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 참관기] 프랑크푸르트에서 체감한 한류와 쿨투라의 비전: The 73rd Frankfurter Buchmesse
[제73회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 참관기] 프랑크푸르트에서 체감한 한류와 쿨투라의 비전: The 73rd Frankfurter Buchmesse
  • 손정순(본지 편집인),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1.12.0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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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3회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가 지난 10월 19일 개막식과 함께 10월 20일부터 10월 24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도서박람회는 올해의 주요 도서업계 행사 중 처음으로 대면으로 진행되었는데 105개국에서 36,000명의 업계 종사자와 85개국 375,000명의 일반 방문객, 39개국의 2,500여 명의 미디어 담당자가 박람회를 찾았다.

  한류(Korean Wave) 열풍에 힘입어 K-매거진의 위상을 제고하는 본지는, 해외수출번역지원사업에 선정된 월간 《쿨투라》의 콘텐츠 수출과 홍보를 위해 발행인과 에디터가 함께 참가했다.

  5일간의 박람회에서 쿨투라는 수많은 해외독자들을 만나며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글을 떠듬떠듬 읽고, 한국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는 해외독자들을 보며, 한류는 이제 세계인들의 마음 속 깊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본지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 이슈들을 해외 바이어와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지면 교환과 MOU 체결은 물론 해외수출 사업을 통해 상생의 길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류를 뜨겁게 체감했던 2021년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 전 일정을 리뷰한다. - 편집자 주

  박람회 준비와 출발

  평소의 발행 예정일보다 조금 일찍 쿨투라 2021년 11월호를 발행했다.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K-Culture, 그 중심에 자리한 세계적인 아티스트 ‘BTS’가 테마이다. 잡지 전시용으로 10월호를 미리 보냈지만, 따끈한 신간을 23kg씩 200여 권 포장했다. 그리고 신간 잡지 배너와 포스터 및 홍보자료도 챙겼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영문 백신 접종 증명서와 국제운전면허증, 도서박람회 출입증 등을 재차 확인하고 인천공항에서 19일 00시 55분에 출발하는 암스테르담행 KLM 비행기에 올랐다.

  출발 비행기에 탑승하니 여전한 팬데믹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다. 탑승객이 거의 없어 한 줄에 한 명이 앉아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기내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11시간 반의 비행 끝에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시각 5시 반의 이른 아침이었지만 네덜란드 공항은 활기찼다. 튤립 가득한 아름다운 꽃집과 허기를 달래줄 카페테리아는 여행객으로 붐볐다. 팬데믹 상황이라는 느낌보다는 자유로운 일상의 풍경이었다. 미디어를 통해 듣던 대로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먼저 일상으로의 회복 단계로 돌입하고 있었다.

  커피와 바게뜨로 간단히 요기하고 8시 25분에 출발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는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외국어 소리에 이제 정말 해외에 출장온 느낌이 들었다. 기내에서 제공한 맛있는 커피와 애플파이 또한 이번 박람회와 취재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1시간의 짧은 비행 끝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렌터카 회사에부터 시작된 한류

  유럽의 대표적인 허브공항답게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은 정말 복잡했다. 워낙 노선이 다양하고 이동 인구도 많다 보니 큰 짐을 여럿 부친 우리는 짐을 찾는 데만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짐을 찾고 공항 내 예약한 렌터카 회사 SIXT를 찾아갔다. 도서박람회가 20일부터 진행되어 차량을 20일부터 예약했기에 오늘 하루를 더 추가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최근에 〈오징어 게임〉을 봤다며 담당 직원이 무척 반가워했다. 그런데 하루 추가 비용이 800유로가 넘었다. 너무나 비싸서 돌아서려는데 직원이 큰 소리로 다시 불러세웠다. 이번에 〈오징어 게임〉을 보고 한류 찐팬이 됐다며, 본인 재량으로 특별히 할인해주겠다는 것이다. 유럽, 아니 그것도 독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믿기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오징이 게임〉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고, 추가 금액을 할인 받아 계획했던 예산대로 렌트 비용을 지불했다.

  배정받은 차량은 2,000km도 달리지 않은 깨끗한 새 차였다. 트렁크와 뒷좌석에 가득 책 짐을 싣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을 나섰다. 호텔에 들러 빠르게 체크인만 한 뒤, 서둘러 개막식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박람회장으로 향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 개막식과 기자회견

  프랑크푸르트 메세는 호텔에서 자동차로 7분 거리이다. 발열 체크를 하고 발급받은 주차증과 백신 접종증명서를 보여준 뒤 다시 확인증을 받아야 박람회장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곧바로 예약한 이름과 ID를 보여주고 개막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Re:connect–Back to Business”라는 슬로건 아래 80여 개국 2,000여 개의 기업과 300여 명의 세계적인 작가들, 그리고 전 세계의 매체들이 이번 제73회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를 찾았다.

