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지역과 영화팬 모두를 위한 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지역과 영화팬 모두를 위한 영화제
  • 이정훈(본지 객원기자)
  • 승인 2021.05.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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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팬데믹의 여파로 지난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올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올해로 22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29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전북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4개 극장(상영관 17개)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던 영화제를 올해는 정상적으로 추진해 세계 각국의 영화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이 같은 의지는 올해 영화제 슬로건인 ‘영화는 계속된다(Film Goes On)’에도 담겼다.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현장(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CGV전주고사,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 전주시네마타운) 상영과 온라인 상영(OTT 웨이브)을 함께 한다는 부분이다. 올해 전주에서는 48개국 186편(해외109편, 국내 77편)을 만나볼 수 있다. 일부 작품은 현장상영만 한다. 개막작은 세르비아 출신 스르단 골루보비치 감독의 〈아버지의 길〉이다. 세르비아의 작은 마을에 사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노동자인 니콜라가 2년째 임금 체불을 겪고 생활이 어려워지자 그의 아내가 남편 직장으로 가서 분신까지 하게 된다. 아내는 목숨을 건졌지만, 현장에 있었던 아이들은 후견인에 맡겨지고 아이들을 찾기 위해 니콜라는 고군분투한다. 감독은 고통스러운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빈부격차와 설익은 사회 안전망을 비판한다.

  폐막작 〈조셉〉은 《르몽드》지에서 만평가로 활동한 오렐 감독이 실존했던 스페인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조셉 바르톨리의 삶에 영감을 받아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다. 바르톨리는 1939년 스페인 내전 중 프랑스로 탈출했다가 세계 2차 대전이 터지자 멕시코로 가 화가 프리다 칼로와 연인 사이로 지냈다. 이후 미국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같은 미술가들과 교류했다. 20세기 초중반 유럽의 슬픈 현대사를 역동적인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지점이 흥미롭다.

  개·폐막작은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있는 ‘전주돔’에서 상영되어왔지만, 올해 개막작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폐막작은 CGV 전주고사 1관에서 상영된다. 야외 상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영화제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을 지원한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신념과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 임흥순 감독의 〈포옹〉, 이승원 감독의 〈세자매〉, 테드 펜트 감독의 〈아웃사이드 노이즈〉 등 4개 작품도 소개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통해 7년 동안 35편의 영화 제작을 지원했다. 이번 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로테르담국제 영화제 바냐 칼루제르치치 집행위원장, 영화 〈질투는 나의 힘〉부터 〈결백〉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배종옥,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칸 영화제 초청작 〈백일염화〉와 〈와일드 구스 레이크〉를 제작한 선양, 영화 〈프리덤〉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알베르세라 감독, 영화 〈생활의 발견〉부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밀양〉 등을 프로듀스한 이한나 프로듀서가 참여해 전 세계 전도유망한 신인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번째 장편 연출작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10편의 돋보이는 한국영화들을 선보이는 한국경쟁에서는 현 전주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이자 영화 〈협녀: 칼의 기억〉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과 로스앤젤레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의 키바 리어든 프로그래머, 〈레몬 공장소녀〉의 연출자이자, 스트리밍 플랫폼 ‘무비(MUBI)’의 콘텐츠 디렉터 키아라 마라뇬이 참여한다. 25편의 작품이 본선에 오른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으로는 영화 〈걸캅스〉와 〈새해전야〉 등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 중인 배우 수영이 선정됐다.

  한편 비경쟁부문에서 상영하는 아시아 영화를 대상으로 아시아영화진흥기구(The Network for the Promotion of Asian Cinema, NETPAC)가 시상에 나서는 넷팩(NETPAC)상은 3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 변성찬 평론가, 장편 다큐멘터리 ‘프리 래디컬스: 실험영화의 역사’의 핍초도르프 감독이다. 올해 영화제에 초청된 심사위원들은 영화제 기간 중 전주를 찾아 심사를 진행하되, 해외에 거주하는 심사위원들은 별도의 초청을 진행하지 않고 온라인 심사로 대신한다.

 

 


 

* 《쿨투라》 2021년 5월호(통권 8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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