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Theme] “아이돌 하면서 음악을 한다” RM
[11월 Theme] “아이돌 하면서 음악을 한다” RM
  • 임진모(음악평론가)
  • 승인 2021.11.02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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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뮤직

  센터 맨은 아닐지 몰라도 RM이 그룹의 선두, 리더임은 분명하다. 초등학교 때 에픽하이 타블로에 감명 받아 랩과 인연을 맺어 아이돌이 아니라 힙합을 하려고 팀에 들어온 뼛속 깊이 ‘뮤직 맨’이다. 확실히 인기로서의 힙합음악보단 예술로의 힙합음악에 대한 몰두가 보인다. 진부한 예일 수도 있지만 릴 나스 엑스와의 <Seoul Town Road>와 폴 아웃 보이의 <Champion> 리믹스 버전의 콜라보가 그 증거다.

  인기 아이돌과 예술 아티스트 사이에서 고민은 어쩌면 당연하다. 히트 싱글 <아이돌>에서 그 일단이 읽힌다. ‘You can call me artist/ You can call me idol/ 아님 어떤 다른 뭐라 해도/ I don’t care’. 믹스테이프 <Intro : Persona>란 곡에선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이란 대목이 있다. 늘 자아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멤버로 고뇌의 깊이가 다르다.

  얼핏 흔들리는 내면이어도 그러한 사고는 혼란으로 빠지지 않고 다재다능함으로 연결된다. 이곳저곳에 창의적으로 걸쳐 있기 때문이라고 할까. ‘I’m not pop, I’m not rock, I’m not funk, I’m not R&B or hip hop’(나는 팝도 아니고, 록도 아니고, 펑크도 아니며, R&B나 힙합도 아니다)라고 하는 곡 <Do you> 가사 그대로다. 그래서 RM이 BTS의 재산1호라는 말도 나온다. 스타일의 다변화와 심미성 유지라는 BTS 음악정체성 담당이 RM이다.

  그 덕에 방탄소년단 랩과 음악은 강렬하고 아름답다. 물론 이 대목에선 슈가, 제이홉도 함께 묶여야겠지만. 미국의 음악비평지 《Pitchfork》의 표현대로 “이 셋이 음악의 전체적 흐름을 결정하는 등 그룹의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찬사는 옳다. 특히 RM은 이 점에 있어서 센터 맨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빌보드 싱글 정상을 유린하기 시작하면서 예의 BTS 음악의 촉과 날이 무뎌졌다는 일각의 비판이 고개를 든다. 음악관계자들은 RM이 이를 막아 BTS의 정체성 일정부분을 지켜줄 것으로 관망한다. 그는 어쩌면 그룹의 구원자일 수도 있다. 현재 리더로 견고한 위치를 유지하지만 앞으로 더 역할이 커질 것이다.

하이브 인사이트 뮤지엄에 전시된 방탄소년단의 외교관용 여권 ⓒ쿨투라 배상진
하이브 인사이트 뮤지엄에 전시된 방탄소년단의 외교관용 여권 ⓒ쿨투라 배상진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랩을 작사하며 실력을 쌓아가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지금은 HYBE)에 들어가게 됐고 슈가와 제이홉과 함께 BTS 데뷔 음반부터 공동 작곡, 작사로 참여했다. 인기를 누리고자 함에 앞서 음악을 하고자 함이 그의 마인드와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똬리를 틀고 있음을 알게 하는 시작점이다.

  연이은 고통 속에서도 음악계에서 버티는 인물들, 그래서 끝내는 고진감래를 일군 인물들의 공통점은 선천적 인성도 있지만 결국은 음악에의 천착이다. 음악이 좋고 그것을 작업하고 녹음하는 순간은 너무나 즐겁기에 ‘돈이 안 되어도’ 딴 쪽을 기웃거리지 않고 음악 쪽에 남아있는 것이다.

  2018년 미국 LA의 케이콘에서 살짝 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를 누군가가 음악 웹진 《이즘》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더니 RM이 거의 혼잣말인양 말을 건넨다. “저 그 사이트 자주 들어가요.” 음악을 사랑하고, 더 알려고 하고, 동향과 정보를 체크하는 것은 전형적인 뮤직 맨의 행보다.

  그의 애정은 예술 전반을 관통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조예가 있다. 해외투어 중 미술관을 찾는 것은 물론 미술관 접근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쉽게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서 제작프로젝트에 1억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를 이해하는 데는 2018년 유엔 총회 초청 연설내용보다 2019년 이데일리 문화대상 수상소감이 더 중요하다.

  “김구 선생님이 하셨던 ‘오직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문화라는 것은 실로 그 어떤 물리적인 힘보다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무형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끝으로 문화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RM은 아이돌을 하면서도 음악을 한다. 음악으로 자신의 성장을 꾀한다. 리더의 품격이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이자 작가, 방송인이다. 1984년 경향신문에 입사하여 대중음악 기자로 활동했다.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25년간 고정출연하고 있으며 MBC 라디오에서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를 진행하고 있다. 역서로는 『존 레논』, 저서로는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 『젊음의 코드, 록』 『세계를 흔든 대중음악의 명반』 『우리 대중음악의 큰 별들』 『가수를 말하다』 『팝, 경제를 노래하다』 『한국인의 팝송 100』 등이 있다. 2020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부문 특별상(배철수의 음악캠프), 제5회 다산대상 문화예술 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음악 웹진 《이즘》(WWW.IZM.CO.KR)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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