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읽는 조용필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1.02.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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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대가가 가왕歌王에게 바치는 찬사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유성호 교수의 시인 조용필에 대한 흠모와 사랑의 연서!!

 

노래를 듣는 모두에게 오빠일 수 있었던 가수

미국의 전설적 가수 밥 딜런이상의 가수 조용필!

그는 가수의 정점이자 이상이었고, 시대를 끌어안고 넘어선 일세의 상가수上歌手였다

 

지난해 서정의 건축술로 대산문학상(평론부문)을 수상한 유성호 교수가 우리 시대의 너머(beyond)’를 상상하고 실천해온 가수 조용필을 시인으로 명명하며 그의 노래가 가진 문학적 힘에 주목하는 책을 냈다.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은 조용필의 표정과 심장과 목소리가 들려주는 울림과 떨림을 사랑했던 기억을 소환하여 그의 노래를 활자 안으로 담아내며 자신과 가수가 함께 거쳐온 시대를 기록하는 평전이자 기억의 문화사이다.

 

이번에 펴낸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BOUNCE>까지의 조용필의 노래들을 문화적 관점뿐만 아니라 문학적 관점으로도 분석해 그의 노래가 가진 위안의 미학이라는 주제의식으로 다가간다.

문화전문지 <쿨투라>에 연재한 글들을 다듬어 펴낸 이 책의 출간은 저자에게 있어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조용필 평전을 쓰는 것이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었음을 책에서도 언급한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현대시를 연구하는 학자가 조용필 평전을 쓴다는 게 특이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주목하는 건 조용필이 갖는 시인으로서의 면모예요. 조용필의 노랫말은 내구성을 갖추고 있어요. 그가 모든 곡의 가사를 쓴 건 아니지만, 그는 노래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시인이에요. 평전을 통해 조용필을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어요라고 밝힌 바 있다.

저자는 조용필의 노래가 더없이 살갑고 첨예하며 문제적인 당대의 ()’였음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때 시인이라는 명칭은 비유적 표현이지만, ‘의 귀족적이고 폐쇄적인 범주를 넘어서려는 의도를 함축하고 있다고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조용필을 시인으로 호명하는 작업을 통해 노래로 불려온 시, 끝없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또 기억의 욕망을 불러 일으켜온 조용필의 노래가 문학의 정점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책은 1시인 조용필부터 10조용필과 양인자까지 총 10부로 구성되어 있다. 조용필의 노래들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뿐만 아니라 노래가 만들어지고 대중들이 그것을 따라 불렀던 시대의 총체성 속에서 문학의 위상을 획득해갔다. 각 챕터에서 노랫말과 가수의 인터뷰 등의 텍스트들을 성실하게 분석해내며 그 문학적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위안의 미학을 정성스럽게 길어올린다.

이처럼 저자 유성호 교수는 조용필의 흡인력이 가창력, 무대 매너, 정확한 가사 전달력, 다양한 장르 수용 능력, 노래마다 달라지는 해석력에 있다고 보았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그의 노래를 위안의 미학으로 명명하였다. 그리고 조용필의 노래 전체를 통틀어 기원이 되는 노래로 고추잠자리못 찾겠다 꾀꼬리를 지목하였다. ‘고추잠자리술래잡기라는 유년의 기억으로 구성된 그의 이 작품들은 그의 노래가 잃어버린 세계를 탐색해가는 서정적 탈환의 예술이요 가장 아름다웠던 세계를 재현해가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였음을 알려주었다. 조용필은 그 기원에서 발원하여 나를, 타인을, 인생을 궁극적으로 긍정하게 만들면서 온몸을 쥐어짜는 정성스런 목소리로 시대를 끌어안는 힘을 보여주었다. 웃음과 눈물 사이의 이 폭넓은 스펙트럼은 어떤 충동을 부추기거나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울음을 강요하지 않았다. 이처럼 그의 노래는 지금도 코로나 19’와 싸우는 우리에게 깊은 위안과 치유와 공감과 긍정을 가져다줄 것이다.

