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한류로 이어질 ‘세기의 아트컬렉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Gallery] 한류로 이어질 ‘세기의 아트컬렉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손희(본지 편집장)
  • 승인 2021.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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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1913-1974),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김환기(1913-1974),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올 하반기 미술계에는 ‘세기의 아트컬렉션’으로 불리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 컬렉션이 화제다. 지난 4월 말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은 수집품 2만 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국공립 미술기관에 분배해 기증했다. 개인 컬렉션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국보급 문화재다.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중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와 같은 고미술품부터 한국과 서양의 다양한 근현대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일까.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은 오프닝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관람 예약이 모두 마감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우리도 문화선진국으로 진입한 것일까?

ⓒ백남순(1904-1994), "낙원", 1936년경,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x372cm.
백남순(1904-1994), "낙원", 1936년경,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x372cm.
ⓒ국립현대미술관
ⓒ이상범(1897-1972), "무릉도원", 1922, 비단에 채색; 10폭 병풍, 이미지: 159x39x(2), 159x41x(8)cm, 병풍: 202x413cm.
이상범(1897-1972), "무릉도원", 1922, 비단에 채색; 10폭 병풍, 이미지: 159x39x(2), 159x41x(8)cm, 병풍: 202x413cm.
ⓒ국립현대미술관

  세계적인 아티스트 BTS의 리더 RM이 다녀간 다음 날,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관람하러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관장 윤범모)을 찾았다. 1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은 기증 작품이 총 1,488점인데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이응노, 유영국, 권진규, 천경자 등 20세기 초중반 한국 미술의 거장 34명의 대표작 58점을 선보인다.

  다양한 문화예술종사자들의 단체 관람이어서일까? 윤범모 관장은 “이번 삼성 유족들의 기증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 근현대미술사 소장품의 많은 빈자리를 메꾸게 되었다. 이것은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려는 데 큰 의미가 있고 또 국립현대미술관 입장에서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보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 주었다.“는 소회와 함께 직접 자신의 특별한 해설로 안내했다.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꿰뚫는 윤 관장의 해박한 해설과 미술야사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간 기분이 들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 에디터들과 함께 다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이번에는 작품 관람에만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지난 7월 21일 개막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은 여전히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었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주축으로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 세 가지 테마로 나뉘어져 전시되었다.

  전시장을 들어서는 각도에서 처음으로 보이는 작품은 서양화를 공부한 1세대 한국 화가인 백남순의 〈낙원〉이다. 시원시원한 붓 터치로 배경이 더 웅장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소재나 기법 면에서 동서양의 전통을 융합하고 변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해방 이전 제작된 백남순의 유일한 현존 작이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_한국미술명작》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_한국미술명작》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그 건너편 벽에는 이상범 작가의 〈무릉도원〉이 펼쳐졌다. 의도적인 것일까? 두 작품을 서로 마주보게 배치해놓았다. 〈낙원〉에서 매체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면, 〈무릉도원〉에서는 전통적인 한국화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일점투시도의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또 그 옆으로 내가 좋아하는 나혜석 작가의 〈화령전작약〉과 이인성 작가의 〈다알리아〉가 전시되어 있다. 윤호중 작가의 〈물동이를 인 여인〉을 지나 김기창 작가의 〈군마도〉 앞에 서니 나도 저 말들처럼 힘차게 달리고 싶었다.

  교과서 그림으로도 유명한 이중섭 작가의 〈흰 소〉와 〈황소〉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중섭이 가장 애호했던 작품 소재 중 하나여서일까. 황소의 주름살에서 세월의 고난과 역경이 절로 느껴진다. 〈다섯 아이와 끈〉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중섭의 작품과는 다른 그림체여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의 가장 큰 인기몰이는 김환기 작가의 〈여인들과 항아리〉일 것이다. 전시 포스터 메인에 실린 이 작품은 벽 한쪽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하다. 파스텔톤의 색 면 배경 위에 양식화된 인물과 사물, 동물 등이 정면과 정 측면에 배열되어 있다. 그림 속 여성들이 모두 정면을 응시한다. 김환기는 달항아리를 매우 좋아했고 그 달항아리를 소재로 해서 여인들과 항아리, 자화상을 표현한 사슴의 모습을 매우 서정적으로 담고 있다. 60년대 말 삼호그룹이 쇠락하면서 이 작품은 미술시장에 나왔고 이후 이건희컬렉션으로 소장되게 된 그림의 야사 또한 드라마틱하다.

천경자(1924-2015), "노오란 산책길", 1983, 종이에 채색, 96.7x76cm. ⓒ 서울특별시
천경자(1924-2015), "노오란 산책길", 1983, 종이에 채색, 96.7x76cm. ⓒ 서울특별시

  〈여인들과 항아리〉 작품으로 몰려든 관람객들은 너도 나도 RM이 취한 포즈로 뒷모습을 찍는다. 한 명의 스타가 끼치는 선한 영향력은 문화적 파급력 또한 다이내믹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리고 김환기 작가와 함께 우리나라 추상미술 1세대를 이끈 유영국 작가의 〈작품(Work)〉이 보인다. 이 작품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바라보이는 거실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이다. 그 옆으로 펼쳐진 이성자 작가의 〈천 년의 고가〉는 사선의 무위나 입체감이 직물의 묘한 아름다움에 젖어들게 한다.

  권옥연 작가의 〈양지〉를 지나 몽환적인 눈동자가 매력적으로 그려진 천경자 작가의 〈노오란 산책길〉 을 만나니 마을 전체가 노란빛으로 물든 반 고흐의 마을 아를을 걷고 싶어졌다. 전시 관람 내내 오디오 가이드 재능 기부를 한 유해진 배우의 목소리가 너무나 편안해서 좋았다. 현대와 근대를 관통하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은 2022년 3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 《쿨투라》 2021년 11월호(통권 8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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