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 개관
[INTERVIEW]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 개관
  • 김준철(미주문인협회 회장, 본지 미주특파원)
  • 승인 2021.12.29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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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꿈을 이뤄가는 필름프로그램코디네이터 이혜성
영화의 이야기 에서는 수없이 많은 명작들이 상영되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 에서는 수없이 많은 명작들이 상영되고 있다.

  영화 제작을 대표하는 지역인 로스앤젤레스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영화와 영화 문화의 고찰을 목적으로 하며, 북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로스앤젤레스 유일의 영화 전문 박물관이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의 디렉터 겸 대표인 빌 크레이머는 “우리는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엔터테인먼트와 즐거움을 통해 유대감을 쌓아야 할 시기다”라고 언급했다. 아카데미 박물관의 최고 예술 프로그램 책임자인 재클린 스튜어트는 “영화 제작의 역사와 영화가 우리 삶에 가지는 영향에 대해 관람객들이 다면적이고 열린 대화에 참여할 수 있기를 무척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제픈 상영관에서 이혜성 필름프로그램 코디네이터와
데이비드 제픈 상영관에서 이혜성 필름프로그램 코디네이터와

  또한,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이사회 의장이자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영화라는 협력적인 예술 분야 창작자들이 모인 거대한 공동체를 반영한다. 이사회를 대신하여 아카데미의 이사회(Board of Governors) 캠페인 의장인 밥 아이거와 공동 의장인 아네트 베닝과 톰 행크스, 그리고 기부를 통해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을 개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13,000명이 넘는 개인, 기업, 재단, 정부 기관 등에 감사한다”는 뜻을 전했다.

  영화계는 물론 문화 예술계에 깊은 의미가 있는 박물관이 개관했다. 더욱더 반가운 것은 그곳에 한국인 이혜성 씨가 필름프로그램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녀와의 인터뷰를 청했고, 어렵사리 만나게 되었다.

 

김준철(이하 김): 지난 9월 박물관 개관 후 정신없이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혜성(이하 이): 네, 개관 전에도 바빴지만, 지금은 정말 너무 바쁘네요. 하지만 영화를 포함하여 여러 문화예술로 지명도가 높은 《쿨투라》와의 인터뷰라 깜짝 선물을 받는 느낌으로 뵙게 되었습니다.


김: 먼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이: 제 직함은 필름프로그램코디네이터입니다. 주로 상영할 영화를 선택하고 각 스튜디오에 확인하여 상영 여부에 따른 조율을 진행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김: 그럼 한국영화도 상영되나요?


이: 내년 1월에 영화 〈미나리〉가 상영될 예정입니다. 저 역시 가능한 한 한국영화를 더 많이 상영하고 또 선정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김: 한국어도 잘하시는데, 언제 미국에 오셨고 또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이: 물론이죠.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조금 일찍, 중학교에 다니던 중에 미국으로 왔습니다. 뉴욕에서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녔고요. 대학 때는 아시안 컬쳐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공부를 했습니다. 코리아소사이어티를 비롯한 뉴욕한국영화제 등에 연관되어 일하다가 한국에 나가서 홍상수 감독 연출부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드는 일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2009년에 칼아츠 대학원 필름비디오과를 졸업했고 2012년부터 작년까지 레드캣(REDCAT: Roy and Edna Disney/CalArts Theater)에서 프로덕션코디네이터로 일했습니다.


김: 레드캣 역시 상당히 탄탄하고 좋은 회사인 것 같은데 이곳으로 옮기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 레드캣의 경우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이며 감각적 영화와 공연들을 주로 전시, 상영하며 그런 작품들을 주목해 왔는데 근래 들어 좀 더 포괄적인 범위의 영화 및 무빙이미지에 관심이 많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친구의 권유로 현 뮤지엄 프로그램팀에 지원하게 되었죠.


김: 영화 쪽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이: 글쎄요. 일단 앞서 말씀드렸듯 홍상수 감독님 연출부에서 일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영화를 작게 만들고 있지만…. 일단 그렇게 영화 쪽에 더 깊이 발을 들여놓게 된 거죠.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저희 어머니께서 한국의 ‘시네하우스’ 총괄 매니저를 하셨고 마침 집도 바로 옆에 있어서 어린 시절부터 그곳을 놀이터처럼 드나들며 영화에 많이 노출되었던 게 계기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 말씀 중에 “영화를 만들고 싶고 지금도 작은 영화들을 만들고 계신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영화감독이 되고 싶으신 건가요?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영화에 담으려고 하시는지, 그리고 어떤 스타일로 만들고 계신지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 아직도 창작은 계속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물론 프로그래밍, 큐레이팅도 창작에 속하는 일이라서, 영화를 만드는 작업과 영화 프로그래밍을 굳이 따로 보려고 하진 않고요. 대학원에 다닐 때부터 제가 만든 영화들은 실험적인 요소들이 많은 작품이었고, 비디오 작업도 많이 했습니다. 비디오 설치 등의 갤러리, 아트 스페이스 전시도 했었고요. 

김: 요즘 K-Drama, K-Pop, K-Movie 등이 여러 매체에서 연일 탑 랭킹을 차지하고 있잖아요. BTS, 〈기생충〉, 〈미나리〉, 그리고 최근 〈오징어 게임〉까지 그 물결이 커지고 있는데, 사실 아카데미의 위상 혹은 인기가 다른 여러 매체로 인해 예전 같지 못하게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도 있지만, 다른 플랫폼들의 급속한 성장이 불안하지는 않은지 궁금하네요.


