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독자리뷰] 내 인생의 판타지, 그 달콤한 단어가 주는 마력 그리고 행복감
[1월 독자리뷰] 내 인생의 판타지, 그 달콤한 단어가 주는 마력 그리고 행복감
  • 임나경(독자)
  • 승인 2019.01.31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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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잡지는 11월호 테마 배우 조승우 때문에 구매하고 알게 되었다. 읽어보니 시와 문화예술 리뷰
도 있고 꽤 괜찮은 잡지 같아서 다음호 12월호도 언제 나오나 매일 클릭을 하며 기다리다 사게 되었다.

흥미로웠고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양한 문학 분야 저명인사들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것과 매달 테
마가 되는 주제로 다음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는 점이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새해에 대한 기대감과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달 2018년 12월이 되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한 해를 돌아보며, 혹은 나의 2018년' 같은 주제가 아닌 '판타지' 라니! 오호~~ 의외인데? 라는 생각과 함께 내 인생의 판타지는 무엇이었을까…생각해 보았다.

태어나면서부터 8개월 미숙아로 뇌성마비를 가진 몸으로 태어나 활동에 제약이 적지 않았던 나의 판타지는 수많은 책들과 써내려 갔던 시들… 수도 없이 듣고 가끔 사연이 당첨되는 놀라움을 안겨준 라디오, 그리고 드라마가 있었다.

당시 학교에 한해 늦게, 9살에 입학한 나는 어느 날 평일 밤 10시가 되면 드라마라는 것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승부>를 시작으로 드라마 보기가 시작된 나는 폐인처럼 머리 풀고 정시 시청도 모자라 테이프에 녹화까지 해서 돌려보기를 무한 반복하였다. 당시 팬레터라는 것을 쓰면서 본격 덕질을 시작했던 게 내 인생의 판타지이자 아직도 그 시절의 왕자님으로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차인표 씨(나는 아직도 오빠라고 부른다)였다.

14살 소녀의 마음에 처음 들어온 당시 28살의 젊은 성인 남자 배우.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렜던지 배우자인 신애라 씨와 투샷이 잡히거나 그윽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볼 때면 내가 그의 앞에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아내인 신애라 씨가 좋으면서도 그렇게 질투에 화가 나 혼자 훌쩍이며 울기도 했다.

당시 오라버니의 집이 있었던 북가좌동(?)으로 매일 열심히 보냈던 팬레터들. 오라버니는 하나라도 읽어 보셨을까? 여튼 그 드라마와 나의 왕자님으로 인해 초등학생 때부터 나의 꿈은 현재까지 드라마 작가가 되었으며, 14살 어린 소녀의 마음에 예고 없이 훅 들어와 버린 28세 그 남자로 인해 94년 그해 여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지금도 삶이 버거워 울기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왕자님을 찾아 그 드라마를 다시 보며 나만의 설레는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 28살의 근사한 차인표 왕자님과 멜로의 주인공이 된다.

성인 남자에 대한 이미지가 잘 확립되지 않고 단순하게 잘 생기고 아니고로 판단했던 나이였는데도 그는 진짜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백마 탄 왕자님이었으며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온 마음과 몸이 설레어서 어쩔 줄 몰랐다. 어디로 가야 오라버니를 볼 수 있을까 싶었고 그가 내 손을 잡아주거나 바라봐 주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서 행복하고 울기도 많이 했다.

영어도 잘해, 사람들에게 친절해, 내 여자에게는 다정해. 내 이성의 기준은 차인표 그가 되었고 지금도 내 소원은 딱 한번만이라도 그를 실제로 만나 “오빠, 오빠는 여전히 제겐 제가 14살, 오빠가 28살 그해 여름처럼 가장 멋진 분이에요. 죽기 전에 뵙는 게 소원이었는데 뵙게 되어서 너무 행복해요!” 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그를 만나면 믿지 못하고 울지 않을까…

쉽지 않은 세상살이에 누군가는 나를 보고 철이 없다고도 하고, 현실은 생각 않고 꿈속에서만 사는 것 같다고도 한다.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다들 이성적, 현실적으로 꿈도 없고 설레는 판타지 하나 없이 서걱거리는 마른 가슴으로 사는 것 보다는 내일 모래 불혹의 나일지라도, 아니 더 시간이 흘러 앞으로 70세 할머니가 되어도 나는 14살 그해 여름의 두근거림, 떨림과 가슴 한쪽에 근사한 왕자님과의 판타지를 가진 나로 살고 싶다고. 그 판타지의 기억은 녹녹찮은 삶에서 현재의 나를 살게 하는 행복한 이유이자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 《쿨투라》 2019년 1월호(통권 5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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