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문화예술전문가 도종환 의원] “우리나라 콘텐츠 경쟁력은 세계 7위, 그중에서도 BTS의 영향이 압도적이죠
[INTERVIEW 문화예술전문가 도종환 의원] “우리나라 콘텐츠 경쟁력은 세계 7위, 그중에서도 BTS의 영향이 압도적이죠
  • 손정순(본지 발행인)
  • 승인 2021.11.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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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Jongwhan

  시 「접시꽃 당신」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접시꽃 당신』(1986)은 출간하자마자 약 100만 부가 판매되는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집이 되었다. 여고시절 나는 친구들과 내기하듯 그의 시를 편지지에 베껴 썼다. 깨알 같은 예쁜 글씨로 써내려간 그의 시는 코팅을 거쳐 책받침으로 탄생했다. 우리의 수험생 시절은 ‘접시꽃 당신’ 책받침 선물을 주고 받으며 잠시나마 위안받을 수 있었으며, 우정도 감성도 깊어갔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접시꽃 당신>(박철수 감독, 1988)을 보았다. 많은 이들을 울린 시적 감성은 대중성을 넘어 잔잔한 ‘슬픔의 힘’으로 나아갔다. ‘부드러운 직선’을 통과하고, 흔들리면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그런 국민 시인이 정계에 입문했다. 그를 사랑했던 많은 독자들은 우려를 쏟아냈지만 그는 2012년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한 3선 의원이 되었다. 또한 2017년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지냈으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인이자 문화예술전문가인 도종환 의원을 만났다.

  도종환 의원의 근황

  손정순(이하 손) 안녕하세요? 의원님은 제겐 정치인이기 전에 고교시절부터 열심히 시를 베껴 썼던 존경하는 시인입니다. 지금은 정치인으로 활동하시지만, 문학인이자 교육자이면서 늘 현역 문화예술가로 활동하시는 의원님의 근황을 듣고 싶습니다.

  도종환(이하 도) 지난 8월에 예술인 지위와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어요. 블랙리스트로 인한 피해와 미투로 인한 예술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법이에요. 예술인은 누구나 배제 당하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감시 받지 않을 권리, 불이익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인데 3년이나 걸렸어요. 야당을 어렵게 설득해서 여야합의로 통과시켰죠. 지난달에 상임위를 교육위원회로 옮겨서 지금은 국정감사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국정감사 중에 예술대학 문제를 거론했어요. 등록금은 의대 다음으로 비싼데 실습실과 교육환경은 열악하고 장학금 혜택은 아주 적어요. 학자금 대출은 어느 계열보다 높은데 졸업 후 상환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예술대 현실과 지원 문제를 질의했고요, 무용 교과를 외국처럼 예술 교과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점검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문학의 꿈을 키워준 잡지

  손: 의원님은 문화예술관광분야에 가장 관심과 조예가 깊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의원님의 문학(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문화예술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의원님께 혹 잊지 못할 잡지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지요?

  도: 중학교에 다닐 때 일입니다.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중학교였습니다. 이 학교에는 좋은 도서관이 있었습니다. 학교 도서관인데도 그곳을 매일 방문한 기억이 있습니다. 사서 선생님이 출근도 하기 전에 가서 제일 먼저 기다리는 것이 괜스레 자랑스럽기도 했죠. 많은 책들을 섭렵하고 다니는 것,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것과 같은 신나는 일이어서 매일 도서관에 갔습니다. 책도 재미있었지만, 잡지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학원 잡지, 과학 잡지, 영어 잡지. 이런 잡지들이 단행본과는 다르게 다양한 사진과 레이아웃,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기사, 읽을거리들이 너무 좋았어요. 연재소설 같은 것도 있고. 예를 들어 ‘사랑이 무성한 수풀’이라는 제목에서 받을 수 있는 어떤 무한한 상상력. 사랑이 무성한 수풀이란 무얼까. 나무가 무성한 숲이 아니라 사랑이 무성한 수풀이라는 것이 뭘까. 이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읽을거리들이 잡지에는 너무 많았습니다. 그 잡지들을 읽고, 그다음 달에는 또 어떤 전개가 있을까 기대하면서 책을 제일 많이 읽는 학생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잡지가 제일 좋았어요. 10월쯤 되면 책을 제일 많이 읽는 학생을 표창하는데 선생님이 하는 말이, “너는 왜 고전이 아니고 잡지를 이렇게 많이 읽느냐, 너는 제일 많이 읽었어도 잡지를 읽었기 때문에 다독학생표창은 네가 아니라 고전을 많이 읽은 다른 학생에게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억울한 마음에 “잡지도 얼마나 읽을거리가 많은데 최우수 학생의 기준이 책을 많이 읽는 것이라면 왜 나는 그 상을 받을 수 없느냐”고 이야기했더니 “너는 잡지를 읽었으니까" 라는 답이 돌아와 어렸을 때 굉장히 서운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손: 의원님은 어렸을 때부터 참으로 남다르셨네요. 다독 학생 표창을 받지 못해 섭섭하셨겠지만, 당시의 많은 잡지를 섭렵한 것이 의원님을 문학의 길로 인도한 것 같습니다.

