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2021년 신축년에 떠올리는 이중섭의 〈흰 소〉
[Gallery] 2021년 신축년에 떠올리는 이중섭의 〈흰 소〉
  • 이정훈(본지 객원기자)
  • 승인 2021.01.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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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흰 소〉
이중섭의 〈흰 소〉, 1954년 작품, 나무판에 유채, 30x41.7cm,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신축년(辛丑年) 새해 연하장 흰 소의 그림을 보니 야수파 화풍으로 그림을 그린 이중섭 화백의 작품 ‘흰 소’가 떠오른다. 그는 소를 빌어 일본 침략과 해방 후 혼돈시대의 아픔 그리고 삶의 고뇌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중섭은 임용련(任用璉)에게 지도받던 오산학교 시절부터 소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으며 다양한 소의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그 중 「흰 소」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내용면에서 거친 선묘와 소의 역동적인 자세 등이 작가 개인의 감정을 표출한 것이라고 보기도 하고, 한국의 토종 소인 황소를 흰색의 소로 표현한 것에서 백의민족인 한민족의 모습을 반영한 민족적 표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표현면에서도 이 작품은 루오의 야수파적 감성의 영향에서부터 고미술품, 도자기의 장식기법과 고구려 벽화의 표현기법까지 다양한 영향관계 속에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소의 묘사에서 보이는 강직한 구륵법(鉤勒法 : 형태의 윤곽을 선으로 먼저 그리고 안을 색으로 채우는 방법)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나타나는 전통적인 표현법이다.

  이중섭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참 경이롭다. 선 하나로 어떻게 소재가 가진 특징을 저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특히 그가 그린 <흰 소>를 보면 경이감을 넘어 경외감까지 든다. 소의 강인함, 소의 심리적 상태까지 이중섭 화가는 선으로 그 모든 것을 담아냈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소가 가진 강함을 단순함으로 드러냈다. 이것이 바로 창작에서의 낯설게 하기인가?

  더하고, 채워야 좋은 그림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선 하나로 간결하면서도 소의 내면까지 잘 표현한 <흰 소>, 이중섭 화가의 낯선 생각의 전환이 그를 대한민국 최고의 아티스트로 만들었으리라.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 1952년 작품, 종이에 유채, 29.5x64.6cm, 호암미술관 소장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품고 있어서 희우(犧牛)라고 한다. 그래서 신에게 제사할 때 제물로 바쳐진다. 그리고 소의 덕목으로 자주 인용되는 사자성어로 우보만리(牛步萬里)가 있다. 소의 걸음이 느리기는 하지만 한 걸음씩 쉬지 않고 걸어서 만리를 가는 것처럼 뜻을 바로잡고 인내하며 끝까지 나아가면 뜻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M. Gandhi) 역시 “오, 인간이여, 생이 그대를 저버려도 멈추지 마라”라는 말로 우보만리의 지혜를 인도 국민에게 교훈하지 않았던가.

  정치사회적 갈등과 코로나19라는 팬데믹까지 겹쳐있는 이 땅에 흰 소띠 해를 맞이하여 소의 덕목이 우리 모두의 마음에 아로새겨졌으면 좋겠다.

  순박하고 성실, 인내, 근면함의 덕을 지닌 소로부터 ‘우생마사’와 ‘우보만리’의 교훈을 되새기고 삶의 지혜로 삼아 다시 시작하는 신축년 한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어둔 밤일수록 별이 더 빛나고 거센 파도 후에는 밝은 태양의 기다림이 있듯이.

 

* 《쿨투라》 2021년 1월호(통권 7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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