후임으로 학교에 재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무언가 경험을 하면 그것을 반드시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그런 경험과 호기심을 끝까지 지원해주고 응원해준 부모님과 주위 환경이 중요했다고 생각됩니다.

 소통할 수 있는 ‘Visual Library’로써의 판타지

 이번 《쿨투라》의 주제가 ‘판타지’에 대한 것인데 자신에게도 친근한 주제라고 생각되는데 어떤가요?

 : 내 작업 분야의 모든 주제는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나는 게임, 일러스트레이션, 패션 및 만화에서 일했으며 항상 모든 사람들과 소통을 시도해 왔습니다. 내 모든 이야기는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그런 다음 우리는 그들에게 환상적인 부분을 첨부해서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판타지'는 내가 집중하는 상당히 큰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판타지’는 결국 모든 예술 분야에서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상상력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상상력을 키우고 있습니까?

 : 상상력의 개발이란 무엇보다 끈질긴 관찰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내 주변을 인식하고 경험하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영감의 연료인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젊은 예술가들이 교육과 여행을 통해 실제 삶을 경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더 많은 이야기와 경험을 구축하는 것을 우리는 ‘Visual Library’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상상을 기초로 현실에서 구체화 한 작업들이 있을 텐데 그 중 하나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겠습니까?

 : 나의 경우, 개인적인 경험을 끌어내어서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여기에 많이 쓰이는 것이 Visual Design으로 내가 찾아낸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입니다. 하나의 스타일을 개발하려면 그것을 개발할 프로젝트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그 방향을 찾기 위해 많이 그립니다. 현재 내가 작업하는 프로젝트는 그래픽소설입니다. 제가 직접 쓰고, 그리고, 디자인하는 작업입니다. 이 책은 몽고를 기반으로 한 역사적인 판타지 이야기로 아시아 전역의 신화적 무기를 찾기 위해 성전에서 파견 된 Blacksmith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것입니다. 그는 중국, 한국, 일본과 같은 곳으로 여행하여 신화와 역사 속에서 실제 무기를 찾기 위해 모험을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멘토와 견습생뿐 아니라 인간 대 자연에 대한 고전적인 이야기 유형에 기초합니다.

 『The Blacksmith』발간과 아시아 진출도 희망

 방금 언급한 것처럼 지금 하는 일들이 상당히 많은 분야에 적용되고 사용된다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알기로 이미 발간한 서적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 2016년에 발표한 교육용 책인 다이내믹 바이블Dynamic Bible은 내가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모든 나의 개인 메모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나의 멘토 Norm로부터 Art Center에서 개발된 ‘Dynamic Sketching’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관찰 스케치를 강조하여 박물관과 같은 실제 장소로 가서 시각적 데이터를 연구하고 수집했습니다. 나의 현재 계획은 위에서 언급했던 ‘The Blacksmith’를 발간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자가 출판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Kickstarter를 통해 펀딩을 마련하여 인쇄 및 배포에 도움을 받으려고 합니다. 2019년 초에 책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Concept Art는 여러 다른 장르들과 함께 새로운 예술적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시도들을 하고 있다. 그럼으로 더욱 젊은층에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진출하려는 것 같은데 이들에게 조언의 말을 해준다면?

 : 일단 원근법, 스케치, 색상 및 조명과 같은 기본 사항을 매우 세밀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이 기본 기술은 당신이 선택한 방향에 갈수 있도록 도와주며 언제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기억해야하는 도구입니다. 기술이 약한 경우에는 선택한 필드에서 자리 잡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적응력이 뛰어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적응력이 높은 아티스트여야 합니다. 누군가를 따라갈 수 있는 길은 거의 없기 때문에, 자리를 옮겨 다니며 기회를 잡아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합니다.

 결국 많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초적인 베이스가 탄탄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요. 굉장히 많은 첨단 기술들이 개발되고 사용되어지고 있는 지금, 그 모두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물론입니다. 오락산업의 큰 부분은 기술입니다. 하지만 결국 디지털적인 도구는 예것의 복제이기도 합니다. 기술은 단지 옛 것들을 조금 더 간편하게 만들어 놓은 것뿐입니다. 직업적인 부분에서 전통적인 도구 즉, 펜이나 연필의 활용을 충분히 읽힌 후에 첨단 도구들을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많은 인내심과 예민함을 가지고 전통적 도구를 다루다보면 첨단 디지털도구들 역시 쉽게 그리고 빨리 다룰 수 있게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게 결국 기초가 되는 것이겠지요.

 새해의 계획이나 소망을 묻는다면?

 : 우선 나의 첫 번째 만화책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이런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입니다. 나는 만화를 쓰거나 그려 본 적이 없기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최상의 결과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시도하면서 배워나가려고 합니다. 그것을 통해 계속해서 배우고 또 그것으로 강해질 것을 믿습니다. 나는 또한 지난 2년 동안 워크샵과 강연을 위해 국제적으로 많은 여행을 해왔습니다. 여행은 내가 정말로 즐기는 일이며 많은 곳에서 내 경험을 학교와 행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나는 유럽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게 되겠지만 아시아로의 진출 기회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지금도 무수한 장르에서 배우고 적응하며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더 많은 부분에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것은 현재 여러 회사와의 계약관계로 밝히지 못한다고 했다. 이는 이쪽 시장의 특성이며 암묵적인 부분도 계약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Concept Art는 협동 작업을 가장 필요시하는 예술 중 하나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많은 Concept Artist들이 기성시대의 틀과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상적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도출된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고자 하는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되어진다. 또한 그러한 결과물들은 작가가 경험하는 삶과 만들어내는 작품을 분리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즉, 판타지는 결단코 현실을 배제한 그 무엇이 아니라, 현실을 탄탄하게 바탕에 둔 피조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Concept Artist인 Don Graham은 “예술로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예술가로서 처음에 느꼈던 감동과 다르지 않은 일을 지루하게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이들은 자신이 만드는 세계를 강화하고 또 나누며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과연 어디까지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지 생각을 가지게 된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든 장르가 연결되고 그 경계를 구별할 수 없는 세상, 보여지는 극대화의 상상 속에서 과연 우린 어떤 꿈을 꿀 수 있을지...그게 가능할지 비관적인 생각이 앞선다. 상상은 그 안에 반드시 또 다른 상상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 여지를 남겨두고 그 부분을 관객들에게, 독자들에게, 다른 모든 이들에게 돌려주 는 것 또한 그것을 만드는 이들의 몫이라 생각된다. ‘판타지’란 결단코 상상의 끝이 아니라 언제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작고 비밀스러운 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문이, 그 벽이 부서지면 그것은 더 이상 ‘판타지’의 역할을 잃은 허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쿨투라》 2018년 12월호(통권 5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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