  도: 네, 맞습니다. 당시 중학생에게 선정해주는 고전들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읽어도 어려운 문장들로 가득한 책들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선생님들은 그냥 “100권을 읽어라” 하고 지정을 하니 전부 어려운 도서가 선정도서가 되었던 것이죠. 단테의 『신곡』, 괴테의 『파우스트』, 공자의 어록인 『논어』… 당최 모르겠는 것들을 읽으라고 하니 그건 어렵고, 잡지는 재미있기 때문에 지적 호기심을 높여주는 잡지를 많이 읽었습니다. 당시 《학원》이라든가, 그런 잡지들은 매혹적이었습니다. 과학 잡지도 내 호기심을 자극했기에 이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잡지를 많이 읽었습니다. 그것이 나중에 문학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VR체험존 방문
VR체험존 방문

  한류문화콘텐츠의 힘

  손: 저는 문학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대해 조예가 깊고 넓은 의원님이 많은 문화예술 행사에 직접 참여해주셔서 좋았습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도 자주 참여해주셨는데,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영화제에 대통령을 모시고 왔던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그 해의 문화예술인들, 영화인들에게는 대통령의 방문이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문화한국이라 하는데 백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한 번 실제로 참여하는 것이 더 큰 감동과 영향력을 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한류의 힘이 국가경제에도 대단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의원님은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조예가 깊으셨고. 영화원작자이기도 하고. 게임에 대한 관심도 많으신 시인이자 정치인이며, 문화예술전문가이십니다. 지금 한류가 굉장히 급성장하고 위상이 높아졌는데요. 이 상황에 무언가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잡지, 좋은 매체를 해외에서도 유통할 수 있는 지원이 주어지면 분명 우수한 한류콘텐츠가 국가산업의 성장에도 좋은 결실을 가져오리라 생각합니다. 의원님께서 현장에서 실제로 느껴본 한류는 어땠는지요?

  도: 우리 한류 문화상품이 100달러어치 팔리면 제조업 상품이 230달러가 팔립니다. BTS의 음반이 잘 팔리면 휴대폰, 화장품, 자동차 이런 상품들의 판매가 늘어납니다. 우리나라 수출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 이 한류 문화 상품입니다. BTS를 포함해서 한국영화, 드라마 이런 문화상품들, 게임, 애니메이션이 영향력이 강합니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경쟁력이 전 세계 7위입니다. 그중 BTS의 영향이 압도적이죠. 한번은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개발한 업체 대표에게 그 게임으로 벌어들인 돈이 얼마나 되느냐, 몇천억 되지 않겠느냐 하고 물었더니, 한 해에 1조를 벌어들인다는 겁니다. 애니메이션 <아기상어 핑크퐁> 은 전 세계 112개 나라에 제공되었고 수십억 회 이상 다운로드가 되었습니다. 아마 40억 회가 넘었을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미나리>나 <기생충>이 우연히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미나리>로 윤여정 씨가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았잖아요. 그런데 이미 다른 영화제에서 받은 상이 70여 개가 됩니다.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 또한 40여 개 이상의 상을 받았습니다. <벌새>, <미나리>와 같은 영화들은 사실 우리나라에는 많습니다. 그 정도의 저력이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해외에 잘 알릴 것인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제입니다.

  우리 문화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기관이 둘 있는데, 그중 하나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또 하나는 한국문학번역원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도 문학 작품 번역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잡지를 포함한 다른 콘텐츠를 번역할 수 있도록 인력을 양성하고 그 다음에 조직을 확대해나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 일은 현재 문체부와 상의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말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에, 세종학당이나 문화원 역시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외국의 젊은이들이 우리 문화에 대해 궁금해서 달려오고 싶어한 적이 얼마나 있었습니까?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 한글을 배우고 싶어 우리 문화원을 찾아오는 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한 강의 시간을 늘리고 예산 지원을 해야 합니다.

  옛날에 문화부에서 사용하는 예산은 예술과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사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쓰기만 하는 부’라는 인식도 있었는데, 한류가 이뤄낸 성과를 본 이후로는 기재부도 달라졌습니다. 문화에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구나. 이 지속적인 투자가 경제를 견인하는구나, 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죠. 기재부, 재정당국을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문화적 성과 이후로는 재정당국도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BTS
 
  손: 공감이 가는 좋은 말씀입니다. 특히 한류 문화 성적에서 BTS의 압도적인 영향력에 대해 해주신 말씀이 인상 깊은데요. 해외 영화제나 도서전에 나가보면 예전에 비해 정말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은 외국 젊은이들이 저보다 더 한국가수와 K-팝을 많이 압니다. 한국영화도 한국드라마도 무척 좋아합니다. 그것이 너무 뿌듯하지요. 제가 모르는 최신곡도 더 잘 아는 외국인. 음악, 영화, 드라마를 공부하기 위하여 한국을 찾는 학생들 또한 굉장히 많습니다. 혹 의정활동을 하시면서 경험한 BTS에 대한 국내외 반응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좀 더 듣고 싶습니다.
 
