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연극 리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박영민(본지 기자)
  • 승인 2021.04.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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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포먼스그룹 153은 소통시리즈를 통해 그동안 관객과 지속적인 소통공연을 진행하여왔다.

  코로나블루로 지친 독자들을 위해 ‘소통 15’는 안톤 체홉의 단편소설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각색하여 서로 다른 뉘앙스의 작품을 영상, 무용 미술 등과 함께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는 연극무대를 3월 19일(금)과 20일(토) 양일간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선보였다.

  황미숙 각색, 연출, 안무와 조주원 기획, 황주영 음악, 장수민 미술, 박상록 영상, 배형빈 음향으로 선보인 이 무대는 안나 역에는 주유랑과 하민우 배우가, 구로프 역에는 최재호와 우재원 배우가 맡아 열연했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1860년~1904년)이 1898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당대 러시아 사회에 만연한 거짓과 허위, 사람들 간의 소통의 부재라는 상황 속에서 사랑을 모르고 허울뿐인 부부관계만 맺고 있던 기혼 남녀의 뒤늦은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바닷가에서 만나게 된 구로프와 안나는 예상하지 못한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일탈을 꿈꾸던 안나와 심각한 사랑에 빠진 구르프… 두 사람의 갈등과 열정은 극이 끝나는 순간까지 한 순간도 관객들의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였다.

  이 작품의 결말은 열려 있고,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체호프의 다른 작품에서는 속물적인 인간들이나 진실한 대화의 부재로 인해 사랑의 감정이 파괴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불륜에 빠진 연인이 자신들의 잔인한 운명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조건부의 희망이 담긴 긍정적인 결말로 해석할 수도 있고, 안개 속과 같이 어렴풋한 희망이 있을 뿐 예측 불가능의 결론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집콕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맛보는 이 예술적 텐션이 새봄의 활기처럼 다시 내게로 다가왔다.

 

* 《쿨투라》 2021년 4월호(통권 8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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