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코로나19 시대에도 좋은 공연은 여전히 존재하는가?
[공연리뷰] 코로나19 시대에도 좋은 공연은 여전히 존재하는가?
  • 최기현(공연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04 0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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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여전히 어렵다. 공연제작사가 모처럼 좋은 공연을 만들어도 관객들은 예전만큼 공연장을 찾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은 여전히 좋은 공연을 보고 싶어 한다. 마치 취업준비생들이 취업난을 호소하지만 정작 기업은 좋은 인재에 목말라 하는 것과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연 횟수가 감소했고, 좋은 공연을 찾기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기서 질문,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은 어떤 공연일까? 코로나19시대에도 좋은 공연은 여전히 존재할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 최초의 윤리학 강의록인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좋은 것(善, agathon)’을 ‘여러사람의 행복 실현에 목적이 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에게 유익할 때 ‘좋은’ 것이 된다. 좋은 공연의 기준은 각자가 다르다.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좋은 공연이란 이런 공연이 아닐까.

  첫째, 재미있는 공연이다. 재미는 웃기고 즐거운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좋은 공연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공연, 관객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공연이다. 이런 공연은 커튼콜이 끝난 후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재미없는 공연을 보고 있으면 돈과 시간을 버린 느낌이다. 물론 유료 공연일 때 그렇다. 초대일 때는 재미없는 공연을 보더라도 그러려니 한다.

  둘째, 관객을 몰입시키는 공연이다. 서사 전개에 짜임새가 있고 배우들의 연기에 공감할 때 관객은 현실의 문제를 잊고 공연이 설정한 세계관에 빠져든다. 영화관에서 스릴러나 재난물을 관람할 때 종종 비슷한 경험을 한다.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재난을 만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극도의 긴장감을 느낀다. 영화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와서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스토리 전개가 느슨하거나 배우가 연기에 몰입하지 못했을 때, 관객은 공연을 보면서도 현실에 두고 온 문제를 떠올린다. 결국 몰입에 실패한다.

  셋째, 사회적 담론을 끌어내는 공연이다. 공연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현실의 욕망을 충실하게 담아 작품 안에서 재현한다. 천경자 화백의 위작 논란을 다룬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이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연극 <1945>가 대표적인 예다. 좋은 공연은 관객이 ‘어느 것이 더 옳은 가치인지’,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고전이라면 그 책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드는 공연이다. 고전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고전을 소재로 한 좋은 공연을 관람하면 ‘집에 가서 꼭 원작을 확인해봐야지’라는 마음이 들곤 한다. 뮤지컬 「앤ANNE」이 그랬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가 고전 『빨간머리 앤』을 정독하면서 공연의 감동을 되새겼다. 고전을 재미없게 만든 공연도 많이 봤다. 그럴 때는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메타버스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출처_방탄소년단 공식 유튜브

  공연의 현장성 때문에 극히 폄하되었던 온라인 공연은 이제 대세가 됐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작년과 올해에 많은 온라인 공연이 제작되었다.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은 온라인 공연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그러나 공연의 ‘현장성’만큼은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을 여전히 따라올 수 없다. 평소에 보고 싶었던 몇 작품을 최근 온라인으로 봤다. 편한 대신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공연장에서는 한번 자리에 앉으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다. 공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좋은 공연의 기준에 맞게 재미있었고 사회적 메시지도 제시했다. 다시 원전을 들춰보고 싶은 공연이었지만 몰입에는 결국 실패했다. 좋은 공연의 요건에 2% 부족했다.

  코로나19 시대에도 좋은 공연은 여전히 존재하는가? 2020년 9월 26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온라인 배틀 게임 ‘포트나이트’ 속 무대에서 BTS 콘서트를 열고 신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관객이 포트나이트에 접속하면 아바타가 BTS 콘서트장으로 이동해서 콘서트에 참여한다. 아바타의 시점은 관객이 실제로 콘서트장에서 관람하는 것처럼 사실적이다.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해서 뮤직비디오 영상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메타버스는 2021년 메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어쩌면 메타버스가 좋은 공연의 요소, 즉 온라인 공연에서 아쉬웠던 ‘몰입’을 해결할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공연을 찾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쿨투라》 2021년 10월호(통권 8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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