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객석] 위안과 사랑을 전하는 따스하고 청아한 고음: 소프라노 손가슬 독창회
[쿨투라 객석] 위안과 사랑을 전하는 따스하고 청아한 고음: 소프라노 손가슬 독창회
  • 손정순(본지 편집인)
  • 승인 2021.10.0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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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과 국내의 비평가들에 의해 ‘부드럽고 크리스탈 같은 청아한 고음’, ‘불꽃 같은 무대 위의 장악력’이라는 호평을 받은 소프라노 손가슬의 독창회가 지난 10월 19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 열렸다. 피아노는 런던우드사이드 오라토리오 솔로 컴피티션, 라비니아 페스티벌, 서울국제콩쿠르 등에서 공식 반주자를역임한 정호정이 맡았다.

  손가슬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재학 시절 동아콩쿠르에 입상하며 주목받았으며, 졸업 후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악대학 성악과,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음악대학 솔로 성악과 및 오페라과 postgraduate 과정,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대학에서 리트·오라토리오 Master과를 졸업하였다. 23세에 세계적인 역으로 스페인 빼렐라다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오페라 주역가수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소프라노 손가슬은 독일 바이커스하임 오페라 페스티벌, 동튀링엔 국립극장, 코블렌쯔 극장, 프라이부르크 극장, 마이닝엔 극장, 잉골 슈타트 극장, 아이제나흐 극장, 퓌르트 극장, 프랑스 오뜨 노르망디 루앙 극장, 오스트리아 빈 무직페라인, 벨기에 왕립 발로니 오페라 극장, 알덴 비젠 페스티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헤이그 극장, 로테르담 극장, 헤를렌 극장, 폴란드 오페라 슬라스카 극장 등의 오페라 무대에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고난도 테크닉을 요구하는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의 체르비네따, 〈마술피리〉의 밤의여왕,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의 블론데에서부터 벨칸토의 정수를 보여주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청교도〉의 엘비라, 그리고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공연했다.

  특히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리골레토〉 공연에서는 “성층권과 같은 풍부한 울림과 탄탄한 테크닉, 그에 버금가는 연기력, 그리고 유연하고 빛나는 고음으로 관중의 심장을 정복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오페라 무대 외에도 독일 뮌헨 레지덴츠 헤라클레스홀에서 뮌헨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벨칸토 갈라, 독일 라인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연방 주립 행사 라인강페스티벌과 신년음악회, 벨기에 브뤼게 시립극장에서 베르디 갈라 콘서트, 독일 라인란트 팔츠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썸머 페스티벌, 네덜란드 유스 연합 오케스트라와 말러 심포니 4번 솔로이스트로 공연하는 등콘서트 무대에서도 화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소리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막이 시작되자 가을하늘빛 푸른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그녀는 퍼셀(Henry Purcell, 1659-1695)의 <Music for a while(음악은 잠시 동안)>을 불렀다. 영국으로 시작하는 이 여행은 퍼셀의 음악 〈Music for a while〉이 역병의 고통과 괴로움으로부터 잠시 동안 잊게 하고 치유한다는 내용을 담은 위안의 메시지로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여름밤, 포실리포 섬의 물결위에서 배를타고 노니기도 하고(〈La Nuits d’ete a Possillipo(포실리포섬에서의 여름밤)〉 Gaetano Donizetti,1797-1848), 대문호 괴테의 나라 독일과 슈베르트와 볼프의 오스트리아에서 몽환적이고도 청아한 신화 속 미소년 가니메데(〈Ganymed〉, Franz Schubert, 1797-1828)를 만나보며,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의 깊고 풍부하며 짙은 안개빛 도는 음악 속에서 러시아 대륙의 지평선을 느낄 수 있었다. 여성 소프라노에서 가장 화려한 고음과 고난도의 가창을 기술적으로 구사하는 창법인 ‘콜로라투라coloratura’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천상의 소리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인터미션이 끝나자 정열적인 레드 드레스로 바꿔 입은 그녀는 오브라도스의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는 스페인 민요곡들(Ferando Obradors, 1897-1945, “Classical Spanish Songs”)을 노래했다. 그리고 싸티(Erik Satie, 1866-1912)의 낭만적인 선율에 파리의 한 캬바레로 날아가 와인 한잔 마시며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었다. 이어 마스네(Jules Massenet, 1842-1912)의 오페라 〈마농〉의 아리아 〈나는 모든 길을 행진하죠〉(Je marche sous tous les chemins)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매 곡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진 이번 손가슬 독창회는 그야말로 감동의 무대였다. 앙코르 곡으로 브람스의 〈자장가(Lullaby)〉를 부를 때는 엄마의 품속에서 금방이라도 잠들 것만 같았다. 보다 원숙해지고, 자유로워진 그녀의 능수능란한 음역과 연기력은 과히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손가슬의 리사이틀을 몇번 보았지만 이처럼 원숙미가 넘치는 완벽한 독창회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 최고의 무대였다. 조수미의 뒤를 잇는 소프라노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이번 손가슬 독창회는 무엇보다 마음의 거리가 멀어져 힘든 이들에게 따스한 위안과 열정, 사랑을 담은 낭만 여행이었다. Charles Spencer, Mya Besselink, Hubert Delamboye, Brenda Mitchell 교수를 사사한 소프라노 손가슬은 국립오페라단과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오페라 부산문화회관 기획공연의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을 연기했으며, 국립합창단과 〈까르미나 부라나〉, 베토벤의 9번 교향곡 독창자로 제주특별자치도립교향악단과 협연, 성남시향과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비올레타), 〈리골레토〉(질다)를 노래했다. 그 외에도 유수의 작품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서울예고, 예원학교, 선화예고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앞으로의 그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 《쿨투라》 2021년 10월호(통권 8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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