 

나는 조용필을 미국의 전설적 가수 밥 딜런이상으로 보았다. 밥 딜런에게 1960년대는 조용필에게 1980년대였다. 그의 원적이 「고추잠자리」와 「못 찾겠다 꾀꼬리」였음은 이미 강조한 바 있거니와, 그의 노래는 아름다운 세계를 불가능하게 하는 가혹한 현실에 대해, 노래가 어떻게 예술적 저항의 목소리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렇게 조용필은 위안의 미학과 그 너머(beyond)’를 상상하고 실천해온 우리 시대의 가왕(歌王)”이다. … 그는 가수의 정점이자 가수 이상(以上)’이었고, 우리 시대를 끌어안고 넘어선 일세의 상가수(上歌手)’였던 셈이다. 이제 그에 대한 가없는 흠모와 사랑과 기억의 힘으로, 이 조그마한 책을 나의 조용필에게 바치고 싶다.

- 책머리에 중에서

 

한국문학의 대가인 저자가 가왕에게 바치는 이 찬사는 얼마나 절절하고 아름다운가? 아직도 코로나19라는 먹구름은 걷히지 않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지치고 고립된 대한민국 국민이 지금 여전히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 조용필의 노래들은 그런 우리의 가슴속에 내장된 구원의 목소리가 되어줄 것이다. 유성호 교수는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을 통해 그 목소리를 불러낸다. 그는 우리가 조용필의 노래를 통해 희열이나 분노 대신 슬픔을 통한 위안을 끝없이 얻어왔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그뿐 아니라, 그가 위안의 미학을 통해 대중들에게 너머(beyond)’를 상상하게 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노래를 듣는 모두에게 오빠일 수 있었던 가수, 시대가 바뀌어도 언제나 무대 위에서 바람을 들려주는 가수 조용필의 목소리는 문학평론가의 기록을 통해 이 책에 담겼다. 독자들은 한순간 잊어버렸던 그 희망의 목소리를 이 책을 통해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속으로>

 

누군가 춤과 춤꾼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한 바 있거니와, 조용필 노래에서 어떻게 노랫말과 가수를 떼어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그의 노래의 작가(作家)가 작사가인지 작곡가인지 아니면 노래를 부르는 조용필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노래의 핵심이 가수의 해석력에서 갈라진다면, 조용필의 노래는 조용필 스스로의 해석과 창법과 표정과 시대의 반향이 그대로 하나의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그는 언제나 자신의 노래의 최종 텍스트였고, 텍스트의 창안자로서 시인 조용필이라는 비유적 명명을 얻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 시인 조용필이라는 뜻중에서

 

지성과 행동의 결합을 추구했던 프랑스의 행동주의 소설가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가 남겼다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라는 유명한 말을 기억해본다. 조용필은 자신의 긴긴 날의 꿈을 넘어,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시간을 지나,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을 알까/나의 꿈을 알까라면서 우리 시대의 우울하고도 아름답고도 절실한 꿈을 노래하였다. 그 과정에서 마침내 그 꿈을 천천히 닮아갔다. 그를 일러 꿈의 사제라고 불러도 좋을 까닭이 여기에 있다.

- 꿈의 사제, 조용필중에서

 

우리가 뒤돌아볼 겨를 없이 질주해가는 시간의 아폴론적 활력은 문명과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장밋빛 미래에 대한 예견까지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것이 남긴 어둑한 그늘도 만만치 않아서, 우리는 존재론적 소외와 상실을 목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디오니소스적 혜안을 통해 새로운 차원으로 시간을 받아들이고 사유해간다. 그렇게 시간은 우리에게 수많은 세계를 열어주고 흘러간다. 이때 조용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시간을 생각하면서 그것을 자신만의 노래로 들려주는 사색가로 다가오는 것이다.

- 시간의 사색가, 조용필중에서

 

조용필은 위안의 미학과 그 너머(beyond)’를 상상하고 실천해온 우리 시대의 가왕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시대가 마주한 여러 역사적 사건들 앞에 누구보다도 상징적인 노래들을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생애가 시대의 거인으로서의 풍모를 드러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배려하고 또 이끌어갔다. 이는 우리가 끝내 보듬어야 할 조용필의 참된 의미일 것이다. 그는 가수의 정점이자 가수 이상(以上)’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영원한 예술의 파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에필로그중에서

 

 

<저자 약력>

저자 유성호 교수는 1964년 경기 여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당선 후 한국문단의 주요한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한양대 국문과 교수이자 인문대 학장이다. 주요 저서로 서정의 건축술, 단정한 기억등이 있으며, 김달진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가수 조용필에 대한 평>

조용필은 조용필이라는 지도에는 없는 바다이다. 그는 달빛의 유혹에 아름답게 흐느끼거나 눈부신 햇살에 이따금 뜨겁게 절규할 뿐이다.

