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Theme] 정국, 재능 그 이상의 열망
[11월 Theme] 정국, 재능 그 이상의 열망
  •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 승인 2021.11.0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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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BTS)의 일곱 멤버 가운데 누가 중심인지 묻는다면 어떨까. 사람마다 다른 답을 할 게 분명하다.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으로 의견은 분산될 것이다. 아니, 멤버 모두가 제각각의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데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일 자체가 넌센스일지 모른다. 다만 나의 경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멤버는 리더인 RM이었다. 하지만 어떤 멤버의 외모에 가장 매혹을 느끼는지 묻는다면 정국을 이야기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오죽하면 《TC캔들러(TC Candler)》가 선정한 ‘2019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얼굴 100인(The 100 Most Handsome Faces of 2019)’ 1위를 차지했을까. 물론 누군가는 뷔나 진을 무시하느냐고 발끈할지 모른다. 2020년에는 뷔가 2위를 차지했고, 정국은 4위를 차지했을 뿐이라고 항의하면 할 말이 없다.

  사실 BTS의 메인 보컬이자, 안무를 주도하는 댄서이며, 랩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정국을 외모로만 이야기하는 일은 부당하다. BTS의 멤버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정국은 한동안 귀여운 팀의 막내이자 미소년의 이미지를 유지하며 사랑받았지만, 정국의 노력과 시간은 정국과 정국을 바라보는 우리까지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동안 정국의 외모가 달라졌다. 춤과 노래와 랩을 연습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누비면서 전 세계를 오가며 활동한 시간은 외모와 노래와 춤에 깃든 분위기마저 바꾸었다. 이제는 연습생 시절 정국이 수줍음 많고 부끄러워 울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데뷔하기 전, 월말 연습생 평가에서 1위를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춤을 배우고 온 다음 정국의 춤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이야기를 모르는 팬도 없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고민의 한숨과 노력의 땀방울을 적셔야만 비로소 자신의 재능이 피어나는 것일까.

  2013년 6월 13일 BTS가 데뷔하고 활동을 이어갈 때 정국의 노래 실력이 금세 빛을 발한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에는 힙합을 앞세운 보이그룹을 지향했던 BTS의 면모는 지금과 달라 정국의 진면목이 금세 드러나지 않았다 . 방탄소년단은 완벽하게 완성된 형태로 등장한 아이돌이 아니었다. ‘학교 3부작’으로 대표되는 초기작에 이어지는 ‘화양연화 시리즈’의 서사처럼 방탄소년단은 질풍노도의 청춘을 통과하며 성장했다. 창작물의 부족함을 지적받으며 반성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BTS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BTS는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실패하면서 깨닫고 더 나아갔기 때문에 성공했다.

  정국 역시 《화양연화 pt.1》 음반에 작곡과 프로듀싱 등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노래하고 춤추는 일만이 그가 원하는 전부가 아니었다. 정국의 송라이팅은 다른 음반으로도 이어졌다. 그리고 BTS의 음반이 늘어가고, 싱글의 차트가 올라가며, 팬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안 정국은 차츰 자신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워지는 방법을 찾아냈다. 부드러우면서도 능수능란한 정국의 보컬 스타일은 단숨에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음악을 듣고 커버하면서, 계속 음반을 발표하고, 크고 작은 국내외의 무대를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견디고 버티고 애쓴 결과였다. 2017년 이후의 BTS가 어떤 노래를 내놓고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를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후의 BTS는 우리가 보지 않으려 해도 보게 되고, 듣지 않으려 해도 듣게 되는 팀이 되었다.

  다만 BTS의 팬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BTS가 지금처럼 알려지고 사랑받기까지 정국이 그 자신으로, 그리고 팀의 일원으로 흘린 ‘피, 땀, 눈물’을. 그 시간 동안 팬들에게 보여준 다정함과 사려 깊은 배려를, 해맑은 열정과 말 못할 좌절까지 불태워버린 끝없는 항상심을. 어떤 것도 재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일곱 명의 청년들은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을 해냈고, 정국은 이 모든 신화를 함께 썼으며,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2004년부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광명음악밸리축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Red Siren> 콘서트, <권해효와 몽당연필> 콘서트, 서울와우북페스티벌 등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연출/평가도 병행한다. 『음악열애』,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음악』, 『음악편애-음악을 편들다』, 『밥 딜런, 똑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아』를 썼으며,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 『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는 함께 썼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 인터뷰』, 『레전드 100 아티스트』, 『음악과부도』, 『나쁜 장르의 B급 문화』, 『한국대중음악명반 100』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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