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Theme] 아마존은 OTT 시장을 어떻게 ‘아마존’할 수 있을까?
[6월 Theme] 아마존은 OTT 시장을 어떻게 ‘아마존’할 수 있을까?
  • 송석주(영화평론가)
  • 승인 2021.05.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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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Amazon)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존 당하다(to be Amazoned)”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아마존에 고객과 이익을 빼앗겼다는 뜻의 이 말은 업계에서 아마존의 ‘강한 영향력’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1994년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현재 책을 포함해 가전과 패션,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업체가 되었다. 문자 그대로 ‘에브리싱 컴퍼니’가 된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도 ‘아마존 공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마존 공습에 발 빠르게 대응한 기업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 쇼핑몰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외 직구 서비스를 올 하반기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역시 SK텔레콤과의 전략적 제휴의 일환으로 아마존의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한국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중 하나가 아마존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이다.

  프라임 비디오는 넷플릭스, 훌루(Hulu)와 함께 미국 3대 OTT 서비스 중 하나이다. 특히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된 프라임 회원들은 프라임 비디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 1년간 1억 7500만 명의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이 프라임 비디오 영상을 시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프라임 회원수가 2억 명을 돌파했는데, 이에 따라 프라임 비디오의 이용자 수도 증가한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아마존 미래전략 2022』(반니, 2018)의 저자이자 일본 릿쿄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다나카 미치아키는 “아마존이 최근에 디지털 콘텐츠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프라임 회원을 늘리기 위한 목적도 다분하다”며 “디지털 콘텐츠와 아마존 프라임은 시너지를 내는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마존의 프라임 회원이 되어 각종 배송 서비스를 누리면서 넷플릭스에 뒤지지 않는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즐기는 게 여러모로 이득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선 어떨까. 아직 프라임 비디오는 국내에 정식 출시되진 않았지만 2019년 11월부터 한글 자막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 프라임 비디오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IMDb에서 집계한 ‘2019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1위에 오른 〈더 보이즈〉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공하면서부터다. 이와 함께 아마존은 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더스트럭〉(2017),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2018), 펠릭스 반 그뢰닝엔 감독의 〈뷰티풀 보이〉(2018) 등을 제작,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공개하면서 한국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프라임 비디오의 킬러 콘텐츠는 아마도 올해 말 공개 예정인 TV판 〈반지의 제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은 시즌 1에만 대략 5천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는 TV드라마 사상 최대 금액이다. 〈반지의 제왕〉을 등에 업은 프라임 비디오가 한국에 상륙할 경우 국내 OTT 시장의 판도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즉 프라임 비디오가 국내 OTT 시장을 재편할 만큼의 매력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면, 넷플릭스는 물론 토종 OTT인 왓챠, 티빙, 웨이브 등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주지하다시피 이미 OTT 시장은 레드오션이 됐다. 많은 전문가가 오리지널 콘텐츠와 킬러 콘텐츠를 넘어 ‘고객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 향후 OTT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구글 출신의 벤처 투자가인 야마모토 야스마사는 『2025 메가테크의 미래』(반니, 2021)에서 ‘AI의 화상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AI가 시청자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어느 장면에서 재미있는(혹은 재미없는) 표정을 지었는지 살핀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각기 다른 버전의 영상을 제공받는다. 같은 영화라도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결말이나 특정 장면 등이 다른 것이다. 저자는 “100만 명의 시청자가 있다면 100만 가지의 스토리가 있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스토리의 차이를 화제로 삼아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아마존은 자사의 AI인 ‘알렉사(Alexa)’를 자동차, 스피커, 조명 등에 탑재해 사람들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처럼 아마존이 다양한 분야에 알렉사를 접목시켜 사업 확장을 도모한다면, 알렉사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더욱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알렉사가 프라임 비디오에 탑재될 경우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21세기북스,2014)의 저자이자 《뉴욕 타임스》 기자로 일했던 브래드 스톤은 아마존의 경영 철학을 “다양한 산업 전반과 전 세계에 걸쳐 고객 중심의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존의 ‘고객제일주의’, 나아가 ‘고객 집착’ 수준의 치밀한 경영 전략으로 수많은 경쟁 기업이 ‘아마존 당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이제 본격적으로OTT 시장에 발을 내딛은 아마존이 여러 OTT 기업들을 언제, 어떻게 ‘아마존’할 수 있을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일이다.

 

 


송석주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영화학을 공부했다. 2021년 제15회 《쿨투라》 신인상 영화평론 부문에 당선됐다. 문화교양지 《독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영화와 책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다. TBN 한국교통방송의 영화 코너 〈어떤 영화, 진짜 이야기〉에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 《쿨투라》 2021년 6월호(통권 8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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