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공연 월평]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
[1월 공연 월평]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
  • 최교익 (신한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19.01.3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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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졌던 '패리스'와 '로잘라인', 그들이 밝히는 진실에 주목하자!

 

 원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 후, 공연되는 경우는 일이년 전의 일이 아닐 것이다. 대한제국 당시 국립극장 전신이었던 ‘원각사’의 최초 공연 <은세계>부터가 춘향전의 영향을 받았으니 말이다. 다시 말해 ‘황금가지’의 저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가 밝힌 인류의 신화, 신앙, 풍습 등 전 세계 신화의 유사성과 관습의 동일성이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까지도 인류의 많은 부분들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어진다는 것이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로운 방식을 통해 원작이 2차 예술로 발전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작의 예술성과 대중성이다. 좋은 씨앗이 훗날 맛난 열매를 보장하듯 원작의 훌륭한 서사구조는 2차 예술의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물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노련하고 섬세한 정원사의 손길이다. 극도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원작을 현실에 맞게 비틀어 원작보다 더욱 흥미로운 서사로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유발시켜야한다.

 극예술에서 2인자라고 말하면 서러울 위인이 있으니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 극작가로서, 희·비극을 포함한 38편의 희곡과 여러 권의 시집 및 소네트집이 있다. 38편의 희곡은 세계 각국에서 시대의 극작가들로부터 고전과 현대를 잇는 중요한 매개로 쓰이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그러하다. 옥랑희곡상을 시작으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2014년과 2015년 서울연극제에서 연출상을 연이어 수상한 정범철의 만남이 예사롭지 않다. 이 예사롭지 않은 특별한 만남은 ‘극발전소 301’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로 펼쳐진다.

 ‘극발전소 301’의 10주년 기념 공연 세 번째 작품인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가 11월 7일~18일까지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되었고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상주단체 공연으로도 진행되었다. 현재 대학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정범철 대표가 이끌고 있는 ‘극발전소 301’은 창단 이래 다양한 형태와 주제의 참신하고 젊은 창작극들을 만들어오며 주목 받고 있는 극단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뒤집으며 2006년 옥랑희곡상 자유소재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로미오가 줄리엣보다 먼저 사랑했던 여자, ‘로잘라인’과 줄리엣에게 청혼하였으나 끝내 버림받은 남자, ‘패리스’가 주인공이 되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과 죽음에 대한 숨겨진 진실을 밝혀나간다.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의 대명사로 사랑받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각종 연극, 영화, 무용, 뮤지컬, 회화와 각종 미디어에서도 친숙하게 다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패리스’와 ‘로잘라인’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작품은 소외된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그들의 시선에 주목한다. 언제나 순간에 의해 운명과 역사가 정해지듯 주인공이 바뀌고 시선이 바뀌며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새롭게 재창조된다.

 

 

* 《쿨투라》 2019년 1월호(통권 5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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