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Theme] 싱싱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요섹남녀’로 거듭나기
[1월 Theme] 싱싱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요섹남녀’로 거듭나기
  • 김구철(문화일보 기자)
  • 승인 2020.12.29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밥 레시피: 미역국과 카레

  ‘집밥’의 사전적 의미는 ‘가정에서 끼니때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바깥에서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집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집의 기능 중 취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밥을 집에서 먹는 게 당연하지만 굳이 외식(外食)과 구분해 강조하는 것은 가족을 진정한 가족으로 묶어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밥상머리교육’까지 가지 않더라도 집밥의 장점을 무수히 꼽을 수 있다. 우선 가족 구성원들이 건강해진다. 파는 음식처럼 이윤을 남길 필요가 없으니 좋은 재료를 사용하게 되고, 불특정 다수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조미료를 넣을 필요도 없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함께 모여서 밥을 먹다 보면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을 알게 돼 거기에 맞춰가며 관계가 돈독해진다. 또 추억을 쌓을 수 있다. 맛은 기억의 산물이다. 집밥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가족에 대한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집밥은 대개 어머니나 아내가 만들지만 모두 집에 머물러야 하는 이 시기에 남편이나 아들딸이 ‘집밥 요리사’로 나서는 건 어떨까. 싱싱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조금만 노력하면 ‘요알못(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요섹남녀(요리할 때 섹시한 남녀)’로 거듭날 수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제철’이라고 치면 ‘지금’ 나오는 식재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제철 식재료는 자연의 힘으로 성장해 면역력이 강하다. 사시사철 먹기 위해 인공적인 환경을 만들어 재배한 식재료는 건강하지 않고, 맛도 떨어진다.

  먼저 만들려는 음식을 정하고, 포털사이트나 유튜브를 통해 그 음식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처음에는 조리과정이 복잡한 음식보다는 포인트만 잘 살리면 쉽게 만들어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을 고른다.

  바로 미역국과 카레다. 미역국은 건미역을 물에 불려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며 국간장, 다진마늘만 넣고 소금으로 간하면 완성된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인 미역국 앞에 다른 재료 이름이 붙으면 왠지 난이도가 높은 음식으로 느껴진다. 지금이 제철인 가지미로 미역국을 끓여보자. 싱싱한 생물 가자미로 미역국을 끓이면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해 보양식을 먹는 느낌이 든다. 미역국 전문식당에서 가자미미역국을 주문하면 대개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낸다. 보기는 좋지만 먹기가 불편하다. 가자미를 살 때 껍질을 벗기고, 살을 발라달라고 하면 된다. 바쁘다며 안 해주는 가게도 있지만 간곡히 부탁하면 해준다. 살을 발라낸 뼈와 머리도 꼭 받아와야 한다. 살이 통통하고 큼직한 가자미 2마리면 4인 가족이 넉넉히 먹을 수 있다. 건미역 두 줌 정도를 물에 불린다. 20분쯤 불리면 된다.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른 후 물기를 빼서 참기름 두른 냄비에 볶는다. 오래 볶을수록 미역이 부드러워진다. 홍합도 제철이니 생홍합살을 넣으면 시원한 맛이 배가된다. 중불에서 미역과 홍합살을 함께 볶다가 국간장 한 숟가락 넣고 더 볶은 후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끓인다. 다른 냄비에 멸치·다시마 육수를 내서 팔팔 끓을 때 가자미 뼈와 머리를 넣고 1시간쯤 우린다. 미역 국물이 뽀얗게 될 때쯤 가자미뼈 육수를 채망이나 면포에 걸러 섞는다. 다진마늘과 멸치액젓 반 숟가락씩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발라낸 살은 소금과 후추로 살짝 밑간해 팬에 굽는다. 살을 굽지 않고 국물에 바로 넣으면 부스러져 지저분해진다. 구운 가자미살을 국물에 얹어 한소끔 더 끓이면 된다.

  인도 음식인 카레도 한식처럼 느껴질 정도로 흔한 음식이 됐다. 하지만 조금 공을 들이면 고급 음식이 된다. 소고기에 방점을 찍은 비프카레를 만들어보자. 카레의 조리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양파와 다른 재료를 볶은 후 물을 붓고 카레를 넣어 끓이면 된다. 하지만 깊은 풍미가 나는 맛있는 카레를 먹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한우 채끝살과 양파, 감자, 고형 카레, 고형 치킨스톡을 준비한다. 소고기를 뭉근히 끓이려면 지방이 적고 씹는 맛이 느껴지는 아롱사태를 사용하는 게 좋지만 스테이크처럼 육즙을 즐기기 위해 채끝살을 선택했다. 가격이 비싸지만 가족이 먹는 음식이니 한우로 사자. 양파 2개(4인분)를 가늘게 채 썰어 냄비에 올리브유와 버터를 넣고 볶는다. 양파를 볶는 정도에 따라 카레 맛이 달라진다. 양파가 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캐러멜라이징하는 게 관건이다. 캐러멜라이징은 재료에 열을 가해 단맛을 이끌어 내는 과정으로, 양파를 완벽하게 캐러멜라이징하려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갈색으로 볶아진 양파에 고기와 감자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끓인다. 물이 끓으면 치킨스톡과 카레를 적당히 넣어 더 끓이며 간을 맞춘다. 그 사이 채끝살(300g)과 감자(2개)를 2㎝ 큐브로 썰어놓는다. 채끝살은 소금과 후추로 밑간해 팬에서 겉면이 코팅되게 구워 놓는다. 감자도 고기 구운 팬에 살짝 볶아 놓는다. 카레 국물에 볶아 놓은 감자를 먼저 넣고 끓이다가 감자가 적당히 익으면 채끝살도 넣어 한소끔 더 끓이면 완성.

  지금 바로 부엌으로 가서 맛있는 집밥을 만들어보자. 가족을 위하여

 

* 《쿨투라》 2021년 1월호(통권 79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