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Theme] OTT시대의 개막과 뉴 라이프 스타일
[6월 Theme] OTT시대의 개막과 뉴 라이프 스타일
  • 심우일(영화평론가)
  • 승인 2021.05.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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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다

  2021년 미디어콘텐츠 시장은 이전과 다른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외 넷플릭스(Netflix)를 시작으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는 OTT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왓챠(watcha), 웨이브(wavve), 티빙(tving)등을 중심으로 OTT 플랫폼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웨이브와 티빙 등에서는 실시간 TV와 다수의 영화 및 드라마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OTT 플랫폼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핵심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가야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거나 정해진 시간에 드라마를 보아야 했던 과거의 시청 방식과 달리 관객이나 시청자의 입장에 따라 미디어 콘텐츠를 편의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미디어콘텐츠 소비자들은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예능, 미드, 독립영화까지 하나의 플랫폼에 집약된 인터넷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자신의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다양한 국내외 작품들에 노출된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와 해외 드라마를 비교하기도 하고 외국 원작의 작품을 다시 한국의 실정에 맞게 리메이크한 〈부부의 세계〉(2020)같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기도 했다.

  더불어 지상파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서 한꺼번에 몰아서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혹은 뒤늦게 주목받지 못했던 드라마들이 대중들에게 호평받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시공간의 제약을 해체하고 국내외의 다양한 미디어콘텐츠 시장에 접속하게 된 콘텐츠 소비자들은 지금도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플랫폼에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영화의 제작과 개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수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기 힘든 상황으로 사실상 새로운 영화의 제작과 개봉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화사들은 특정 OTT 플랫폼과 제휴하여 독점적으로 제작한 영화들을 공개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영화사의 입장에서는 특정한 OTT 플랫폼에 작품을 독점 공개함으로써 일정 수익을 보장받고 동시에 제휴한 OTT 플랫폼은 기성의 다른 OTT 플랫폼과 차별화된 미디어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서비스 소비자들을 유입시키는 기회로 삼고 있다.

ⓒ티빙_서복 스틸컷

  2. 영화 〈낙원의 밤〉과 〈서복〉의 경우

  과거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를 제작하며 완성된 작품을 영화관과 자신들의 OTT 플랫폼에 동시에 개봉하는 전략을 시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단순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개해주는 기업이 아니라 자체적인 콘텐츠 제작과 배급의 역량을 갖춘 제작사임을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또한 넷플릭스는 코로나19 등의 여러 사정으로 영화관에서 개봉하기 힘든 작품들을 독점적으로 자신들의 OTT 플랫폼에서 개봉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OTT 플랫폼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공개된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2019)이나 〈서복〉(2019)과 같은 경우들이다. 앞의 작품들은 제작이 완료된 이후 코로나19로 개봉 시기를 정하지 못해 공개가 미뤄지다가 각각 넷플릭스와 티빙을 통해 독점적으로 공개되었다. 영화 〈낙원의 밤〉은 해외에서 호평받은 작품을 넷플릭스에 공개함으로써 한껏 대중의 기대치를 높인 후에 충족시켜주는 방식을 택했고, 영화 〈서복〉(2019)은 영화관과 티빙에서 동시 개봉하는 방식을 택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하였다.

  이전까지 티빙은 국내외 미디어콘텐츠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주력하다가 최근 전략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영화 〈서복〉을 독점적으로 서비스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국내 미디어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앞으로 영화 〈서복〉의 경우처럼 영화관과 OTT 플랫폼에서 동시 개봉하는 작품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독점적 공개 방식은 콘텐츠 차별화에 있어서 여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떻게 OTT 플랫폼 시장이 변화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티빙을 비롯한 다수의 토종 OTT 플랫폼들이 자체의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하지 않는다면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다른 OTT 플랫폼과의 차이점을 만들어 낼 것인가’라는 물음은 대중들의 욕망을 충족시킬 다수의 미디어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티빙

  3.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과 새로운 라이프의 창출

  한국의 OTT 플랫폼은 티빙의 경우처럼 국내 방송 채널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하면서 버퍼링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거나, 영화 <서복>의 경우처럼 국내 제작된 영화들과 독점적으로 계약해 대중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티빙과 같은 토종 OTT 플랫폼의 위상은 넷플릭스에 비하면 확고하지 않다. 넷플릭스가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자신들만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며 작품들에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확립해나가고 있는 반면 티빙을 비롯한 국내의 OTT 플랫폼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적극적이지 않다.

  다만 최근 티빙의 경우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을 시도하고 있으며, 웹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2021), 예능 〈여고추리반〉(2021) 등을 공개하며 앞으로 있을 치열한 경쟁적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넷플릭스와 다른 차별점을 가진 OTT 플랫폼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새로운 콘텐츠 소비자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매월 사용료를 지불할 소비자는 없다. OTT 플랫폼 소비자의 일차적 욕망은 명료하다. 보다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고싶다는 것이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굳이 티빙이라는 플랫폼의 소비자로 남을 이유가 없다. 그래도 티빙에서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의 제작에 관심을 돌린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티빙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확대로 이어질지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점이 있다. 티빙의 경우 다른 OTT 플랫폼과 달리 유통업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OTT 플랫폼과 유통업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 모델이 형성될지도 모르겠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 업체로 알려진 쿠팡에서도 쿠팡플레이라는 OTT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는 미디어콘텐츠의 제작과 물류 산업 등이 하나의 플랫폼에 집약된 일원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각각의 분리되었던 시장들이 경계를 넘어 단일한 플랫폼 속으로 집약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변화가 기업들에게 어떻게 자신들의 플랫폼에 소비자들을 유입시키고 지속적으로 묶어둘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반면 대중들에게는 기성과 다른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심우일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에 당선해 등단하였다. 이후 중앙대학교와 우석대하교 등에 출강해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였으며 다수 지면에 영화평론을 기고하고 있다. 현재는 대중문화잡지 《롤링스톤 코리아(Rolling Stone Korea)》의 영화 부문 필진으로 참여 중이다.

 

* 《쿨투라》 2021년 6월호(통권 8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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