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ICON] ‘63호 무명가수’에서 ‘싱어송라이터 이무진’으로: 2021 ICON 가수 부문
[2021 ICON] ‘63호 무명가수’에서 ‘싱어송라이터 이무진’으로: 2021 ICON 가수 부문
  • 오광수(시인,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12.01 0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그의 시작은 ‘63호 가수’였다. 그가 2000년생 신예 싱어송라이터인 이무진으로 각인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결리지 않았다. 2월 종영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무명가수전〉에서 그는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첫 경연곡으로 택한 이무진은 리듬감과 소울이 살아있는 보컬과 빼어난 기타 실력으로 시청자와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살짝 찡그린 얼굴을 하면서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라고 노래했을 때 시청자들은 물건임을 알아봤다. 강렬한 등장으로 유튜브 상에서 공식 영상 조회수가 2,300만 건을 넘어섰다. 단숨에 우승 후보로 거론됐으며 회를 거듭하면서 진가가 빛났다. 뛰어난 편곡 실력을 바탕으로 장르를 넘나들면서 음악적 재능을 펼쳐 보였다. 이문세, 신해철, 조용필, 높은음자리의 곡들을 이무진 식으로 부르면서 기대감을 높여갔다.

  결국 이승윤과 정홍일에 이어 최종 3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포크 가수로서의 편안함을 가진 이승윤과 로커로서의 원숙미를 뽐낸 정홍일도 빼어난 실력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무진이 보여준 가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이도 있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한국판 제이슨 므라즈와 에드 시런에 비견할 만한 싱어송라이터가 탄생했다면서 흥분했다. 그는 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은 물론 가창력도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로서 손색이 없었다.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목소리와 더불어 편안하면서도 신뢰감을 주는 외모도 큰 장점이었다. 대중음악계의 평대로 제이슨 므라즈의 편안함과 에드 시런의 천재성을 조금씩 나누어 가진 듯한 젊은 가수의 등장이었다.

  사실 그는 철저한 무명이었지만 또래들로부터는 어느 정도 소문이 났던 인물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의 기타를 치면서 음악과 친해진 이무진은 서울예술대학교에 입학(20학번)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대학시절 이무진은 친구와 함께 학교 복도에서 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를 통기타 한 대로 연주한 영상을 SNS에 올려서 제법 화제가 됐다. 이미 그때부터 많은 대중이 그가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거라는 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데뷔 이후 그의 진가가 더 드러난 것은 〈싱어게인 〉 톱3를 고정 출연진으로 내세운 JTBC 예능 〈유명 가수전〉을 통해서였다. 매회 이승철, 이선희, 아이유 등과의 듀엣 무대에서 이무진은 놀라운 가창력을 보여줬다.

  지난 5월 발표한 자작곡 〈신호등〉 은 대중들이 먼저 알아본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노래였다.

  이제야 목적지를 정했지만/ 가려 한 날 막아서네/ 난 갈 길이 먼데/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가 생각나네/
  이미 난 발걸음을 떼었지만/ 가려 한 날 재촉하네/ 걷기도 힘든데/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간/ 친구가 뇌에 맴도네/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동그라미들 모두가/
  멈췄다 굴렀다 말은 잘 들어/ 그건 나도 문제가 아냐/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이제 막 성년이 된 청춘의 이야기를 신호등에 비유하여 발랄하게 담아낸 이 노래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또래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사회 초년생이 겪는 혼돈을 초보운전자에 비유하여 만들어서 같은 갈등을 겪고 있는 청춘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처음 발표했을 때 이 노래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무진이 〈슬기로운 의사 생활 2〉의 OST에서 〈비와 당신〉을 부른 뒤 이 노래도 역주행을 했다. 또 SNS와 유튜브로 선공개 됐던 〈과제곡〉도 동시에 인기를 얻었다. 이무진이 대학 수업 과제로 제출했던 자작곡으로 과제를 많이 내는 교수님께 전하는 노래였다.

  〈신호등〉이나 〈과제곡〉에서 보듯이 이무진의 장점은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이다. 그는 발표하는 노래마다 음원 순위를 흔들면서 단숨에 음원 강자로 떠올랐다.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무진은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나는 유명해져 있었다”라고 말한 시인 바이런처럼 벼락스타가 됐다. 여기저기 광고에서도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자주 보고 듣게 됐다.

  가수로서 이무진의 장점은 뭘까? 우선 차별화된 음악성이다. 기존 가수들에 비해 레트로적인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당대의 젊은 세대들의 고민을 노래로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안에는 누구보다도 솔직담백한 표현이 담겨 있다.

  가수로서 이무진은 하얀 백지와 다름이 없다. 그래서 그에게 더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분명한 것은 그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가수라는 점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중들은 이무진을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광수
시인ㆍ대중문화평론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저서로는 시집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 시 해설집 『시는 아름답다』, 대중문화에세이집 『낭만광대 전성시대』 등이 있다. 현재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 《쿨투라》 2021년 12월호(통권 90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