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아물지 않은 상처에 전하는 위로 ‘LA Art Show'
[Gallery] 아물지 않은 상처에 전하는 위로 ‘LA Art Show'
  • 김준철(미주문인협회 회장, 본지 미주특파원)
  • 승인 2021.09.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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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다. 마치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고깃덩어리처럼. 그것은 아마도 2년 가까이 현실과 소망 사이에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 초로 예정되었던 LA Art Show가 코로나 여파로 연기되었다가 드디어 지난 7월 29일에 개막되었다. 올해로 26회를 맞는 미국 최대 규모의 국제 현대 미술 박람회인 이번 행사는 8월 1일까지 LA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었는데, VIP Opening 행사에 초대해주셔서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갔다.

 이번 아트쇼는 예전과 같은 규모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18만 평방피트 공간의 총 80여 갤러리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었다. 이번 행사의 메인 콘셉트는 ‘여성’ ‘테크놀로지’ ‘예술’로 요약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지금의 contemporary를 유지하면서 ‘미래로의 발돋움’에 포인트를 준 것으로 보였다. VIP Opening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인지 전시장 안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다른 전시장에서는 늘 인파들에 둘러싸여 작품을 관람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여유롭게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NFT 디지털 아트 갤러리인 Vellum LA의 작품들이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비롯해 NFT(대체불능토큰) 작품들도 LA 지역에서는 라이브 전시 행사 최초로 전시되었다. 얼마 전, 50만 달러에 팔린 세계 최초 NFT 가상 주택 ‘마스 하우스(Mars House)’를 제작했던 캐나다 한인 작가 크리스타 김을 비롯하여 샘 클로버, 클라우디아 하트 등 11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체 전시장은 ‘모던+컨템포러리(Modern+Con-temporary)’, ‘다이버스아트LA(DIVERSEartLA)’, ‘뿌리(Roots)’, ‘프로젝트 스페이스(Project Space)’, ‘종이 작업(Works on Paper)’, ‘유러피언 파빌리온(European Pavilion)’ 등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었다. ‘모던+컨템포러리’에는 세계 곳곳에서 46개 갤러리가 참가해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디자인,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 예술품들을 전시하였다. 5만 평방피트 전시장에 펼쳐진 ‘다이버스아트LA’는 환태평양 국가들의 예술가, 큐레이터, 수집가, 박물관, 비영리단체 등을 LA 미술 애호가들과 연결하고 소개하는 특별 기획전으로 전시 작품은 판매하지 않으며 소통과 연결에 집중했다. 전통을 이어가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된 ‘뿌리(Roots)’에서는 정통 유화, 보석공예, 실버웨어 장인의 작품 등을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재능이 반짝이는 아티스트들의 개인, 그룹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프로젝트 스페이스’에는 9개의 갤러리에서 추상작품부터 믹스드 미디어 아트까지 흥미롭고 이색적인 작품들을 전시하여 눈길을 끌었다. 전통적인 캔버스가 아닌 종이를 기본 소재로 사용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종이 작업’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 갤러리 등 9곳이 참가했으며 수중 사진을 비롯해 연필 소묘, 종이공예, 혼합 미디어, 아크릴, 판화 작품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유러피언 파빌리온’에는 스페인의 피그먼트 갤러리와 비아빌라마린 아트 갤러리가 참가했다.

 전시장 안쪽에서는 VIP를 위한 각종 음료와 주류, 핑거푸드가 제공되어 모처럼 열린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흥겹게 즐길 수 있었다. 한인 갤러리 중에서 인기 있는 코너 중 하나는 할리우드에 있는 헬렌 J 갤러리였다. 그곳에서는 〈달항아리〉로 유명한 최영욱 작가의 〈카르마〉 시리즈 등 여러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마치 사진을 보듯 섬세하게 재현된 〈달항아리〉 시리즈 작품 중 3점을 지난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구매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최영욱 작가는 ‘빌 게이츠의 작가’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또한 J&J 아트에서는 한지, 콜라주, 서예와 회화 접목 작품까지 20여 한인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한곳에 모아 소개하고 있었다. 심요 갤러리에서는 이번에도 뉴미디어 아티스트로 유명한 이이남 작가의 디지털 혼합 작품과 정철교 작가의 유화 작품을, 갤러리 한에서는 연규혜 작가의 아크릴 작품, 아트올웨이즈 갤러리에서는 김서연 작가의 아크릴 작품 등을 선보였다.

