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Theme] 코로나19 시대 거스른, K-팝의 역설
[3월 Theme] 코로나19 시대 거스른, K-팝의 역설
  • 안진용(문화일보 기자)
  • 승인 2021.03.09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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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

  K-팝 시장을 기준으로 봤을 때, 2020년은 아이러니한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 활동이 불가능했고 오프라인 공연 시장 역시 잠정 휴업 상태에 돌입했지만, K-팝 시장의 성장세는 오히려 도드라졌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인기 속에 “K-팝을 들으며 위로를 얻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BTS가 시작한 온라인 콘서트는 코로나19 시대를 돌파하는 전 세계 팝시장의 글로벌스탠더드(global standard)가 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BTS·블랙핑크, 어디까지 갈까?

  지난해 BTS는 미국 빌보드차트 메인차트 ‘핫100’ 정상에 올랐다. 영어 가사로 된 〈Dynamite〉에 이어 한글 가사로 부른 〈Life goes on〉 역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BTS는 아직 배가 고프다. 그들은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와 함께 ‘3대 음악 시상식’이라 불리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다. 이미 대한민국 가수 최초로,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올랐다. 두아 리파,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테일러 스위프트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경쟁 상대다. 3월 말 열리는 시상식에서 수상한다면 BTS는 현존하는 모든 주요 음악 시상식을 석권하는 셈이다.

  블랙핑크의 글로벌 지명도는 BTS에 뒤지지 않는다. 그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현재 5700만 명이 넘는다. 전 세계 여성 아티스트 중 1위고, 전체 1위인 저스틴 비버의 구독자 수(6080만 명)를 넘보고 있다. 블랙핑크는 K-팝 중 가장 높은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한 〈뚜두뚜두(DDU-DU DDU-DU)〉(15억 뷰)에 이어 최근 〈Kill This Love〉 뮤직비디오가 12억 뷰를 넘어섰다. 그들은 샤넬, 생 로랑, 셀린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로도 활동 중인 명실공히 21세기 최고의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

유튜브 페이지 영상 캡쳐ⓒSMTOWN

  #2세대 아이돌의 귀환, 더욱 풍성해진 K-팝 시장

  BTS, 블랙핑크는 K-팝 3세대로 분류된다. 1990년대 중후반 K-팝 시장을 일군 H.O.T.·핑클이 1세대, 2000~2010년 데뷔한 2세대에 이어 2010년대 등장한 3세대 BTS와 블랙핑크는 K-팝의 황금기를 일궜다. 1세대 그룹은 대다수 해체됐지만, 그 허리 역할을 톡톡히 했던 2세대 K-팝 그룹들은 올해 군복무를 마친 후 대거 돌아온다. 2004년 데뷔한 동방신기를 비롯해 빅뱅, 샤이니, 2PM, 하이라이트 등이 해당된다. 

  샤이니는 2월 22일 정규 7집 <Don’t Call Me>로 복귀한다. 주요 멤버인 온유, 키, 민호가 모두 군복무를 마무리한 샤이니의 재도약이다. 메인 보컬인 종현이 세상을 떠난 후 주춤하던 샤이니의 컴백에 국내를 넘어 아시아, 미주, 유럽의 팬덤들도 움직이고 있다.

  샤이니와 함께 2008년 데뷔한 2PM 역시 다시 기지개를 켠다. 2017년 이후 활동이 없던 2PM은 모든 멤버들이 군복무를 마치는 상반기 중 4년 만에 ‘완전체’ 활동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2PM이 올해 완전체 활동을 학수고대한 팬들의 염원을 충족시킬 전망”이라며 “2월 전역한 찬성에 이어 오는 3월 마지막 주자 준호가 군복무를 마치면, 여섯 멤버는 드디어 완전체를 이뤄 팬들 곁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룹 하이라이트(비스트의 후신) 역시 올해 본격적인 활동이 기대되는 2세대 K-팝 그룹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2세대 그룹 중 맏형 격인 동방신기는 멤버 유노윤호의 솔로 활동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고, 빅뱅은 지난해 해외 공연을 통해 활동 재개를 모색하려다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됐던 만큼 올해는 앨범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그룹의 활동이 K-팝 시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튜브 페이지 영상 캡쳐ⓒBE:LIFT

  #포스트 BTS·블랙핑크, 누구일까?

  K-팝 시장은 4세대로 접어들었다. 2020년 이후 데뷔한 신인들이 대상이다. 그들이 얻고자 하는 수식어는 단연 ‘포스트 BTS’ 혹은 ‘포스트 블랙핑크’다. 두 그룹으로 인해 K-팝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해외 매체들은 새롭게 등장하는 K-팝 그룹의 면면도 소개하고 있다.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SM·YG·JYP는 이미 각 회사를 대표하는 4세대 그룹을 내놨다. 빅히트는 CJ ENM과 손잡고 만든 엔하이픈으로 승부수를 웠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I-LAND’를 통해 결성된 엔하이픈은 ‘BTS 동생그룹’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단단한 해외 팬덤을 구축했다. 블랙핑크를 보유한 YG엔터테인먼트는 보이그룹인 트레저로 출사표를 던졌다.

  SM과 JYP는 걸그룹 시장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 SM은 지난해 말 걸그룹 에스파를 선보였다. 멤버 4명과 그들의 가상 아바타 멤버 4명으로 구성된다는 신 개념을 도입한 에스파는 데뷔곡 〈Black Mamba〉 뮤직비디오로 K-팝 그룹 데뷔곡 사상 최단 기간 1억 뷰를 달성했다. 이에 맞서 JYP는 걸그룹 시장의 대장이었던 트와이스를 잇는 걸그룹 있지(ITZY)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은 통상 ‘생명력이 짧다’고 하지만, 충성도 높은 해외 팬덤이 형성되며 K-팝 그룹들의 생명력이 길어지고 있다”며 “여러 세대를 대표하는 그룹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며 K-팝 시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SM엔터테인먼트

 

* 《쿨투라》 2021년 3월호(통권 8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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