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Theme] 코로나와 공존하는 신풍속도 ‘캠핑문화’
[4월 Theme] 코로나와 공존하는 신풍속도 ‘캠핑문화’
  • 김호일(휴먼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4.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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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비치호텔의 차박 모습_현대자동차 제공

  “지난 한 주에만 캠핑카 여섯 대를 주문받았어요. 이런 추세라면 한 달에 20대도 넘죠. 차를 받으려면 석 달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손님들 발길이 끊이지 않네요.”

  국내 최대 캠핑카 제작업체 제일모빌 경기지점 한상훈 사장은 이처럼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중부고속도로 일죽IC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출고를 앞둔 차들로 가득해 마치 거대한 캠핑장을 방불케 한다.

  대당 가격은 8천만 원에서 1억2천만 원 정도 된다. 웬만한 고급차나 수입차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한두 대 정도 팔리던 캠핑카가 이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란다.

  바야흐로 ‘캠핑시대’다. 캠핑(camping)은 산이나 들 또는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거나 생활하는 것을 말하는데, 캠핑 인구는 어느덧 1천만 명을 넘어섰고 캠핑 산업은 5조원대로 성장했다. 홈쇼핑에선 멋지게 꾸민 고가의 캠핑카 구입을 유혹하고 있고, 유튜브에는 온갖 캠핑 콘텐츠가 넘쳐난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신풍속도다.

  이처럼 캠핑이 최근 대세로 자리 잡는 데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피해 안락한 공간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고 직접 조리한 음식을 먹으며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

지난 3월 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캠핑&피크닉 페어〉 모습

  눈을 돌려 지난 3월 4일 경기도 고양의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캠핑&피크닉 페어〉를 찾아가 봤다. 캠핑 관련 112개 사, 960개 부스가 차려진 행사장은 마치 시골 장날처럼 인파로 북적였다. 4일간 진행된 이번 전시회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캠핑 인기가 치솟자 무려 7만2천 명이 방문해 그야말로 성황을 이뤘다.

  캠핑을 즐기는 ‘캠핑족’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2018 캠핑산업현황 통계조사’를 살펴보면 캠핑 이용자 수는 403만 명으로 전년 301만 명 대비 33.9퍼센트 증가했다. 진흥원은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2020년 캠핑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들이 찾는 전국의 야영장은 2018년 1900개에서 지난해 2400개로 무려 500개나 증가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대세는 오토캠핑인데, 특히 차 안에서 숙박을 하는 ‘차박’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이동수단인 차 안에서 잠을 잘수 있어 초보자들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캠핑으로 꼽힌다.

  차박에서 조금 더 진화한 것이 캠핑 트레일러나 카라반. 장기간 여행을 하면서 조리와 숙박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으로 승용차에 연결해 끌고 다니는 방식이다 .

  오토캠핑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캠핑카는 흔히 ‘이동하는 호텔’로 불린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머물고 싶은 곳에 주차하고 숙식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캠핑족들 선망의 대상이다.

  스타들의 캠핑 활동도 캠핑 붐을 자연스레 조성하고 있다. 배우 조정석은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통해 최근 공개한 ‘슬기로운 캠핑생활’ 편에서 생애 첫 좌충우돌 캠핑 생활을 통해 허당끼 가득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했다.

  탤런트 한지혜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남편과 떠난 캠핑을 소개했고, 개그우먼 이세영 역시 일본인 남자친구와의 캠핑 데이트를 공개하며 스타들의 캠핑대열에 합류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흥원 설문 조사 결과, ‘가족이나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란 응답이 35.9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휴식(31.5퍼센트)’ ‘스트레스 해소(21.4퍼센트)’ ‘정서적 안정(9.2퍼센트)’ ‘건강(1.3퍼센트)’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가량은 가족 혹은 지인과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는 것이다.

  이런 ‘캠핑족’ 증가는 캠핑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캠핑 산업 규모는 2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1퍼센트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5조원대로 우뚝 섰다.

휘닉스평창의 글램핑

  캠핑용품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캠핑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46퍼센트 증가했다. 바비큐 그릴(109퍼센트), 캠핑 조리기구(106퍼센트), 캠핑 테이블·의자류(96퍼센트)등 캠핑용품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차량 트렁크와 연결할 수 있는 도킹 텐트와 에어매트는 각각 664퍼센트와 90퍼센트, 아이스박스류는 약 10배 이상 매출이 늘어나 호황을 누렸다.

  손쉬운 먹거리를 찾는 캠핑족이 늘어나자 식품업계는 캠핑용 간편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CU는 소시지·부대찌개 등을 담은 먹거리 패키지 ‘편의로운 캠핑박스’를 출시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밀키트 브랜드인 ‘캠밀’을 내놓으며 캠핑용 먹거리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최대 캠핑 예약 플랫폼 ‘땡큐캠핑’에는다양한 캠핑지 정보가 수시로 올라온다. 계절별, 지역별 캠핑장과 주변 소식이나 정보도 함께 전해 올바른 캠핑문화를 이끌며 도시민들의 일탈을 유혹한다.

  하지만 캠핑문화에 대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 ‘차박족’들로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 정식 캠핑장이 아닌 곳에 텐트를 치는 것으로 모자라 배가 드나드는 항포구 주차장까지 캠핑 차량, 레저 보트가 점령하고 있어 자칫 사고의 위험까지 안고 있다.

  또한 쓰레기 무단투기 사례도 계속돼 캠핑족과 지역주민들이 마찰을 빚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

  캠핑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레저활동으로 캠핑이 각광받고 있다”라며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을 구축하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캠핑문화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호일
휴먼경제연구소 김호일 소장은 30년간 《부산일보》에 몸담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부를 거쳤다. 국회반장 경제부장 서울지사장과 《BS투데이》 편집국장, 사장을 역임했다. 2008년 부활된 <부일영화상> 심사위원을 10년 동안 맡았고, 2009년 출범한 한국영화기자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연합뉴스수용자권익위원, 롯데엔터테인먼트 자문위원, 부산콘텐츠마켓자문위원 등을 거쳤으며 모교인 경희대 언론정보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2020년 7월 사단법인 퇴직연금개발원 산하휴먼경제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 《쿨투라》 2021년 4월호(통권 8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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