  개막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의 위르겐 보스 집행위원장은 “대면 교류에 대한 욕구가 전 세계의 도서 및 출판 산업을 다시 한번 프랑크푸르트로 모이게 했다”며 올해의 슬로건의 의미를 밝혔다. 그러나 “‘비즈니스로 돌아가기Back to Business’가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다Back to Normal’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올해의 행사를 기점으로 책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넓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새롭게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뵈르센베린Börsenverein(독일 출판 및 서점협회)의 카린 슈미트-프리드리히Karin Schmidt-Friderichs 회장은 “팬데믹은 역사상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였으며, 뵈르센베린은 어려운 지금의 시기에도 출판사, 서점 및 도서 물류 회사가 독자와 가까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가 열릴 수 있도록 NEUSTART KULTUR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한 모니카 그뤼터스 독일 문화부 장관은 “도서 산업을 살리기 위해 창의력과 에너지를 쏟는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팬데믹으로 큰 고통을 겪은 출판 업계에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가 새로운 성공의 장을 열기를 바란다”는 염원을 밝혔다.

  개막 기념 기자회견 후, 6홀에 위치한 한국잡지협회 부스로 갔다. 6홀은 영미권과 아시아권이 집중된 전시장으로, 올해의 주빈국인 캐나다 메인 부스와 한국에서 온 부스 몇 개가 이곳에 있다. 아쉽게도 올해에는 한국관 자체는 설치되지 않았다. 전시장 곳곳은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출판, 잡지 관계자들의 부스 설치로 분주했고, 우리 또한 직접 싣고 온 신간 잡지와 도서를 추가로 진열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박람회 첫날

  박람회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전시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개인 티켓 소지는 물론, ‘3G 룰’을 따라야 했다. 독일에서 시행하는 3G 룰은 ‘geimpft, getestet, genese’의 약자로, 백신을 접종하였거나, 음성확인을 받았거나, 코로나 감염 후 회복되었음을 증명한 사람만이 공공장소에 입장할 수 있음을 뜻한다. 

  미리 준비한 티켓과 증명서로 메인 게이트를 통과하고, 4홀 전시장 옥상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안내를 받았다. 4홀을 나와 바로 옆의 6홀 전시장으로 들어서자 올해 주빈국인 캐나다관이 바로 보였다. 물, 산, 빛, 토양 등 캐나다의 풍경을 담은 부스는 멀리서도 캐나다관을 한눈에 포착하게 했다. 그 뒤엔 일본관이 있고 옆의 중국관을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한국잡지협회에서 주관하는 매거진 부스가 나온다. 

  매거진 부스에는 한국잡지협회 백종운 회장, 손정순 부회장을 비롯한 조연갑 사무총장과 박재영 과장이 현지통역과 함께 참여하여 매거진의 세계화를 위해 열정을 쏟았다. 예년보다 전시 부스 수와 방문객은 줄었지만 2년 만에 열리는 박람회에 대한 기대감과 열정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특히 〈오징어 게임〉으로 한층 더 부풀어 오른 한류 열풍은 문화잡지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졌고, 《쿨투라》에서 설치한 11월 ‘BTS’ 테마 배너는 포토존을 방불케 했다. 

  한글을 배우고 있다며 한글을 한 자 한 자 읽어보는 외국인들, 한국 문화를 좋아해서 한국으로 꼭 유학 가고 싶다는 현지인, 전시 마지막 날 판매한다고 공지했지만 BTS 팬이라며 11월 잡지를 한 권만 구입하고 싶다고 조르는 아미들 무리, 한국 웹툰과 일러스트, 한국 미술에 관심 있다며 표지그림을 설명해달라는 이탈리아 바이어, 콘텐츠를 맞교환하고 싶다는 프랑스와 캐나다를 비롯한 수많은 잡지인들… K-팝, K-드라마, K-무비, K-아트 등 첫날부터 시작된 해외 방문객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은 기대 이상으로 뭉클했다.

