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다시 돌아와 살아가기 위해 떠나는 캠핑 Camping: 캘리포니아 캠핑전문가 김인호
[INTERVIEW] 다시 돌아와 살아가기 위해 떠나는 캠핑 Camping: 캘리포니아 캠핑전문가 김인호
  • 김준철(미주문인협회 회장, 본지 미주특파원)
  • 승인 2021.04.26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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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영성: 데스밸리 국립공원(Death Valley NP),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P), 안자보레고 주립공원(Anza Borrego SP)
 사막의 영성:
데스밸리 국립공원(Death Valley NP),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P), 안자보레고 주립공원(Anza Borrego SP)

  숨 막힘이 턱 끝까지 치닫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시를 세운 채 악다구니 치며 달려들 것만 같은 날의 연속이다. 가끔 눈을 감았다 뜨면 넓은 대자연 속에서 알싸한 공기를 폐 깊숙이 집어넣고 맘껏 소리도 지르고 심장이 터질 듯 달리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가족이나 벗들과 왁자지껄 수다도 떨고 함께 조용히 별을 바라보며 잠들고도 싶은 날이기도 하다.

  오늘은 캘리포니아에서 회계사로 일하면서 하이킹, 캠핑 전문가로 항상 일상을 떠날 준비로 뜨겁게 예열 중인 김인호 씨를 만나 캠핑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세금(Tax) 보고 시즌이라 너무 바쁘실 텐데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바쁜 건 사실이지만, 저에게도 간절한 캠핑에 관한 이야기라 기쁜 마음으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겠군요. 캠핑조차 뒤로 미루실 정도로 바쁘신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언제부터 캠핑을 시작하셨나요?

 1995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등산을 시작하면서 산행과 함께 산악 캠핑을 주로 했습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해안가,
사막, 도심지 등 좀 더 다양한 장소에서 캠핑하게 되었죠. 지금도 여행을 하면 대부분 캠프장에서 지냅니다.

준 왜 캠핑을 하시나요?

인 캠핑을 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지낼 수 있고, 경비도 절약하고, 동료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죠 .

준 캠핑의 매력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신다면?

 캠핑에는 유익한 점이 많습니다. 먼저 캠핑은 ‘일상에서 벗어남’입니다. 스트레스 속에서 살다 보면 모든 것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요. 훌쩍 여행을 가고 싶지만, 또 다른 복잡한 장소로 가는 것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묻혀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볕을 만끽하며 동료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자연 속에 묻혀 지내는 것이 캠핑의 멋이라고 생각합니다.

준 가족 간의 캠핑도 비슷한 장점이 있겠네요?

 가족들 간에는 더욱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내려놓고 부모와 함께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소박한 대화를 나눴던 풍경은 모두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함께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소중한 인간관계를 이루게 됩니다. 어린 자녀들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호연지기를 심어줄 좋은 기회지요.

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지요?

 그렇습니다. 캠핑은 그 자체가 자연과 동화되는 기회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자연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음을 더욱 깨닫게 됩니다. 요즘 주위의 많은 사람이 캠핑을 선호하는 모습을 봅니다. 울창한 숲과 맑은 시냇물 그리고 동식물과의 조우를 통해 우리의 삶은 한층 더 풍요롭고 진취적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준 최근에 유행하는 캠핑 스타일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우선, 전통적으로 미국은 국립공원, 주립공원, 카운티 운영 공원에 캠프장이 마련되어있고 텐트나 RV(Recreational Vehicle, 캠핑카) 통나무 케빈을 사용하여 캠핑합니다. 정부 주도의 공공 캠프장 외에도 RV 파크로 알려진 사설 캠프장이 산재해 있으며 정부 시설보다 좀 더 비싼 가격이지만 마켓과 샤워 등 편의 시설을 갖춰 장기간 묵을 수 있습니다. 일부 사설 캠핑장은 텐트에 호텔 방과 같은 분위기를 꾸며 넣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글램핑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사실 RV를 많이 이용하죠?

 네, 미국은 RV가 보편화하여 많은 사람이 RV를 몰고 전국을 여행하거나 선호하는 지역에서 한동안 머무릅니다. 많은 RV 파크에는 텐트와 일반 자동차 차박이 가능하며 전기 수도 시설을 갖추고 있어 한 가족이 RV 파크에서 오래 지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죠.

 요즘은 어떤가요?

인 최근에는 많은 한인이 자동차 안에서 자는 차박에 관심을 두는 추세입니다. 차박은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캠핑 방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차 안에서 자는 것에 많은 불편함을 느껴 주로 텐트에서 잡니다. 중요한 것은 차박의 경우 캠프장과 휴게소 등 안전한 장소에서 하도록 하셔야 합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쿨투라》는 문화 예술에 관련한 분들과 애독자가 많은데 혹 쿨투라 독자가 미국을 방문한다면 어떤 영감을 주는 캠핑지를 추천해 주시겠습니까?