  도: 대통령님이 외국에 나가서 정상회담을 할 때, 첫째 날은 그 나라 정상과 의례적인 인사를 하게 되는데 인사 후에 BTS 친필사인이 들어 있는 음반을 선물합니다. 그런데 둘째 날 만나면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집에 가지고 가서 자녀나 가족들에게 음반을 주고 난 뒤 반응을 접한 결과입니다. 대통령의 표정이 달라지고 대화가 훨씬 부드럽고 편안해집니다. BTS 친필사인이 들어 있는 음반을 주었더니 우리 애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더라는 말과 함께.(웃음)

 

  내가 좋아하는 BTS 노래

  손: 저는 방탄소년단 진이 부르는 <에피파니>를 들으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울 뻔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I'm the one I should love in this world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 이제야 깨달아 so I love me 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I'm the one I should love” 이 구절에서 내 비루한 존재도 위안을 받는 느낌이 들어 울컥했습니다. 더군다나 이 노래가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마주했던 에피파니의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현대시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에피파니>를 감상하며, 우리에게도 문득 시마(詩魔)가 찾아오기를 염원하기도 했습니다. 의원님께서도 BTS 좋아하시는지요? 혹 BTS 노래 중 좋아하거나 즐겨듣는 곡이 있으신지요?

  도: 제가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BTS에게 훈장을 수여했어요. 이 사람들은 직접 작곡을 하고 노랫말을 쓰고 노래를 하는 실력 있는 뛰어난 뮤지션들인데요. 자기 관리도 참 잘 해요. 그 당시 이들에게 병역면제 해주자는 요구가 있었는데요, 이 친구들은 병역면제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들은 군대 갈 거라고… 저는 BTS가 영국의 비틀즈만큼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수가 될 거라고 봐요.

  이들이 작사한 노랫말을 보다가 놀란 적이 있어요. “너는 내 꿈의 출처 (…) 이건 필연이야 I love us”(「DNA」중에서) “넌 절벽 끝에 서 있던 / 내 마지막 이유야(…)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 문을 하나 만들자 / 너의 맘속에다 (…) 필 땐 장미꽃처럼 / 흩날릴 땐 벚꽃처럼 / 질 땐 나팔꽃처럼 / 아름다운 그 순간처럼”(「Magic Shop」중에서) 이런 노랫말은 시에요.

 

  의원님의 앞으로의 계획과 인생철학
 
  손: ‘BTS의 노랫말이 시’라는 말씀에 절로 공감이 갑니다. 저는 의원님을 떠올리면 파블로 네루다의 삶과 문학을 겹쳐 떠올리게 됩니다. 또한 그를 영화화한 <일포스티노(Il Postino)>(마이클 래드포드 감독, 1996)도 생각납니다. 의원님의 시 「접시꽃 당신」을 베껴 쓰면서, 영화 <접시꽃 당신>을 관람하고, 시 「흔들리며 피는 꽃」에 경탄하며 제게도 시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도 “젖지 않고 피는 꽃”도 없듯이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도 “젖지 않고 가는 삶”도 어디 있으랴는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는 저를 곧추세웠기 때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의원님의 시에서 위안을 얻었을 것입니다. 저는 정치인으로 활동하시면서도 늘 시를 놓지 않고 계시는 의원님이 언젠가 소풍을 끝내고 독자들이 사랑하는 시인의 삶으로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파스를 예로 들며, “시인이 언어에 봉사하듯 국민에 봉사하고자 한다”라는 의원님의 인터뷰는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원님의 앞으로의 계획과 인생 철학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도: 『레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도 상원의원을 두 번 했습니다. 역사의 격변기에 현실에 뛰어들어 그 혁명의 시기에 그 역할을 하고 망명을 하고, 정치를 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대작을 써냈습니다. 또 파블로 네루다도 마찬가지죠. 시인이자 외교관이었으며, 상원의원이었던 그는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으며, 멋진 연애도 했습니다. 한국에는 문화예술인이 정치에 들어갔다가는 문학도 망가지고 인생도 망가진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서 제 역할을 잘하고, 문학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쫄딱 망하고 문학도 망가지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봉사하는 역할을 잘한 뒤에 다시 돌아가 글 쓰는 사람으로 일을 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경계하고 절제하며 치열한 문제의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복마전입니다. 여기 이 정치판에서 자기 영혼을 잘 지키며 정치사회적 역할을 해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이곳은 워낙 복마전이라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쓰러져 죽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주어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어요.

  도종환 의원님과의 약속된 2시간은 때론 부드럽고 때론 강렬한 웃음 속으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순간 궁금해진다. 그가 소풍을 끝내고 돌아오는 날 지면에서 다시 마주할 그의 시는 어떤 모습일까. BTS의 노래를 들으며, 최근 페르시아어로도 번역 출간된 도종환 시인의 시집 『흔들리며 피는 꽃』 속 시편도 음미해 보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면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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