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국내 1위 OTT 사업자 웨이브의 이찬호 콘텐츠전략본부장(CCO)을 만나다
[INTERVIEW] 국내 1위 OTT 사업자 웨이브의 이찬호 콘텐츠전략본부장(CCO)을 만나다
  • 김은경(백석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
  • 승인 2021.05.26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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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0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Deloitte)는 「2030년, TV 및 동영상 시장의 미래 예측(The future of the TV and Video landscape by 2030)」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유력하게 내세운 예측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등과 같은 소수의 글로벌 플랫폼과 디즈니와 같은 메이저 콘텐츠 사업자들이 시장의 승자로 부상할 것이고, 향후 해당 업체들은 콘텐츠 영향력을 확대해 국가별 방송시장까지 장악할 것이라는 게 그 요지다.

  ‘그래 30년 후라면, 가능할 수 있겠지.’ 이와 같은 안일한 생각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가시화되고 있다. 2016년부터 우리나라에 OTT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올 2월 기준 월 사용자 수(MAU)가 1001만3283명으로 지난해 1월(470만4524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큰 성과를 거두자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 프라임 또한 올해 내 대한민국 OTT 시장의 상륙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여러 대한민국의 OTT 기업들 또한 새로운 전략과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그 선두가 웨이브이다. 닐슨코리아클릭 기준, 지난해 연말 300만 초반을 기록했던 웨이브의 국내 월 사용자 수(MAU)는 올해 3월 기준 368만 명까지 늘었다. CJ ENM과 JTBC가 손잡은 티빙이 327만 명으로 바짝 뒤쫓고 있지만, 국내 OTT 부분 부동의 1위는 웨이브이다. 2025년까지 콘텐츠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웨이브, 그 중심에 있는 이찬호 콘텐츠 전략본부장(CCO)을 만나보도록 하자.

웨이브는 지상파 3사(KBS, MBC, SBS) OTT 서비스인 푹(POOQ)과 SK텔레콤의 OTT 서비스인 옥수수(oksusu)를 합친 국산 OTT 서비스다.

  김은경(이하 김) 웨이브의 콘텐츠 전략본부장으로 영입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간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등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하셨는데, 플랫폼 기업인 웨이브 행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찬호(이하 이) 처음 드라마를 시작한 것은 2006년 CJ에서부터였습니다. 저는 PP(Program Provider,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콘텐츠 제작을 맡게 되었죠. 당시로서는 뉴미디어인 초창기 케이블티브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킬러콘텐츠가 필요했고, 그 킬러콘텐츠의 방향은 드라마였죠. 그러니까 채널의 니즈를 위해 드라마의 기획·제작을 시작한 것이죠. 현재 웨이브의 상황도 유사합니다. OTT라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 웨이브라는 플랫폼이 잘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리지널 콘텐츠 드라마가 꼭 필요하니까요. 치열한 경쟁 아래 기대와 우려, 희망이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기에 웨이브를 선택한 것이죠.

  김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거대 플랫폼 기업의 대항마로서 웨이브가 가지고 있는 무기, 그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일단 웨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의 안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웨이브는 주주사인 지상파 3사에서 이미 검증된 양질의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되는 구조라서, 폭넓고 다양하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는 게 최대의 강점이죠. 그리고 앞으로는 웨이브만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서비스될 예정이니, 특별함도 함께 누릴 수 있지요.

