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Theme] 스낵 컬처 트랜드와 방송, 그리고 "YOU"
[10월 Theme] 스낵 컬처 트랜드와 방송, 그리고 "YOU"
  • 류남이 (EBS 신사업기획, CP)
  • 승인 2021.10.0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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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볼 수 있는 가볍고 짧은 문화콘텐츠인 스낵 컬처 콘텐츠는 Speed(속도), Short time(단시간), Simple(간편화)라는 특징을 가진다.

  스낵 컬처의 태동과 성장의 힘, “YOU”

  스낵 컬처라는 말은 2007년 미국의 IT 및 미디어 전문잡지인 《와이어드》에서 “한 입 사이즈로 구성된 포맷이 중요한 문화코드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게재된 것에서 유래하였다. 그 배경에는 당시에 회자되기 시작하던 ‘개방’, ‘참여’, ‘공유’라는 웹2.0의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2006년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과 ‘올해의 발명품’으로 “YOU”와 “YouTube”를 선정하면서, “‘당신’이 정보화시대를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것은 “당신”이 단순히 인터넷 정보의 수신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 활동하고, 디지털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신호였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통신서비스의 진화 그리고 인프라의 발전은 이용자의 통신료 부담을 크게 완화시켰다. 이동하면서도 자유롭게 용량이 큰 영상콘텐츠를 비교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스낵 컬처의 확산의 발판이 되었다. 

  마침내 지금은 누구나 자신만의 방송채널 운영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또한, BJ, 유튜버, 크리에이터등으로 불리는 UGC(User Generate Content) 창작자는 선망의 직업이 되기에 이르렀다. 

  방송에 접목된 스낵 컬처의 바람

  방송에서 스낵 컬처의 바람은 주로 아이템과 진행 형식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리얼 예능의 등장과 성장, 일상적인 가벼운 주제 등으로의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주제와 메시지가 가벼워지고, 미리 설계된 구성이 있다고는 해도 먹고, 놀고, 여행하고, 요리하는 등의 자연스러운 진행과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주요한 흐름이 되었다. 

  초기에는 방송프로그램을 클립 형태로 재편집하여 동영상 플랫폼 및 SNS 등에 제공하는 콘텐츠서비스가 정례화되고 활발하게 확장되었다. 이 과정의 경험으로부터 클립화에 유용한 방송프로그램의 기획, 소재선택, 구성과 전개 속도 등에 오히려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스낵 컬처 콘텐츠의 급부상으로 10~30대의 TV 시청률이 낮아졌다. 물론 10~30대도 TV를 통해서 보지 않을 뿐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에 따라 방송콘텐츠를 주로 동영상 플랫폼에서 소비하고 있다. 방송계에서도 나름대로 제작 노하우가 있는 웹드라마나 웹예능 등에 접근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 왔지만,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지는 못했다. 웹콘텐츠나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TV콘텐츠와 비슷한 간략한 버전 정도로 생각하고 접근하였지만, 개선할수록 그냥 방송 같아지고, ‘인터넷 방송’이 아니라 ‘퀄리티가 떨어지는 방송’을 만들게 되었다는 고백처럼 매체별 다른 형태의 수익 모델과 콘텐츠 제작 성격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현재 온라인 동영상 이용자의 94퍼센트는 TV 방송 클립을 시청하고 있고, 83.3퍼센트는 UGC 창작자의 콘텐츠를 시청한다. 다만, 10~20대가 크리에이터 콘텐츠, 웹전용콘텐츠를 타 연령 대비 비교적 더 많이 시청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콘텐츠 기획과 사업모델에 대하여 계속 풀어야 할 과제이다.

  동영상 플랫폼 중심으로 콘텐츠 시장 재편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모바일 동영상 광고 규모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이므로, 결국 모바일 동영상 광고 경쟁인 것이다. 2021년도 4월에 발표한 나스미디어의 인터넷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인터넷의 주된 이용 목적은 엔터테인먼트, 커뮤니케이션, 정보와 자료검색, 뉴스, 모바일쇼핑, 금융활동, 교육/학습 등으로 다양하다. 온라인 동영상 이용률은 매년 증가하고, 동영상은 모바일 중심으로 이용한다.

  온라인 동영상은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91.8퍼센트)한다. 정보검색도 유튜브(57.4퍼센트)로 할 정도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유료 OTT임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이 크게 상승하였다. 국내 토종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웨이브’를 런칭하고, ‘TVING’을 강화하고 있으나, 아직 정체 상태이거나 오히려 네이버TV는 줄어든 양상을 보인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은 각자의 특화된 방식으로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더욱 더 그 플랫폼 안에서 오래 머물게 하고, 광고 노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각 플랫폼 별 성공 요인과 차별화 전략을 분석하여 국내 동영상 플랫폼이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을 우위하는 경쟁력과 체계를 갖추기를 응원한다.

