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라이프] 07 지금은 '방구석' 시대
[MZ 라이프] 07 지금은 '방구석' 시대
  • 함은세(본지 객원 기자)
  • 승인 2021.11.2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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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적 대전환

  얼마 전 친구와 맨해튼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다가 잔디밭 어귀의 커다란 바위 위에서 바쁘게 몸을 움직이는 우리 또래의 아이들 셋을 봤다. 한눈에 봐도 잔뜩 신이 난 표정의 세 친구는 지나다니는 이들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잔뜩 신난 표정으로 춤 동작을 연습하는 중이었다. 우리와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노부부는 미간까지 찌푸려가며 저 재기발랄한청년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지 심각하게 골몰하는 듯 보였다. 물론 (감격스럽게도 미국 나이로는 아직까지!) ‘틴에이저’인 나와 친구는 그 세 친구의 정체 모를 춤 연습의 목적을 단박에 알아채고 동시에 중얼댔다. “쟤네 틱톡 찍네.”

  중국에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인 ‘틱톡’은 앱 내에서 유행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상황극을 하는 등의 ‘챌린지’를 필두로 다양한 형태의 짧은 영상을 업로드해 타인과 공개적으로 쉐어하는 신개념 동영상 플랫폼이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모든 것이 전무후무할 정도로 시각화 되다 못해 3차원 이상의 공감각-다감각적으로 진화한 21세기를 살아가는 MZ세대 테크놀로지를 설명할 때 ‘틱톡’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와 더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또한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셀럽(celebrity)’이 탄생하던 예전과 달리 틱톡과 유튜브 등의 영상 플랫폼을 통해 10-20대의 나이에 소위 “억소리가 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MZ세대의 동경의 대상으로 등극하는 이들의 등장 역시 이제는 결코 낯설지 않다. 초등학생들의 선호 장래희망을 조사했을 때 1위를 차지하는 직업이 ‘유튜버’인 것만으로도 온라인 세계가 더 이상 오프라인 세계에 귀속된 일종의 ‘라이프 컨텐츠’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비단 ‘틱톡’이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뿐만이 아니다. 활자와 그림은 휴대폰 화면 안에들어와 웹소설과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 한국 문화 산업의 중추가 되었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열집에 하나 있는 텔레비전으로 <수사반장>을 보는 대신 한 달에 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무제한으로 시청 가능한 OTT 플랫폼 전성시대가 열렸으며, 그걸로도 모자라 이젠 TV 방영을 목적으로 하는 컨텐츠보다 웹 내에서 스트리밍될 컨텐츠 런칭에 중점을 맞춰 그것의 파급력을 기대하는 게 방송가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중요한 점은 이런 ‘스낵 컬처 열풍’의 타겟층이 더 이상 이전처럼 중장년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급자들의 이목을 끄는 건 결국 온라인 세계를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MZ세대다. 그러니까 바야흐로, 충만적인 ‘방구석 문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asy going, easy getting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데뷔를 할 필요도, 드라마 시청 때문에 저녁 10시 전까지 집에 들어갈 필요도, 주인공의 생사여부 확인을 위해 만화책 다음 권 ‘정발(정식발매)’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선호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컨텐츠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가만히 있어도 쏟아져 들어오는, 마치 망망대해 마냥 끝이 안 보이는 정보의 바다에서 너무나도 쉽게 원하는 것을 잡아챌 수 있음을 물론이고, 예상치 못했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컨텐츠들을 “떠먹임 당하는” 상황들도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회의 승리를 거둔 이세돌 9단을 두고 “인간이 아니라 이세돌이 이긴 거다”라는 유명한 밈meme이 나왔을 정도로) 인간의 손에서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똑똑한 AI들의 (매의 눈이 아닌) 매의 코딩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 같은 정보 유입을 생성해 내는 것이 바로 쉽고 빠른 정보 습득과 흐름이 끊기지 않는 넥스트 스텝(next step) 형성의 큰 요인이다. 내가 최근 친구와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함께 감상하며 영화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인증샷으로 남긴 날 밤, 유튜브에 갑자기 <아비정전> 속에서 장국영이 맘보 댄스를 추는 장면을 자른 비디오가 추천 동영상으로 뜨는 걸 보며 이 랜선 장악 시대가 얼마나 대범하고 치밀해졌는지 깨달았던 것처럼 말이다.

 

  뭣이 중허냐면

  그러나 이렇게 숨 막힐 정도로 사용자 중심적으로 가동되며 홍수 수준의 정보를 뱉어내는 프로세싱을 ‘정상적’이라고 칭해도 되는 걸까? MZ세대로서, 그리고 MZ세대를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물음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재앙 혹은 전환 상황이 찾아온 이 시기, 글자는 읽을 줄 알지만 글 안의 의미와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아동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이고, 정신적인 가치관이 확립되는 청소년기 학생들의 경우 정보의 개수와 크기에 상응할 만큼의 경험과 배움을 취하지 못해 정확한 사실임을 입증하는 과정이 부재된 채 유입된 정제되지 않은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극단적 방향으로 치닫는 전무후무하고 아이러니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너무나도 쉽고 저렴한 가격에(아니 사실, 거의 대부분 공짜로) 다양한 정보를 취득하고 말 그대로 ‘방구석’에서 흥미로운 컨텐츠를 소비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는 게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자 축복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행운이자 축복의 정보화가 가진 양면성과 그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 역시 선명하다. 대중들이 ‘스낵’과도 같은 새롭고 초월적인 문화의 포장을 뜯어 그 안의 내용물을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제대로 손을 씻고 알러지 성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건강한 인식의 보편화와 판단 가능한 능력을 부여하는 교육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것일지도 모른다.

  센트럴 파크에서 틱톡 영상을 촬영하며 깔깔대던 세 친구를 비롯해 MZ세대가 앞으로 정보화의 풍랑을 헤쳐 나가며 차근차근 건강하게 각자의 섬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방구석’에서도 ‘진정한 문화’를 만들어나갈 초석을, 이제는 비로소 다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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