이: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너무도 길어질 것 같은데요. 짧게 요약하자면 제 개인적인 생각은 어느 분야건 공생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 뮤지엄 보드 오브 트러스티(Academy Museum Board of Trustees) 중에는 넷플릭스 Co-CEO도 계시고, 뮤지엄 공간에 ‘넷플릭스 라운지’가 있을 정도로 여러 다른 매체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 예술이 널리 알려지는 건 굉장히 행복한 과정이고 결과라고 느낍니다. 한국 매체들의 성장과 성공이 혹은 기타 매체들의 성장이 아카데미나 다른 재단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김: 미국에서 한국영화의 위치와 미래성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영화에 대한 시선이 궁금합니다. 이제 더는 호기심으로 접하는 수준은 넘어섰다고 느껴지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분명히 적어도 두 가지 시선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서요.


이: 긍정적인 측면 중 하나는 한국이란 나라와 인종, 더 나아가서는 동양 인종을 알고 받아들이는 시선들이 더욱 넓고 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러나 같은 맥락에서, 너무 과도한 폭력 등의 자극적인 요소로 이루어진 콘텐츠만 알려진다면 그 또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아카데미영화박물관 건물의 외관과 내부 구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신다면?


이: 퓰리처상(Pulitzer Prize)을 받은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디자인했고요. 우선 본관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역사적인 빌딩 중 하나인 ‘메이 백화점’ 빌딩입니다. 원래 있던 빌딩의 기본적인 구조는 되도록 유지하면서 디자인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관과 브릿지로 연결된 영화관은 돔으로 따로 자리 잡고 있으며 1,000석 규모의 게펜 영화관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른 288석 영화관인 테드맨 영화관은 본관 지하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 영화박물관 자료를 보면서 어마어마한 규모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영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담고 있는 박물관으로 보이는데요. 이 박물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 말씀하신 대로 여러 가지를 이어주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여러 무빙이미지 매개체들, 여러 나라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들,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 등이 연결될 수 있는 포인트가 되면 좋겠네요.

김: 의미 있는 말씀입니다. 영화를 메인으로 설립되었지만, 그것을 통해 더 폭넓은 문화적 소통을 이루는 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고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픈한 후 주위 영화계의 반응과 파장은 어떤지요?


이: 여러 곳에서 많이 리포트, 브로드캐스트 해 주시고 또 많은 분이 뮤지엄을 찾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실감을 못 하는 게, 너무 바빠서 일하다 보면 사실 이런 행복한 파장을 느낄 기회가 별로 없네요.


김: 그래도 조금의 여유를 찾고 만들어서, 말씀하신 행복의 파장을 여러 경로로 누리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나가고 싶으신가요?


이: 영화와 무빙이미지, 미디엄에 관련된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크게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소원 중 하나는 사막이나 산속에 작은 집 하나 마련하는 일입니다.


김: 그 어느 필드보다 영화 쪽은 터프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 이건 노코멘트로… 하하하! 전 다행히 마음이 열리신 좋은 분들과 함께 일했기에 크게 부담 느낀 일은 없고요. 일이 많아서 몸이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이 삶의 전부가 아니기에 밸런스 맞춰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이: 이제 추워질 때인 것 같은데, 따뜻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고 여유가 된다면 주변 사람들과 길고양이나 강아지들도 둘러보시면서 평안한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Academy Museum Foundation
ⓒAcademy Museum Foundation

  그녀는 인터뷰 후 박물관으로 필자를 초대하여 심한 몸살로 고생하면서도 직접 안내해주었다. 곳곳마다 다니며 설명을 들으니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는 생각이 좀 더 확실해졌다. 그녀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해 주었던 곳 이외에도 아카데미 박물관에는 30,000제곱피트에 달하는 핵심 전시관들이 있었다. 영화의 이야기(Stories of Cinema), 지브리 스튜디오를 다루는 북미 최초의 박물관 회고전, 오스카® 체험(The Oscars® Experience)은 관람객들이 돌비 극장 무대에 올라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순간을 몰입형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상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영화의 이야기’는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의 핵심 전시로, 관람객들은 복잡한 전 세계 영화 역사를 기리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30,000제곱피트가 넘는 규모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영화 제작의 역사, 예술, 과학 등을 총망라하여 세 개 층에 나누어져 선보이고 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전시 공간에서 방문객들은 영화 이미지, 사운드, 소품, 의상, 각본, 포스터, 프로덕션 및 의상 디자인 드로잉, 매트 페인팅, 사진, 백드롭, 애니메이션 셀, 인형, 모형 및 그 외 다양한 전시품을 충분히 즐기도록 도와준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2012년 개관 전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고 2020년 11월 목표액인 3억 8,800만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개관 후 새로운 기금, 프로그래밍, 운영, 자본 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은 현재 계획 중이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재원을 들여서 마침내 모습을 보인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단번에 LA의 명물이자 미국 문화, 예술, 영화계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향후 그들이 기획하여 만들고 선보이게 될 전시와 영화 등을 한껏 들뜬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크고 작은 업체들의 투자와 기부, 그리고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 들이 결국 이곳을 방문하게 될 많은 이들의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영화 속에서 영화를 꿈꾸며 쉼 없이 달리고 있는 이혜성 영화프로그램코디네이터의 꿈도 영화처럼 펼쳐지기를 소망해본다.

김준철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과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가 있음. 현 미주문인협회 회장 겸 출판편집국장. 《쿨투라》 미주지사장 겸 특파원. junc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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