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Theme] 블랙핑크의 ‘세계적 영향력’
[12월 Theme] 블랙핑크의 ‘세계적 영향력’
  • 김지혜(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 승인 2020.12.0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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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음악 아이콘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현상(phenomenon)’이라는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그룹.”

지난 6월 미국 유명 토크쇼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의 진행자 지미 팰런은 그룹 블랙핑크를 이렇게 소개했다. 블랙핑크는 지난 10월 발매된 그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디 앨범(The Album)>의 선공개 싱글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의 무대를 이 쇼에서 최초 공개했다. 한복 저고리를 입고 강렬한 힙합 음악에 맞춰 파워풀한 군무를 추는 블랙핑크의 모습은 유튜브로도 중계돼 전 세계의 관심을 샀다. 태국·뉴질랜드·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이 미국 쇼에서 한복을 입고 펼치는 K팝 공연이라니, 진풍경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

  2020년은 블랙핑크가 펼친 ‘진풍경’으로 가득한 한 해였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블랙핑크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팝스타 1위로 선정했다. 역사상 한국은 물론 그 어떤 아시아 아티스트도 오르지 못한 고지다. 방탄소년단은 이 차트에서 10위를 차지했다. 무엇이 블랙핑크를 “음악적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파동을 일으킨”(블룸버그) 팝스타로 만들었을까. 전문가들은 거대 팬덤 ‘아미’를 버팀목 삼아 세계 최정상 보이그룹으로 거듭난 그룹 방탄소년단과는 성공의 맥락이 다소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의 음악은 물론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2위로 진입하며 K팝 걸그룹의 새 역사를 쓴 <디 앨범>은 올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개 앨범 중 하나로 기록됐다.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서 2위까지 오르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핑크의 ‘세계적 영향력’은 단순한 음악의 인기로만은 설명되지 않는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 블랙핑크가 보여준 압도적인 영향력은 이들이 선취한 ‘K팝 셀러브리티’로서의 이미지가 세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 아티스트 중 2위, 여성 아티스트로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블랙핑크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1월 18일 기준 5320만명이다. K팝 그룹 최초로 13억뷰를 넘긴 <뚜두뚜두>를 비롯해 10억뷰 이상 뮤직비디오를 4편 보유 중이며, 지금까지 발표한 10개 뮤직비디오의 합계 조회수는 무려 71억뷰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영향력도 무시무시하다. 국내 연예인 중 가장 많은 팔로워 수를 자랑하는 리사를 비롯한 블랙핑크 네 멤버의 팔로워 수는 11월 18일 현재 총 1억1600만명에 달한다. K팝을 세계적 장르로 만든 소셜 미디어에서의 파급력, 그 중심에 블랙핑크가 있는 셈이다.

ⓒYG엔터테인먼트

  왜 블랙핑크였을까. 방탄소년단이 팬덤형 인기를 구가한다면 블랙핑크는 셀러브리티의 이미지를 활용해 좀 더 대중에 소구하는 경향이 있다. 블랙핑크 각 멤버들은 K팝 특유의 세련된 이미지에 영어, 태국어 등 다국어 구사가 가능하다는 장점 등으로 세계 대중과 소통하는 셀러브리티로 거듭났다. 특히 K팝 아이돌로는 최초로 모든 멤버가 럭셔리 및 하이앤드 패션 하우스의 공식 앰배서더로 활약할 만큼 고급스럽고 개방적인 이미지가 이들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의 인기는 아이돌형에 셀러브리티형을 추가한 것에 가깝다. 블랙핑크의 경우 독보적인 SNS 팔로워 숫자나 해외 유명 브랜드, 패션지와의 교류가 눈에 띈다. 각 멤버들의 셀러브리티로서의 인지도가 음악의 인기에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넷플릭스

  “블랙핑크가 특별하고 눈에 띄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의 결합 때문이다.” 지난 10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에 출연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프로듀서 테디는 블랙핑크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뉴질랜드, 호주, 태국, 한국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자란 각 멤버들은 자유롭고 유쾌하게 경계를 넘나드는 소통을 즐긴다. 해외 스타와의 협업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지난 5월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의 협업곡 <사워 캔디(Sour Candy)>로 글로벌 음악 시장을 달궜던 블랙핑크는 지난 8월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부른 <아이스크림(Ice Cream)>으로 세계 음악팬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기존의 미국 음악팬들에게도 블랙핑크의 음악이 ‘낯선 것’이 아닌, ‘새롭고 흥미진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와 음악, 아티스트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이들 특유의 융화력과 포용력 덕분이다.

ⓒYG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데뷔 이래, 계속해서 정점을 갱신해온 5년이었다. 데뷔하자마자 K팝 시장을 장악하고, 곧 월드투어 전석 매진과 세계 최대 음악 축제로 꼽히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걸그룹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곳으로 성장만을 거듭해 온 블랙핑크 멤버들이지만 그 출발은 ‘연습생’이었다.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에서 제니는 말한다. “K팝을 K팝답게 만드는 건 연습생으로 지낸 시간인 것 같아요.” 평균 5년에 달하는 연습생 기간, 멤버들은 데뷔 하나만 보고 달려온 노력의 시간을 공유한 ‘전사’들이 됐다.

  “2주에 한 번씩 쉬는 날이 있고 그다음에 다시 13일간 연습하는 거죠. 하루에 14시간씩 훈련만 하는 거죠.” “어린 소녀들이 모여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는 거니까요.” 기약 없는 데뷔를 향한 훈련과 경쟁의 끝없는 연속, 그 끝에 블랙핑크가 탄생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의 아찔한 도약. 누구보다 짜릿한 성장기를 보내는, 개성 넘치는 네 명의 멤버들에게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2021년의 블랙핑크가 열어젖힐 또 다른 세상을 기대해본다.

 

* 《쿨투라》 2020년 12월호(통권 7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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