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ICON] 왈가닥 맏언니 배구스타 김연경의 리더십: 2021 ICON 스포츠 부문
[2021 ICON] 왈가닥 맏언니 배구스타 김연경의 리더십: 2021 ICON 스포츠 부문
  • 이현용(채널A 문화스포츠부 기자)
  • 승인 2021.12.0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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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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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구공의 무게

  국제배구연맹이 정한 공인 배구공의 무게는 260~280그램이다. 1988년 2월생인 김연경 선수는 87년 7월생인 김수지 선수와 친구다. 김연경은 김수지와 함께 2020 도쿄올림픽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내 맏언니였다. 그가 손에 쥔 공의 물리적인 무게는 대표팀 선수 12명이 손에 쥔 공의 무게와 다를 리 없지만, 주장이라는 역할의 무게를 더하면 그가 든 공의 무게는 적어도 열두 배 이상이었을 터. 자신의 포지션을 해내는 것만으로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배구연맹이 “10억 명 중에 1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극찬한 선수,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정상급 기량과 스포츠맨십, 그리고 리더십을 겸비한 그는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한국의 스포츠 스타이다. 9년 만에 다시 올림픽 ‘4강 신화’를 일궈낸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전설’ 김연경을 돌아본다.

  태풍급 여제의 귀환

  1년여 전인 2020년 6월 1일. 김연경이 국내 무대(V-리그)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알린 최초 기사에서 김연경은 ‘초대형 태풍’에 비유됐다. 자유계약선수가 된 김연경이 11년 만에 원 소속팀 흥국생명으로의 복귀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배구계가 크게 들썩였다. 여자프로배구 구단 샐러리캡(23억 원) 내에서의 연봉 지급이 가능하지만, 최고 대우인 7억 원을 지급할 경우 후배 선수들의 연봉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구단과 선수 측 모두 고민하고 있다는 국내 프로 스포츠계 연봉 협상의 이면까지 드러났다.

  2020년 6월 10일. 김연경은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복귀 기자회견을 열기에 이르렀다. 연봉 문제에 대해서는 “경기력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금전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않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 때문에 후배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좋은 생각이라 해주셨고, 결정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프로선수로서 방송 출연과 광고 등 기대되는 2차 수익까지 포함한 이해타산을 소속사와 치밀하게 계산하고 논의 안 했을 리 없지만,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실린 국가대표 선배의 무게감은 남달랐다. 특히나 코로나19로 멈춘 해외 리그 재개가 불투명한 환경 속에서 김연경의 가장 큰 목표는 그로부터 1년여 뒤 도쿄올림픽을 향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도쿄올림픽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국내 복귀가 경기력 유지에 좋겠다는 판단에 결심했다”는 그에게 도쿄올림픽은 2012 런던, 2016 리우에 이은 세 번째 올림픽이자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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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스! 댄스! 댄스!

  여제의 귀환으로 국내 여자배구 V리그의 인기는 남자배구는 물론 프로야구도 넘어설 기세다. KOVO(한국배구연맹)에 따르면 여자부 중계방송 평균 시청률은 2019-2020시즌 1.05%, 2020-2021시즌 1.29%으로 상승세다. 1%를 넘지 못한 프로야구(2020시즌 평균 시청률 0.782%, 5개 방송사 합산, 닐슨코리아)와 비교되며 적어도 시청률 면에서는 국내 야구 인기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연경 효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연경이 ‘춤’을 추자 코트의 마법이 일어난 걸까. 국내 리그에서 한 번, 올림픽 무대에서 또 한 번 춤을 춘 효과가 올 시즌도 이어지고 있다.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는 라스트 댄스에 비유됐다. 때마침 마이클 조던의 황금기를 조명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인기를 끈 덕분이다. 김연경의 춤은 끝나지 않았다. 2021-22 시즌 중국 상하이 광명여자배구팀과 계약하고, 지난 10월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언론에 미리 알리지 않았음에도, 알음알음 찾아온 팬들을 뒤로한 채 떠났다. 춤을 추며 씩씩한 웃음을 남겼다. 댄스!댄스! 댄스!

  메시와 조던 사이

  팬들은 김연경을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에 빗대 배구의 신, ‘갓 연경’이라 부른다지만, 정작 그는 ‘호날두가 더 잘생기고 멋져 보인다’는 이유에서 ‘배구계의 호날두’로 불리길 원했단다. ‘미래의’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면, ‘배구계의 조던’이라는 별명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하며 활동량도 많거니와, 리더십과 영향력이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마이클 조던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적어도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때론 선배의 엄격함으로, 때론 왈가닥으로 유튜브 〈식빵언니〉와 몇몇 TV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월드콘’과 같은 CF에서 포착되는 유머와 재치 넘치는 특유의 캐릭터는 김연경의 멀티 페르소나다. 김연경으로 대변되는 언니 리더십이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했지만, 현역 무대는 현재 진행형이다. 김연경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현용
채널A 문화스포츠부 기자. 2008년부터 방송 뉴스를 쓰고 말하며 배움의 즐거움과 현명한 사람과의 만남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 《쿨투라》 2021년 12월호(통권 9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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