  힘든 시기에 열린 행사여서인지, 사실 이번에 아트쇼에 참여한 갤러리나 작가가 예전 수준에 못 미친 점은 분명히 있었다. 메이저급의 갤러리나 바이어 그룹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갤러리들처럼, 눈여겨볼 만한 작품들을 가지고 참여한 갤러리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한가로이 전시장 안을 돌아다니다 예전에 《쿨투라》에 소개했던 한인 작가 Ryan Cho를 만났다. 그는 매년 참여했던 아트쇼에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구색을 갖춰 전시되어 있어서 내년 초에 열릴 아트쇼가 기대된다고 했다.

김서연 작가, 이후정 큐레이터와 함께

  그의 소개로 아트쇼에 참가한 김서연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이번 행사에 참여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막 오프닝 행사를 시작했는데, 많은 방문자와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인다며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미주에서 많은 작가를 연결하고 있는 아트올웨이즈의 이후정 큐레이터는 “다양한 작가들의 참여가 이번 아트쇼의 가장 빛나는 장점”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더 많은 아트 행사에 적극적인 한인 작가들의 참여를 기대하여도 좋을 것”이라고 귀띔하였다.

  서서히 달아오른 LA 아트쇼 행사장을 나서며 팬데믹으로 끊어진 관계와 소통의 고리가 예술 작품을 통해 복원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예술가들 역시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고, 이겨내려 애쓰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가 느껴졌다. 아직 여러 의미에서 아물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이번 행사가 많은 이들에게 분명 커다란 위로가 되었으리라 확신하며, 아트쇼에 참여했거나 혹은 참여하지 못한 모든 예술가에게 응원과 감사의 박수를 보내며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SEOSAENG COCKSCOMB / CHUL-KYO JEONG, 2020 / Oil on Canvas / 112.1 x 145.5 cm / SIMYO GALLERY
BLACK LACES

  Tip. LA 아트쇼를 마치며

  2020년 박람회 참석자의 절반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을 준수해 진행된 이번 행사는 우려와 달리 판매량이 두 배로 늘어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쾌적한 통로, 철저한 환기, 필수 마스크 착용 등으로 30,000여 명의 예술 애호가가 Covid 안전 프로토콜을 준수하며 4일 간의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2021년 셀러브리티 호스트이자 세계적인 팝 스타인 리타 오라가 주최한 오프닝 나이트 리셉션을 시작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7년 연속으로 ‘S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과 독점적 파트너 계약을 맺고 있다. LA 아트쇼 주최측은 티켓 판매 수익의 15퍼센트를 세인트 주드 병원에 기부하며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는데 쓰고 있다고 밝혔다.

BLACK LACES GIVEN BY FATHER / SUHYEON KIM, 2021 / Acrylic on Canvas, Handcut / 36 x 30 in / ART ALL WAYS

  또한 NFT 디지털 아트의 경우, LA 아트쇼의 공식 NFT 마켓플레이스인 SuperRare와 협력하여 모든 참석자가 라이브 NFT 경매에 액세스할 수 있었으며 Vellum LA 및 SuperRare의 총 판매액이 247,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기존 갤러리도 4일 간의 판매로 분주했는데, 많은 신규 수집가와 바이어들의 방문으로 이와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이번 아트쇼의 새로운 감독인 Kassandra Voyagis의 아이디어인 이 특별한 LA Art Show Summer Edition은 방문객과 전시업체 모두로부터 열광적인 관심, 판매, 친선 및 긍정적인 피드백을 불러일으켰다. LA 아트쇼는 2022년 1월 19일부터 23일 다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 《쿨투라》 2021년 9월호(통권 8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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