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Theme]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BTS의 맏형 진
[11월 Theme]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BTS의 맏형 진
  • 김도헌(대중음악평론가)
  • 승인 2021.11.0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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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뮤직

  지난 7월 해외 케이팝 팬들과 소통하는 유튜브 채널 ‘디케이디케이티비(DKDKTV)’와 함께 방탄소년단 노래 중 최고의 5곡을 선정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2014년부터 7년간 착실히 쌓아온 방탄소년단의 커리어 중 단 다섯 곡만 고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 <데인저(Danger)> 같은 초기 히트곡부터 글로벌 스타로 거듭나던 시기의 <DNA>, <페이크 러브(Fake Love)>까지 숱한 노래들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 포기할 수 없는 곡이 딱 하나 있었다. 2018년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에 수록된 <에피파니(Epiphany)>였다.

  <에피파니>는 처음 듣는 순간부터 와닿았다. 2017년부터 시작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를 결산하는 《앤서》 앨범의 한가운데 위치한 이 노래는 방탄소년단의 성장 서사를 압축하여 전시하는 곡이다. 2017년 <허(Her)>의 수줍고 설레는 마음과 함께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던 소년들은 이듬해 <티어(Tear)>로 내면의 불안을 마주하며 주저하지만, 두 주제를 혼합한 앨범 《앤서》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자, 러브 유어셀프’를 되뇌며 ‘아임 파인(I’m Fine)’으로 질주하고 화려한 축제의 ‘아이돌(IDOL)’ 한 판을 벌이며 더 성숙하고 깊은 세계로 도약한다.

  출현, 깨달음을 뜻하는 제목처럼 깊은 의미를 담은 이 노래는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의 솔로곡이다. 초조한 도입부에서 ‘참 이상해 분명 나 너를 너무 사랑했는데 / (…) / 그럴수록 내 맘속의 폭풍을 감당할 수 없게 돼’라 노래하는 목소리는 분명 동요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후렴구에서 의문은 굳은 결심 앞에 힘을 잃는다. 서정적인 록 발라드 반주 위에 ‘I’m the one I should love in this world /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 이제야 깨달아 / So I Love Me’를 힘차게 부르는 진의 목소리가 다시 태어난 자신,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파하는 이들을 축복하고 어루만진다.

  방탄소년단을 잘 모르는 이들도 진의 보컬만큼은 익숙하다. 빠른 템포의 댄스와 힙합, 서정적인 록과 어두운 발라드 등 다양한 스타일을 가져가는 그룹이 잠시 숨을 죽이고 집중하는 순간이 오면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진의 목소리가 등장할 때다. 서정적인 미성과 아름다운 가성, 파워풀한 진성을 자유로이 오가는 보컬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다.

  오랜 아미(ARMY)들은 2015년 밴드 메이트의 <난 너를 사랑해>를 노래하는 진의 모습을 기억한다. 가요계 대선배 윤종신은 2018년 이 노래를 듣고 “고음에서 비음과 섞어서 꺾는 창법을 쓴다, 또 다른 보컬 스타일이다”라며 감탄했다. 강렬한 <불타오르네>와 <쩔어> 같은 곡에서는 브리지 파트에서 매끄러운 윤활유 역할을 십분 수행하면서도 두 번째 정규작 《윙스(Wings)》에서 첫 솔로곡 <어웨이크(Awake)>를 선보이는 등 일찍이 역량을 인정받았다. 2017년 일본에서 발표한 <크리스털 스노우(Crystal Snow)>에서의 3단 고음, 2019년 <디오니소스(Dionysus)>의 대미를 장식하는 팔세토 가창, 2020년 《맵 오브 더 소울 : 7(MAP OF THE SOUL : 7)》에 수록된 팝 장르의 솔로곡 <문(Moon)>에서 경쾌하게 소화한 넓은 음역대 , 라이브 무대에서 더 안정적인 모습까지. 그의 하이라이트는 끝이 없다.

  진의 존재감은 무대 아래서 더욱 빛난다. 무게감 있고 진지한 형보다 해맑고 천진한 태도로 동생들의 기운을 북돋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려 노력하는 타입이다. 물론 유튜브 오리지널 ‘번 더 스테이지(Burn The Stage)’에서 토로했듯 우울한 면도 있고, <다이너마이트(Dynamite)>의 대성공 후 번아웃 증세를 <어비스(Abyss)>라는 곡으로 풀어낸 바도 있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의 자타공인 연습광이자 그룹을 최우선에 두고 노력하는 그는 멤버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큰형이다.

  “조금은 뭉툭하고 부족할지 몰라. 수줍은 광채 따윈 안 보일지 몰라.” <에피파니>의 주인공은 수없이 번뇌하고 고민하지만, 결국 “이대로의 내가 곧 나인 걸 / 지금껏 살아온 내 팔과 다리 심장 영혼을 사랑하고 싶어”라며 커다란 극복을 실현한다. 기적을 만든 방탄소년단의 정수는 진이 오롯이 담아내어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소우주> 속 가사를 인용해 그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전 《이즘》 편집장. 뉴스레터 ‘제너레이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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