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Theme] 세상이 교육을 바꾸고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
[9월 Theme] 세상이 교육을 바꾸고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
  • 최진영(SMI대표)
  • 승인 2021.09.03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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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많이 바뀐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나 AI, 메타버스, 줄기세포, 자율주행차 등 세상이 바뀌는 원인도 방향도 다양하다. 미래학자들은 교육도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요즘 교육 분야의 전문가나 이 분야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미래 교육이나 미래 학교에 대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세상이 바뀌기 때문에 교육은 당연히 바뀔 수 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과거의 지식을 배워서는 미래 세계에 적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기 자동차 시대가 곧 올 텐데 내연기관 정비를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 혁신의 필요성 외에 미래교육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이다. 1636년 설립된 하버드 대학으로 대표되는 근현대 교육은 기존의 도제식 교육을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대량생산형 교육으로 바꿨다. 서양은 이 세상의 문제와 의문을 해결하는 근현대 교육이라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켰다. ‘사람은 왜 날 수가 없는 것일까?’, ‘말을 타지 않고 더 빨리 이동할 수는 없을까?’,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대화할 수가 없을까?’ 등 여러가지 궁금증과 문제들을 전기와 엔진과 통신 수단 등을 발명하고 발견하면서 해결했다. 이것을 교육의 형태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알리고 그들을 공장과 연구소와 학교에서 일하게 만들었다. 근대 학교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인류의 생산성은 인류 역사 어느 시기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향상되었다. 우리 나라는 궁금증과 문제를 누구보다 먼저 해결하는 First Mover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교육을 누구보다 빠르게 도입하여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우리가 Fast Follower로 성공한 주요한 이유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교육과 학교는 더 이상 그 역할을 못하고있다. 교수가 전달하는 지식은 본인이 박사 학위 받을 때나 의미가 있었던 지식이고, 학생이 졸업한 이후에는 죽은 지식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죽은 지식을 공부하고 시험을 대비한다. 보스턴이나 신림동 근처로 옮겨 4년 내내 몇 명의 교수에게 수업을 배우는데는 몇 천만원에서 몇 억이 들지만, 나의 교수님이 알려주는 지식보다 훨씬 훌륭한 컨텐츠는 거의 무료 수준으로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지식 자체를 배우기 위해서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것조차 의심 받고 있다. 지금의 기업들이 대졸자의 지식과 역량을 의심하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지식 수업뿐만이 아니라 예체능을 포함한 실습형 수업 역시 지금의 교육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몇 백명의 학생당 한두 명의 음악, 체육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실습과 연습을 시킬 수 없다. 모두가 자기만의 실험과 연구 체험을 해야하는 과학 과목도 마찬가지이다. 지구과학 수업을 위해서 화산 분화구 체험을 해보면 좋겠지만 그것이 가능하지는 않다. 공연 수업이 가장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자기 학교 학생뿐만이 아닌 다른 나라 학생들과 같이 협연을 해보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학교는 우리 학교 학생들끼리 학교 강당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해도 혜택 받은 학생들이었을 것이다. 학교의 한정된 자원과 학교 안에서만 모든 것을 해결해야하는 상황에서는 미래에 대비할 수도 없고 미래를 이끌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의 경쟁력 관점에서 보면 더 이상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지 않고 우리가 의문을 품고 문제를 해결해 세계를 선도하거나 선도할 분야를 교육의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Fast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 역시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미네르바대학 홈페이지
미네르바대학 홈페이지

  이러한 이유로 미래 학교를 디자인하고 제안하고 실제 운영해보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고문으로 있는 미네르바 대학이나 대표로 있는 SMI도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 학생들과 영국, 미국, 한국 등 7개국을 다니며 각 국의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미네르바 대학은 지식 수업은 각자 학생들이 책이나 온라인을 통해서 하게 된다. 교수와는 온라인을 통해 토론하고 발표를 한다. 교수에게만 배우지 않고 한 장소에서만 수업하는 게 아니며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유명하지만, 미네르바의 혁신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미래 역량의 체계적 성장 방식이다. 학생들은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을 4년 내내 훈련하게 되고 졸업 후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건 적응하고 잘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IT 기술을 적절히 잘 활용해서이다.

  필자가 준비중인 SM Institute도 적정 기술과 새로운 교육 방식을 설계하여 학생들에게 맞춤식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식 수업의 온라인화를 통한 과목 및 진도의 맞춤식 수업으로 가수나 연기자 같은 꿈을 꾸면서도 학과 공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며 해외 공연을 가거나 해외 연수를 가도 학과 공부는 온라인을 통해서 지속할 수가 있다. 학교 선생님과 이론을 배우고 혼자 연습을 하는 예체능 수업이 아니라 그 분야 최고 현장 전문가에게 배우고 실제 예술 작품이나 공연을 해보면서 성장할 수 있다. 인공지능 예체능 선생님을 통해 연습과정의 효율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뉴욕과 북경의 무대에서 공연해보는 경험을 메타버스 환경 조성을 통해 느껴보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강한 분야를 교육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전 세계에 우리의 교육을 보급 수출 할 수 있고 이 분야에서 한국이 First Mover가 될 수도 있는 강력한 기반을 만들 수도 있다.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가장 현명한 전략은 세계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믿는다.

  모두가 학교가 변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인류에게 큰 발전의 기회를 준 현재의 교육은 그 찬란한 역할 때문에 종교 수준으로 의심 받거나 의심 받으면 안되는, 개혁하기 어려운 대상이 되어버렸다. 다른 분야만큼 급진적인 변화를 하기 어려운 면도 있고 너무 속도만 신경쓰다 보면 잃는 것도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국가와 인류, 그리고 그 안에서 활약해야할 젊은 세대를 위해서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기존의 교육과 학교를 잊고 새롭게 디자인해보고 방향을 잡아보기 위한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세계를 습격한 전염병으로 인해 미래 교육 시계는 더 빨리 돌아갈 것이다.

 

 


최진영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주)삼성물산에서 근무하였으며, 한양대학교 교수, (주)밀림 대표, 디지털대성 대표이사, 종로학원하늘교육 사장 역임, 현재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운영위원, 열린사이버대학 감사, 미네르바프로젝트 한국담당 이사, 에스엠아이(SMI) 대표이사.

 

* 《쿨투라》 2021년 9월호(통권 8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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