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제 '나의 첫사랑 이야기' 공모전 결과 발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제 '나의 첫사랑 이야기' 공모전 결과 발표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1.09.01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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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황순원문학제 나의 첫사랑 이야기 공모전 결과

2021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첫사랑 이야기' 공모전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예심(쿨투라 편집부) / 본심(박찬일 추계예대 교수, 김민정 중앙대 교수)을 거쳐 14명의 수상자를 선정하였습니다.

애틋하고 소중한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신 모든 응모자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가작 당선자 10명 중 1명은 공모 자격 미달로 인해 수상 취소되었음을 밝힙니다.

 

2021 첫사랑 이야기 공모전 심사평

황순원 소나기마을이 주최하고 문화전문지 쿨투라가 주관한 ‘첫사랑 이야기’ 공모전에는 저마다 ‘소나기’ 속 소년 소녀가 되어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난한 삶의 무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첫사랑과 젊은 날의 사랑과 열정을 아롱지은 칠색무지개가 하염없는 그리움으로 번져갔다. 읽는 내내 행복하기도 하고 한편 아련해졌다.

“목이 아프다. 생선 가시가 걸린 것처럼 따끔따끔하다”로 시작하는 대상작 <첫사랑>은 스물 살 대학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며 스물여섯 이별 여행과 함께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게 된 첫사랑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전형적인 첫사랑의 모티브다. 하지만 그의 행간 속에서 꿈틀거리는 모든 사랑의 애증행각들이 뛰어난 묘사와 문장의 힘으로 지금 여기의 진행 중인 첫사랑으로 오버랩 된다. 한 행도 허투루 지나갈 수 없게 짜여진 밀도 있는 문장들이 첫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잘 살려냈다.

펜을 들고 한참을 고민했을 그 애의 모습도,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한 글자씩 써내려갔을 모습도 모두 다 좋았지만 무엇보다 일렁이는 글씨가 마치 그 애의 마음이었으면 해서, 내가 그 애의 잔잔한 호수에 사는 단 한 마리의 물고기였으면 해서 그 애의 편지가 좋았다.

그 애의 편지보다 그 애의 글씨가 좋았다고 고백했던 그가 사랑을 떠나보냈을 때 “그 애는 더 이상 내 귀 위에 있는 작은 점 세 개를 기억하지 못했고 나는 더 이상 그 애의 납작한 뒤통수를 쓰다듬지 않았다. 나는 그 애를 질투하고 시기하고 원망하며 또 사랑했다. 이따금 다정하게 속삭이는 그 애의 목소리가 희망의 끈이었다.”고 말한다. 바로 옆에서 사랑을 떠나보낸 주인공처럼 그 상처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느 시인이 그랬다. 자신은 살아있음에도 죽어가는 것이 애매하다고, 과연 나는 살아가는 것일까 죽어가는 것일까. 그 애가 떠난 후 보고 싶다는 말로 계절을 버티고 다음 계절에는 지나간 추억들로 생애를 흘려보냈다. 세상이 무너져도 넌 내 옆에 있어야지. 그 애의 팔을 베고 속삭이던 순간이 두둥실 온 방안을 채우던 밤. 비로소 첫사랑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심사위원들에게도 “비로소 첫사랑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작품을 대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바쁘게 지냈다가 울었다가 괜찮아졌다가 무너졌다가 수도 없이 반복하다 보니 슬픔은 가시고 추억만 생생하다.”는 이 첫사랑은 우리 모두에게 “한때 존재했던 그곳에 그대로 멈춰” 서 있다. “첫사랑이 저물어가던 그 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영원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최우수상작 <좋은 아침>은 장애를 극복하고 뛰어넘은 감동적인 첫사랑 이야기이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뒤틀린 팔다리 때문에 나는 팔을 풍차처럼 휘두르고 다리를 질질 끌며” 걸었고, 엄마의 등에 업혀 생활해야 했던 그에게 등하굣길은 지옥이었다. 어느 날,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등굣길에서 등교시간을 늦추기 위해 일부러 들고 있던 우산을 놓쳤는데 누군가 빗속을 뚫고 우산을 내밀어주었다. 뒷집에 사는 오빠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오빠는 등굣길 내 가방을 들어주었다. “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첫사랑이었다.

 그날부터 아침이 기다려졌다. 눈 뜨는 순간을 고통스러워하던 내가 생전 처음으로 좋은 아침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녀의 첫사랑은 세상을 향한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그녀는 첫사랑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원하는 삶을 위해 도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첫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우수작으로 뽑힌 <달은 다 안다>, <그 시절 나에게>, <첫사랑 참회록>과 9편의 가작들도 저마다의 사연과 사랑의 전율이 그대로 전해졌다. 달이 맺어준 첫사랑 얘기를 꼭꼭 숨겨두고 살다 긴 세월이 흐른 뒤 손녀에게 들려주고, 사춘기시절 깔깔대며 많이 웃었던 그 웃음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맴돌고, “심장에서 꽃이 핀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너라는 흉터가 나에게 사랑의 열병 같은 흔적을 남겼다”는 뒤늦은 첫사랑의 참회록도 아이러니하게 아름답다. 

사랑을 하면 모두 시인이 된다고 했던가. 도라지꽃 향기가 피어오르는 청춘의 뜨락에서 가장 욕심 없고 순결한 첫사랑의 나무 한 그루 꼭 가꾸고 싶었던 230여 편의 사연들은 그 추억만으로도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내 가슴 안에서 가장 반짝였던 기억 저편의 첫사랑 이야기를 보내주신 모든 응모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심사위원

예심
월간 쿨투라 편집부

본심
박찬일(시인, 추계예대 교수)
김민정(드라마평론가,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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