- 구자형(작가, 방송인)

 

조용필을 왕으로 특대特待하는 명백한 이유는 국내 대중음악 분야에서 가장 위, 꼭짓점에 위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가왕으로 존경받는 것에는 가수로서의 천착’, 그 기본 숭배도 큰 몫을 한다. 또한 조용필 음악은 한국 대중가요의 완결일지 모른다.

- 임진모(음악평론가. 방송인)

 

조용필의 노래는 고독으로부터 나왔다. 릴케의 말처럼 위대한 예술은 고독에서 나오는 거라고 정의한다면 조용필의 고독은 현재 진행형으로, 그의 노래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유이다.

- 오광수(시인, 대중문화평론가)

 

조용필이 되기 위해 필요한 물건은 종이와 연필이면 되지만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자부심이 없다면 황금피아노를 가졌다 해도 결코 조용필이 될 수 없다.

- 한현우(조선일보 논설위원)

 

우리는 복고와 첨단을 아우르는 그의 노래를 통해 무섭게 변하는 세상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었다. 2017년에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에 삽입된 노래 <단발머리>가 우리에게 새삼스럽게 그걸 알려 줬다. 그는 명실공히 한국 대중음악계의 신화다. 그 신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그의 위대함이 있다.

- 장재선(시인, 문화일보 선임기자)

 

고등학교 시절, 노을지는 방천을 바라보며 교정에서 열창했던 <창밖의 여자>. 순간 뒤통수를 내리친 학생주임 선생님. 학생이 교정에서 유행가를 부른다고 혼을 냈더랬지. 혼나면서도 안으로 음미했던 가왕의 노래. 스스로를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엄격한 일인지 지금 우리 가수를 통해 배우고 있네. 한 길을 올곧게 걷는 일은 얼마나 엄혹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

 

어린 시절, 나의 언니는 가수 조용필을 좋아했다. 언니의 방으로 들어서면 온갖 잡지와 신문 등에서 오려낸 스타 조용필의 사진과 글이 빼곡히 도배되어 있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나였지만 1980년에 나온 조용필의 제1집 앨범 창밖의 여자에 수록된 표제곡 가사를 지금도 암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언니 덕분이다. 그 가사의 심오한 뜻을, 사랑을 여덟 살의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어불성설이지만 무언지 모르게 어린 가슴에도 이는 잔잔한 파문이 있었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그 노래를 열창하던 언니를 따라 나또한 얼마나 가성을 내질렀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벌써부터 딴따라 흉내낸다고 아버지께 된통 혼나기도 했다. 아버지께 혼나도 언니의 팬심은 일편단심, 이불을 뒤집어쓰고도 이어졌다. 이불 속에서 불러대던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친구여>, <허공>의 추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하다. 또한 사촌언니와 조용필 콘서트를 보러간다고 따라나섰던 언니가 대구역에서 아버지께 붙잡혀 집으로 돌아와서는 온종일 밥도 먹지 않고 펑펑 서럽게 울던 그 시절, 그 무엇이 우리의 영혼을 슬프도록 간절하게 했을까?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끝나지 않던 그 열병의 이유를

한땀 한땀 조용필의 음악과 그 역사를 문학으로 기록한 이 책은 왜 조용필이라는 이름에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꼭 붙여야하는지, 그 전율적인 뮤지션의 음악 세계를 시인 조용필로 명명한다.

- 손희(쿨투라 편집장)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차례

 

책머리에

 

프롤로그 - 그를 향한 오래된 꿈_15

 

1. '시인 조용필' 이라는 뜻_25

2. 축제처럼, 율동처럼, 간절한 기도처럼_41

3. 눈물처럼 떠오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버린_55

4. 꿈의 사제, 조용필_69

5. '단발머리' 소녀와 '촛불 같은' 여인_83

6.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_97

7. 고독의 창법, 조용필_109

8. 트로트의 정점, 조용필_123

9. 시간의 사색가, 조용필_135

10. 조용필과 양인자_149

 

에필로그 - 조용필, 영원한 예술의 파문_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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