  김 웨이브에서 만들고 싶은 오리지널 드라마의 방향,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이 제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생각해 계속 고민 중인 부분입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생각을 종합하자면, ‘웰메이드’라는 키워드가 떠오릅니다. 현재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드라마라고 한다면, 대작 위주이고 소재적으로도 우주 혹은 좀비 아니면 되지 않을 것 같은 업계 나름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어떨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OTT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우려스러운 면이죠. 물량과 규모보다는 완성도가 높은 웰메이드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 우선 그것이 웨이브의 오리지널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상파 3사에서 웨이브에 제공되는 명작 드라마

  김 웰메이드 드라마에 대한 제작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 그동안 드라마를 만들며 제일 아쉬웠던 것이 사전제작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사전제작 방식이 아닐 때에는 아무래도 방영 시간에 쫓기며 제작을 하다 보니 뒤로 갈수록 작품의 밀도가 느슨해지기 마련이었지요. 그때는 몰라요. 종영 후 한참 지나서 다시 한번 정주행해서 보면, ‘그때 시간이 너무 없었지…’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하게 됩니다.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사전제작 후 서비스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완성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김 사전제작 방식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때, 제작비 확보 문제를 비롯해 기존과는 다른 어려움이 있을까요?

  이 제작비보다는 ‘시간’이 관건입니다.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작품으로 준비 중인 드라마 〈트레이서〉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현재 대본 작업이 90퍼센트 가까이 진행된 상황입니다. 그 기간 동안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것은 아니고, 2년 가까이 대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김현정 작가가 길고 외로운 싸움을 하는 중이죠. 물론 프로듀서들이 그 옆에서 독려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좋은 드라마는 결코 급한 마음으로 탄생할 수 없습니다. 책임프로듀서로서 제가 그동안 했던 일은 어쩌면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 그 긴 시간을 여러 스태프와 함께하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생〉 〈도깨비〉 〈시그널〉 〈비밀의 숲〉 〈보이스〉 등은
그가 책임프로듀서로서 참여한 드라마이다.

  김 그동안 여러 작가와 연출자 등과 함께 드라마를 제작하셨는데, 어떤 유형의 작가나 연출자를 선호하시나요?

  이 제 경험에 의하면, 연출자의 경우에는 재능 많은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선장 같은 리더십이 있는 분이 좋은 작품을 만들더라고요. 드라마는 특히 많은 스태프가 참여하고 긴 기간이 요구되다 보니, 연출자에게는 거대한 배를 움직이는 선장의 면모가 필요합니다. 급하게 키를 마구 돌리거나 파도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러면 드라마가 산으로 가고 맙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연출자는 리더로서의 인성과 교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성실함,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이 있지요. 물론 재능도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을 투자해 대본을 쓰는 분들의 꾸준함을 당해낼 수 없는 것 같아요. 이것은 제가 책임프로듀서로서 선택이나 선호의 기준이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그분들을 지켜본 결과라고 할 수 있죠.

  김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드라마나 방송 관련된 일을 지망하는 분들에게 선배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먼저 말씀드릴 것은, 드라마나 여타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는 점입니다. 드라마 작가나 연출자, 스태프에게 자격증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일단 진입했으면 버텨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은 진입할 때 형식을 갖추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반드시 대기업이어야 하고, 정규직이어야만 한다고들 생각하죠. 시작하기도 전에 준비하는 시간 자체가 너무 길더라고요. 저의 경우, 방송에 입문한 것은 인천방송예능 FD부터였습니다. 메이저 방송사도 아니었고, 가장 말석이었지요. 하지만 그렇게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이 직접 부딪쳐 맷집을 키워야 좀 더 큰 곳에 가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죠.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작은 일이라도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기서부터 경력이 시작되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찬호 콘텐츠 전략본부장은 “앞으로 웨이브가 더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흔히들 K-드라마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을 주로 꼽곤 한다. 그러나 이찬호 전략본부장의 생각은 달랐다. 제대로 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시간’이라고 그는 말한다. 시간이 주는 미덕과 그 가치를 포용하며 ‘웰메이드’될 웨이브의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 드라마에 큰 기대를 가져 본다.

 


2021년 5월 11일 화요일
곳 웨이브 본사(여의도포스트타워)
인터뷰어 김은경(백석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
사진 김한솔 기자

김은경
20년 간 방송대본을 썼으며, 백석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극작 전공 교수로 재직중이다. 방송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시간여행 서시를 연구하는 중이다.

* 《쿨투라》 2021년 6월호(통권 8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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