 김 작가님도 잘 아시겠지만 저희가 사는 남부 캘리포니아는 다양한 지형을 갖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해안이 있는가 하면 3천 미터가 넘는 산봉우리들도 즐비하죠. 나무숲이 우거진 곳도 있고 황량한 광야와 같은 곳도 있습니다. 지역이 넓다 보니 사람과 자동차가 북적대는 장소를 떠나 자연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한적한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영성을 얻을 수 있는 장소, 영감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 또한 너무나 많습니다. 숲의 영성, 사막의 영성, 설산의 영성, 호수의 영성, 광야의 영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며 아름다운 야생화와 단풍 속에서 느끼는 자연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한 좋은 캠핑 장소들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서도 캠핑의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또 많은 여러 형태의 캠핑이 유행하고 있는데, 현시대에 캠핑이 저희에게 주는 메시지 혹은 위로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의 삶을 살게 되고 이로 인한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사람들이 더는 집단적 모임을 피하고 같이 동거하는 사람이거나 뗄 수 없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생활을 합니다. 가능하면 컴퓨터를 통해 스크린 속에서 대화하고 일하고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준 맞아요. 가끔 저 자신이 컴퓨터의 일부가 된 것처럼 어떤 날은 종일 집 안에서 스크린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때가 있습니다.

 점점 더 육체적으로 덜 움직이고 좁은 범위의 공간에서 지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사람은 깨끗한 공기와 물, 따스한 햇살 지저귀는 새소리를 그리워하고 아름다운 야생화와 울긋불긋한 단풍, 그리고 향긋한 꽃향기에 본능적으로 매혹됩니다. 이러한 인간의 자연적인 욕구는 야외활동을 통해 충족되는데, 사람이 없는 한적한 장소를 찾는 소수 집단의 야외활동은 더욱 활발합니다. 그 가운데 캠핑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캠핑을 통해 자연과 더욱 가까워지며 자연과 동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주는 마음의 평화와 안정감은 회복과 힐링을 가져다준다고 믿습니다.

준 캠핑이라는 것이 결국은 내가 현재 있는 곳에서 떠난다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또 결국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을 텐데요. 미국이라는 넓은 땅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캠핑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미국과 캐나다는 광대한 크기의 땅에 아름다운 자연과 많은 볼거리가 있습니다. 미주 백인들의 역사를 따진다면 4, 5백 년 정도로 유럽이나 아시아의 역사 유적과 비교 할 수 없으나 백인들이 오기 전에 1만 년 이상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거주하면서 문화를 일궜던 곳입니다. 미국의 자연 속에 이들의 발자취가 남아있습니다. 거대한 건축물은 없으나 바위에 새겨진 벽화나 집터를 통해 미국의 역사가 그 어느 곳보다 오래되었음을 느낄 수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캠핑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요 ?

 자연을 찾아가는 여행 중 캠핑을 할 때 국립공원과 주립공원들은 편의 시설이 많지 않습니다. 일부 거대한 국립공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방문객들 스스로 사용할 장비와 음식을 준비해 가야 합니다. 마켓이나 주유소 등 편의 시설은 거리가 멀어서 한두 시간을 운전하고 나가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미국 여행은 언제나 갈 장소를 미리 정하고, 운전거리와 숙박 장소도 미리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립공원이나 관광지의 캠프장은 예약이 필수입니다. 대부분 6개월 전부터 예약을 받습니다. 대표적인 예약 사이트는 recreation.gov, reserveamerica 입니다.

준 날씨 역시 상당히 영향이 있겠죠?

 캠핑은 계절이나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미리 일기예보를 점검하고 비나 눈이 오는 경우 캠핑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너무 외지고 인적이 없는 곳에 떨어져서 오지 캠핑을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캠프장은 안전하고 출입이 용이한 곳 그리고 경험자들의 리뷰가 좋은 곳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제 바로 출발하면 되겠네요 .

 아니죠. 장비도 중요합니다. 텐트, 침낭, 패드, 조리기구, 등불, 장작 등에서부터 개인적으로 챙겨야 할 세면도구, 헤드램프 등 캠핑은 많은 장비가 요구됩니다. 음식도 잘 준비하여 참여자 모두가 맛있게 먹고 지낸다면 더욱더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겠죠. 미국에는 많은 장소에 캠프장들이 산재해있어 다양한 캠핑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들이 있는 세코이야 국립공원, 거대한 화강암 바위와 폭포가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해안 절경이 있는 빅서(Big Sur)에서 캠핑을 권합니다. 가을 단풍철에는 테네시 주의 그레이트 스모키 국립공원, 겨울철에는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국립공원,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등을 추천합니다.

 끝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

 무엇보다 경험하는 데 있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야외 캠핑은 어느 정도의 위험함을 감수하고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 전에 많은 경험이 축적된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 안으로 겸손하게 발을 내디딘다면 자연도 풍족한 기쁨을 나누어주리라 믿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인 감사합니다.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그만큼 요즘의 일상이 날카롭고 또 어떤 면에서는 무디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는 목적지보다 함께 떠나게 될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또 그들과 함박웃음을 지으며 보낼 시간을 떠올리고, 마지막에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와 생기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볼 그 모든 과정이 캠핑의 시작이고 과정이고 끝이 되는 것이라 믿는다.

 


김준철
《시대문학》 시부분 신인상과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가 있음. 현 미주문인협회 회장 겸 출판편집국장. 《쿨투라》 미주지사장 겸 특파원. junckim@gmail.com

 

* 《쿨투라》 2021년 4월호(통권 8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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