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Theme] 사랑할 준비가 되었나요?: ‘하이브 인사이트’ 탐방
[11월 Theme] 사랑할 준비가 되었나요?: ‘하이브 인사이트’ 탐방
  • 최혜리(본지 인턴기자)
  • 승인 2021.11.01 0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 believe in music

  “온몸으로 경험하는, 함께 소통하는 음악”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신용산역에서 도보 9분)에 위치한 ‘하이브 인사이트’는 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운영하는 음악 뮤지엄이다. ‘We believe in Music’이라는 미션 아래 ‘음악으로 감동을 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나누며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하이브의 지향점이 녹아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 방문한 관람객은 하이브의 음악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온몸으로 경험하고,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

  Starting from the bottom

  하이브 인사이트 관람은 지하 2층에서 시작한다. ‘하이브의 음악’을 주제로 한 이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아티스트의 사진, 티저, 무대, 안무 영상 등을 통해 그들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대중에게 닿기까지의 과정들을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팬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하나의 곡 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요소들은 무엇일까? 하이브 인사이트는 이 질문에 대해 ‘소리’, ‘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로 어우르는 ‘이야기’라는 답을 제시한다.

  하이브의 이노베이티브 사운드는 실력 있는 프로듀서의 작업실에서 탄생한다. 하이브 인사이트에는 프로듀서 피독, 범주, RM, J-Hope, SUGA, WOOZI의 작업실을 3D로 구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그동안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수많은 명곡이 탄생하는 순간을 프로듀서의 관점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작업실의 화면 너머로 피독과 범주가 작업에 참여했던 방탄소년단의 〈ON〉과 세븐틴의 〈13월의 춤〉의 제작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들려온다. 그걸 들으며 바로 곁으로 시선을 돌리면, 평소 프로듀서들이 작업하는 음향기기와 마주치게 된다. 관람객들은 그 장비들을 이용해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음악에 사용된 특수 효과를 원하는 대로 조절하여 들어볼 수 있는데, 멜로디만으로 구성된 음악의 위로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덧씌워지는 순간을 경험하는 건 짜릿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를 곡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전달하는 그 모든 과정을 리스너가 아니라 창작자의 입장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한 곡의 노래가 탄생하면, 다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대중에게 선보일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아티스트의 연습 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설치된 복도를 지나가면, 하이브의 춤을 바라볼 수 있는 ‘다이내믹 무브먼트’가 등장한다. 벽 하나를 가득 메운 화면을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군무가 단색의 영상에 담겨 있는데, 이 영상은 또한 단 한 명의 춤에 초점을 맞춰 볼 수 있게끔 편집이 되어 있기도 해서 흥미롭다.

  그렇게 탄생한 노래와 퍼포먼스에 특별함을 더하는 것은 단연 ‘이야기’일 것이다. 하이브 아티스트들은 자신들만의 특별한 감정과 이야기로 스스로를 정의한다.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구성된 디텍티브 워, 세븐틴의 오브제를 키트 형태로 표현한 작품, 뉴이스트의 〈여왕의 기사〉를 색다른 방식으로 재현한 페이퍼아트. 모든 전시물에는 아티스트들이 표현해내는 순수한 ‘그들 자신’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음악과 삶에 대한 인터뷰 등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관객들은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와 노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대중에게 닿기 전의 감정이나 말들이 어떤 형태였으며, 그것이 어떻게 섬세하게 다듬어져가는지에 대해 이곳의 전시물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공간을 다 돌아보고 나면, ‘하이브 뮤직’ 관에서 그동안 하이브가 걸어왔던 길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 2층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벽을 가득 메운 트로피 월을 뒤로하여, 그들이 관람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들만이 가진 ‘노래’와 ‘퍼포먼스’, 그리고 ‘이야기’를 이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팬들이 함께해주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이 공간을 통해 다시 팬들과 나누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이곳에서 상영된 영상의 마지막 부분은 ‘마침표’가 아니라, 그들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에 가깝다. 당신에게 있어 음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의 음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가닿는가? 관람객들은 아주 천천히 그들의 음악을 음미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Because you’re with me

  새로운 질문들을 품고 지하 1층으로 올라가면, 하이브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들과 만나게 된다.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임스 진과 방탄소년단이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작품이다. 방탄소년단을 모티브로 한 〈일곱 소년의 위로〉는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작업물로 승화된 그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전하지 못한 진심〉과 함께 표현된 제임스 진의 작품은 그들이 (팬들 없이) 결코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전시회의 여운을 느끼며 다음 공간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방식으로 하이브의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체험 프로그램들과 만나게 된다. 관람객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진행하는 AR 게임은 1층의 관람 포인트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촉각 스피커의 울림을 통해 음악을 느끼게 하고, 음악의 멜로디와 박자를 귀 기울여 듣고 즐겁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리듬 게임, 아티스트가 무대에 섰을 때 입었던 의상이 전시된 공간, 그리고 뮤직비디오 속 공간을 축소 모형 형태로 설치한 공간까지, 관람객들은 음악의 컨텍스트적인 요소들을 그곳에서 접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노래를 들으며 느낄 수 있는 것을 ‘향’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공간, 그리고 아티스트의 모습을 콜라주로 표현한 개성 있는 작업물이 전시된 공간도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전시회의 마지막은 소리가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에서 시작된다. 직전까지만 해도 아티스트와 함께 즐겼던 음악은 온데간데없다. 완벽한 무음의 공간에서 그들에게 선물받았던 즐거운 순간들을 되뇌이며 걷다 보면, 마지막 영상관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아이돌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힘겨움, 막막함, 부담감에 관한 아티스트의 솔직한 고백들… 그리고 그 끝에는 여전히 그들을 그곳에 존재하게 하는 ‘사랑’이 있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음악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사랑하는 또 다른 사랑의 형태. 자신의 사랑이 다수의 사랑으로 보답받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이 팬과 가수 사이에 존재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가수의 얼굴은 어찌 보면 담담하고, 어찌 보면 먹먹하다. 어쩌면 지금 당장 그들의 곁에는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처럼. 질문의 끝에는 사랑만이 남아있다.

  Completed with our love

  음악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란 그렇다. 음악은 둘 사이를 연결하는 소중한 메신저이다. 단 한 명의 팬을 위해서 노래를 부르는 아티스트도, 단 한 명의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팬이 있다면 계속해서 그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음악은 양방향으로 오가는 감정이다. 늘 서로를 생각하며, 그 존재로 인해 위안을 얻고 ‘다음’이라는 시·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그런 사랑의 관계 속에서 하이브의 음악은 완전해진다. 그들의 음악은 대중에게 건네는 로맨틱한 고백이다. 당신은 하이브와 함께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었는가?

 

 


 

* 《쿨투라》 2021년 11월호(통권 89호)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