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Theme] 반짝반짝 빛나는 '뽀드윅' 조정석
[8월 Theme] 반짝반짝 빛나는 '뽀드윅' 조정석
  • 안진용(문화일보 기자)
  • 승인 2021.07.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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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AM ENTERTAINMENT, tvN
ⓒJ AM ENTERTAINMENT, tvN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보다 대중적 존재로 발돋움한 건 지난 2012년 3월. 배우 하지원·이승기가 주인공을 맡은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주연급 캐릭터인 왕실 근위대장 은시경 역을 조정석이 맡는다고 했을 때 “누구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식에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조정석을 뺏길 수 있다”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는 이미 〈헤드윅〉을 비롯한 다수 뮤지컬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조승우의 후계자’라 불리고 있었다.

  그 당시 조정석의 별명은 ‘뽀드윅’. 조승우가 뮤지컬 시장의 원톱(one top)으로서 ‘조드윅’(조승우+헤드윅)이라 불리던 상황 속에서, 팬들은 같은 성(姓)을 가진 조정석의 뽀얀 피부에 착안해 ‘뽀드윅’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그리고 약 10년이 흐른 지금, 조정석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뮤지컬까지 모두 섭렵하는 몇 안 되는 배우로 거듭났다.

  돌이켜보면, 2012년 3월은 조정석에게 남다른 시기였다. 〈더킹 투하츠〉가 3월 21일에 방송을 시작하고, 불과 하루 뒤인 3월 22일 영화 ‘건축학개론’이 개봉됐다.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었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이미 주연 배우였지만 충무로에서는 신인이었던 그에게 허락된 비중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납득이 가는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에서 주인공 승민(이제훈)의 친구 납득이 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했다. 제대로 된 배역 이름 석 자도 없이 그냥 ‘납득이’라는 불린 캐릭터는 조정석을 만나 새로 태어났다. 이 역할을 위해 체중까지 불린 조정석은 연애 박사인 척하는 인물을 연기하며 “납득이 안 되네, 납득이”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아울러 키스 한 번 해 본적 없는 친구에게 키스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설명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렇게 납득이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그는 동시간대 방송되는 〈더킹 투하츠〉를 통해 또 한번 대중을 놀라게 만들었다. 〈건축학개론〉 촬영을 마친 후 〈더킹 투하츠〉 속 살을 쏙 빼고 절도 있는 근위대장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그에게서 납득이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 조정석은 양극단에 놓인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이며 ‘연기 잘하는 배우’로 강하게 각인됐다.

  이후 조정석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영화 〈관상〉으로 913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최근작인 〈엑시트〉로는 942만 명을 동원했다. 〈관상〉에서는 송강호·이정재·김혜수 등의 후광을 입었다고 치더라도 〈엑시트〉의 성공은 그의 티켓파워를 여실히 보여준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시장에서도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질투의 화신〉에서는 유방암에 걸린 앵커 역할을 스스럼없이 소화했고, 〈녹두꽃〉을 통해 단단한 사극 연기를 보여줬다.

  그의 성공에, 뮤지컬 팬들은 다소 상심할 수밖에 없었다. 〈더킹 투하츠〉에 출연할 당시 그들의 우려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조정석의 뮤지컬·연극 출연은 2016년 〈헤드윅〉, 2018년 〈아마데우스〉 이후 뚝 끊겼다. 영화·드라마 시장이 공연 시장에 비해 더 크고, 대자본이 몰리는 것을 고려할 때 조정석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물’이 된 셈이다.

  그리고 그는 운명 같은 작품을 만났다. 2020년 공개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이미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대성공시킨 신원호 PD·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한 이 드라마는 조정석·유연석·정경호·김대명 등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율제 병원을 중심으로 한 동기 의사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의사와 환자를 둘러싼 따뜻한 온기를 더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J AM ENTERTAINMENT, tvN

  그 속에서도 조정석은 반짝반짝 빛난다. 극 중 그가 짊어진 짐은 많다. 조정석이 연기하는 이익준은 누구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의사인 동시에 실력 면에서도 최고봉에 올랐다. 이혼 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홀로 키우는 싱글 파더지만 그늘은 찾아보기 어렵고,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인 채송화(전미도 분)를 향한 돌직구 같은 사랑도 고백했다. 이쯤되면 “제작진이 이익준에게 스토리를 몰아준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워낙 탄탄한 연기력으로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하니 시청자들의 응원의 목소리는 더 높다.

  여기에 조정석은 장기를 하나 더 발휘한다. 극 중 동기 의사들로 구성된 밴드 ‘미도와 파라솔’의 보컬을 맡아 오랜 뮤지컬 경험을 통해 쌓은 가창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이는 마치 그의 뮤지컬 무대를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한 위로와도 같다.

  반응은 즉각적이고 강렬하게 돌아왔다.〈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에서 조정석이 부른 <아로하>는 각종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너무나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별한 일이었고 가문의 영광 같은 축복 같은 일이었다. 배우인데 가수 OST 상도 몇 개 받았는데, 이런 일은 드물고 힘들다는 걸 알기에 시즌2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2 OST를 바라보는 대중의 기대는 여전하다. 조정석 역시 이를 알고 있다. 그는 “미도와 파라솔의 퍼스트 기타 겸 보컬인데, 노래가 다 어려웠지만 시즌2 때는 조금 더 어렵더라. 꾸준히 흥얼대고 발성을 연습했다”며 “모두 (실력이) 많이 늘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느낌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또 다시 음원 차트를 석권할 수도 있다는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J AM ENTERTAINMENT, tvN

 

 


안진용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저서로 『방송연예산업경영론』(공저)이 있음.

 

* 《쿨투라》 2021년 8월호(통권 8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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