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Theme] ‘한식’이라 쓰고, ‘K-Food’라고 읽는다
[3월 Theme] ‘한식’이라 쓰고, ‘K-Food’라고 읽는다
  • 신재근(셰프,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 승인 2021.03.09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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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자연환경과 역사, 종교와 사회적 환경을 반영하여야 한다. 세계 각국의 미각적 취향은 전쟁과 이민의 역사, 교통의 발전과 여행의 일상화를 통하여 이민족의 미각적 취향이 유입되고 수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 환경에서 비롯되는 변하지 않는 몇몇 미각적 취향들, 동아시아 요리에서 밥과 찬의 관계, 유럽 국가들의 식탁에서 와인의 중요성, 인도와 중동요리에서 향신료의 사용 등의 전통으로 발전한다.

  우리나라 한식의 역사는 한반도 고유의 채소와 육류, 해산물 그리고 소금과 도자기,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만들어낸 자연환경의 역사이다. 전 세계에는 그 지역마다의 특별한 지형과 기후가 존재하고, 그 지역의 식재료가 존재한다. 한식은 수많은 전쟁과 사회구조의 변화, 경제적 발전 속에서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한반도에 문명이 발생하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색채를 지닌 미각이 탄생하고,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의 불교문화 입맛의 나물과 김치 위주의 식문화를 탄생시키고, 조선시대를 거치며 소고기를 먹는 문화로 변화한다. 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전국적인 시장 확대는 음식문화의 확장에 기여했으며, 20세기 초반 해외 식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현재의 한식이라는 틀이 완성된다. 산업화와 세계화로 인해 대기업 식품회사들이 이끄는 새로운 한국인의 입맛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식은 전통과 독창성을 유지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며 세계의 음식 문화는 사회학자 조지 리쳐의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에서 지적한 대로 효율성, 예측가능성, 계산 가능성, 통제라는 4가지 방법으로 음식 생산의 최대화를 이루어냈다. 영양 흡수가 쉬운 방향으로의 전환되었고, 식량생산의 자동화 및 대량 생산을 통하여 미국식 패스트푸드와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세계의 미각을 주도하였다.

  하지만 21세기의 스마트폰 세대는 지금의 기성세대의 전통과 기존 관습에 대한 저항으로 새로운 미각적 취향과 다양성을 요구한다. K-Food의 유행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시대를 반영한다. SNS와 유튜브 콘텐츠로 개인이 브랜드화 되어가는 현대 사회는 전체주의가 아닌 다양성의 사회로 개인의 새로운 취향을 세상에 선보인다. 서구에서 지금의 한류와 K-Food의 인기는 이에 부합하는 듯하다.

  근대의 유럽에서는 동아시아의 도자기와 그림에 대한 관심으로 유행한 시누아즈리와 쟈포니즘이라는 동아시아에 대한 판타지로 아시아 문화를 유럽에 수입한다. 현대에 한류는 한국문화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며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아시아적 한류의 바람을 일으키고, 다양한 문화 산업분야에 한류를 이식하고 있다. 젊고, 트랜디하며 실험적인 K-Pop은 전 세계에 한류를 일으키고 그 변화의 바람은 한식에 대한 관심까지 일으키고 있다. 한류의 인기와 더불어 한류 팬들의 한국 음식에 관한 체험까지 관심을 끌어 모았다. 한식은 건강한 슬로우 푸드,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라는 이미지로 새로움을 선사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는 한류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K-Culture 확산은 한식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중국과 일본, 태국요리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식이었다면, 한류의 바탕으로 한식(K-Food)은 21세기에 대표적인 아시안 요리에 드는 상승 기류를 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튜브 '영국남자' 페이지 캡쳐

  음식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해외여행을 할 때의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가 음식인 이유는 그 나라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식당 공간의 분위기와 음악, 서비스 방식, 인종, 언어, 브랜드 등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어야 본토의 음식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에 포함된다.

  한식의 또 다른 이름인 K-Food는 전통에 집착하지 않고, 수입 식재료와 해외 요리 기술의 습득을 통해 새로운 독자적인 한식을 발전시켜 왔고, 성공적인 혁신을 이루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가 이야기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처럼 한류를 통해 한식의 세계화는 창조되고 변혁을 이끌어 내고 있는 중이다.

  한 나라의 음식 세계화 과정은 보통 두 가지 절차를 거친다. 첫 번째로 이민자들의 음식현지화를 들 수 있다. 예로 이태리 이민자들의 음식이었던 피자와 파스타의 현지화나 중국 이민자들의 중국계 식당의 현지화를 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프랑스 음식처럼 자국의 음식의 문화를 규정하고 유행을 이끌어내며 자국의 취향과 문화를 수출하고 음식을 소개하는 방법이 있다. 20세기까지의 한식의 세계화는 이민자들의 음식이었으나, 지금의 한식의 세계화는 한식의 문화를 규정하고 유행을 이끌어 내고 있다. 요즈음 K-Food의 변화는 과거에 한국을 대표했던 일반적인 ‘불고기’나 ‘비빔밥’과는 다른 음식들이 K-Food를 대표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해외관광객들이 인지하는 K- 푸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한식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초코파이와 리얼 초코 브라우니가 명동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었던 기념품이었고, 회오리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도 있다. 프라이드치킨은 미국 남부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KFC’는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 아닌, 코리언 프라이드치킨으로 인식될 정도로 한국식 치킨이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유사 이래로 가장 큰 영향력을 파급하는 나라로 성장하고 있고, 한국의 문화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문화상품으로서의 음식의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고 산업적 측면, 관광산업만이 아닌 문화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큰 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장착한 신형 스마트폰과 자동차 산업의 기술 강국이 되는 것도 좋지만, 한류와 한식이라는 새로운 문화 상품이 개발되고 영향력이 더욱 넓혀져 문화 강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쿨투라》 2021년 3월호(통권 8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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