  대세 한국 웹툰과 TV드라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스낵 컬처와 방송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면, 단연코 웹툰일 것이다. 〈미생〉, 〈마음의 소리〉, 〈이태원 클라쓰〉, 〈여신강림〉, 〈고백부부〉, 〈모범택시〉, 〈나빌레라〉 등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tvN 등에서 TV로 미디어 믹스된 웹툰은, 2021년 9월 현재, 약 76편에 이를 정도로 2010년대 후반 이후 주요한 경향을 이루고 있다. 

  인기 웹툰의 드라마 제작이 두드러진 이유는 수익 모델의 안정성 때문이다. 웹드라마는 드라마 제작비에 비해 네이버TV 등의 타 플랫폼 광고료가 턱없이 적기 때문에 수익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 반면, 대중의 콘텐츠 인기도를 바로 알 수 있는 웹툰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TV 드라마나 영화 등의 장르에서 웹툰과의 미디어 믹스에 대한 투자확보 및 자원 투입을 결정하는 데에 큰 이점이 있다. 그리고 웹툰은 영상으로 실사화하는 데에 시각적인 구체성이 있으므로 원작의 이해와 구현에 유리하다. 게다가 스낵 컬처를 통하여 콘텐츠 인지도 확보는 물론이고, 흥행성과 수익성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담보할 수 있으며, 우리 웹툰의 참신하고 다양한 이야기 소재를 다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판매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웹예능과 방송

  tvN 〈신서유기〉는 방송과 모바일 콘텐츠와의 매체별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시즌 1은 인터넷 방송을 노리고 네이버TV로만 공개하였고, 시즌 2는 네이버TV와 TV 동시 공개하고, tvN에서 정규 편성되어 방송심의 규정에 맞게 재편집 방송하였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온라인 콘텐츠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시즌 3부터는 TV 판으로만 방영하게 되었으며, 인터넷에는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미방송분 영상 등 TV에 올릴 수 없는 미공개 영상 등을 꾸준히 올린다.

  2019년 5월에 유튜브에 ‘채널십오야’를 개설하였고, TV 채널에서는 예고편과 같은 짧은 방송을 하고, 유튜브로 본방송을 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였다. 시즌2에서 네이버TV와 방송을 동시 공개로 인하여 시청자가 양쪽으로 나뉘는 현상을 확인하였고, 매체별 특성과 콘텐츠 성격에 맞게 동영상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다. 채널십오야는 2021년 9월, 구독자 353만명을 상회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배우며 공감하는 스낵 컬처

  〈지식채널e〉 는 매우 성공적인 방송콘텐츠이자 스낵 컬처 콘텐츠 특성을 가진 콘텐츠이다. 기존의 웹 콘텐츠 장르와 다르면서도 독특한 형태를 가진 〈지식채널e〉는 2005년 9월부터 지금까지 EBS에서 방송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EBS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5분 남짓한 〈지식채널e〉의 형식은 독보적이고 획기적이었다. 〈지식채널e〉는 분량과 형식은 짧고 단순하지만 가볍지는 않다. 그 시작부터 〈매일10분영어〉, 〈한입토익〉, 〈세상의 모든 법칙〉, 〈자이언트 펭TV〉, 〈뇌가 젊어지는 체조〉, 〈가만히10분 멍TV〉 등 EBS의 독창적인 쇼트폼 방송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특히 〈자이언트 펭 TV〉는 콘텐츠는 스낵 컬처 트렌드를 적확하게 반영해 기획되고 제작된 콘텐츠이다. 방송과 유튜브 채널에 같이 공개하는데, 유튜브 채널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주는 ‘남극에서 온 스타 크레에이터, 펭수’가 온라인 콘텐츠를 통하여 탄생한 것이다. 

  스낵 컬처와 공존하는 동시대

  바쁘고 복잡한 사회에서 모바일 활용은 더욱 증가되고, 스낵 컬처 트랜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메타버스는 기대만큼이나 역동적인 도전이 예상된다. 동영상 플랫폼이 개인의 활동과 성향을 분석해서 콘텐츠를 추천해 주듯이, TV도 모바일서비스 등과 통합 및 연계, 융합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과 AI 기술 적용을 고려해 봐야 한다. 스낵 컬처 콘텐츠로는 해소할 수 없는 문화적, 정서적, 교육적 갈증을 TV 방송이 무엇을 어떻게 채워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방송은 지금까지도 대중에 가장 저렴하게 정보와 재미, 문화와 감성을 제공해 주는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스낵 컬처와 공존하면서 방송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동시대의 공감과 사유를 시청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같이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류남이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 석사학위를 받았다. EBS에서 경영기획·관리, IT기획 및 개발, 방송·게임·온라인 e-러닝콘텐츠·교재·실감콘텐츠 등을 기획·제작·개발하였고, 기획예산부장, 온라인사업부장을 거쳐 현재 신사업 및 콘텐츠기획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를 겸하고 있다. 방송프로그램으로 〈한입토익〉 〈매일10분영어〉 〈쉘위톡〉 〈쿡텐미닛〉 〈펀러닝,점프업〉 〈뇌가젊어지는체조〉 등이 있다.

 

* 《쿨투라》 2021년 10월호(통권 8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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