  이튿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5일간의 박람회에서 본지는 수많은 해외독자들을 만나며 놀라운 경험을 했다. 또박또박 한글 텍스트를 읽고, 한국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는 해외독자들을 보며, 한류는 이제 세계인들의 마음 속 깊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본지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 이슈들을 해외 바이어와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지면 교환과 MOU 체결은 물론 해외수출 사업을 통해 상생의 길을 마련할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잡지 기증식과 간담회

  20일 오후에는 주) 프랑크푸르트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잡지 기증식을 가졌다. 사)한국잡지협회는 해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 참여하여 회원사들의 잡지를 전시 홍보해 왔으며, 전시 마지막 날에는 한국인 자녀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화 교육에 기여하고자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에 300여 종의 잡지를 기증해왔다. 이날 잡지 기증식에 참석한 금창록 총영사와 박성인 영사는 잡지협회 백종운 회장, 손정순 부회장을 비롯한 조연갑 사무총장과 직원들을 따스하게 맞이해주었다.

  상견 티타임에서도 자연스럽게 세계를 제패한 〈오징어 게임〉 이야기가 이어졌다.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도 자주 참가하는 본지는, 201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가 매진되고 특히 〈국제시장〉을 관람할 때 외국인들이 훌쩍이며 문화를 공감하는 것을 보며, 달라진 한국문화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고 얘기하자 금창록 총영사는 자신도 “201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국제시장〉을 보며 울컥했던 관객 중 한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았을 때 한국문학이 독일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한국드라마, 한국영화 등 한국의 모든 문화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금창록 총영사는 “〈오징어 게임〉은 타문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독일에서도 시청율 1위를 기록해서 놀랐다”며 “독일에서 오랫동안 외교활동을 해왔지만 지금처럼 한류를 깊게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문화가 세계에서 인기를 얻음으로써 독일에서도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고, 방역과 윤리 의식 등 선진화된 한국을 배우자는 독일매체의 기획들이 방송미디어에도 연일 제작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한류의 파급 효과로 조금 들뜬, 기분 좋은 총영사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캐나다의 밤
ⓒ캐나다의 밤

  올해 주빈국 “캐나다의 밤Canada Night” 선보여

  앞서 언급한 대로 올해 주빈국은 캐나다이다. 캐나다는 원래 2020년 주빈국이었지만 팬데믹으로 작년 행사가 미뤄져 올해 주빈국으로 참여했다.

  캐나다 주빈국 부스를 찾은 에디터에게 안내 직원은 이날 오후 여덟 시에 예정된 “캐나다의 밤”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었다. 이번 주빈국 프로그램은 ‘Singular Pluraliy’를 주제로 언어와 문화, 정치 및 사회적 문제, 공간과 영토, 어린이와 청소년 문학, 여성 문학, LGBTQ2 관점과 환경 문제 등을 다루고 있으며, 마이클 크러미Michael Crummey, 미셸 장Michel Jean, 대니 라페리에르Danny Laferrière, 캐서린 마브리카키스Catherine Mavrikakis, 폴 시스쿼시스Paul Seesequasis, 비벡 슈라야Vivek Shraya, 킴 투이Kim Thúy, 낸시 보Nancy Vo 등 캐나다를 대표하는 8명의 문인을 포함한 총 60명의 캐나다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한다는 것이다.

  직원의 안내를 기억하고 있다가 저녁을 먹고 “캐나다의 밤”을 찾았다. 행사는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ISKWE와 세계적인 후프 댄서 Dallas Arcand, 이누이트 소프라노 Deantha Edmunds의 축하무대로 시작되었다. 후끈 달궈진 무대에 뒤이어 캐나다 총독 메리 사이먼Mary may Simon의 축사가 이어졌고, 이후 캐나다의 유명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토론의 장이 열렸다. 이날의 토론 주제는 “캐나다의 토착 언어와 문화를 어떻게 보존하고 지킬 것인가”, “캐나다의 지리적·문화적 특징을 다루다”, “캐나다 문학과 여성문학, 그리고 각각의 나아갈 길” 총 세 가지였다.

  열띤 분위기 속에서 이날 토론은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삶을 살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캐나다의 밤”은 종료되었다.

ⓒGuest of Honour Spain 2022 기자간담회
ⓒGuest of Honour Spain 2022 기자간담회

  Guest of Honour Spain 2022

  도서박람회 2일차인 21일 오전 10시에는 페스티벌 홀에서 내년 주빈국인 스페인 주최 기자간담회 ‘Guest of Honor Spain 2022’가 열렸다. 본지는 행사 시작 전 위르겐 보스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게스트들과 함께 페스티벌 홀로 이동하며 73회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와 한국문화에 대한 유쾌한 대화를 나누었다.

  보스 위원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에서 출판인들이 대거 불참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 한국문화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잡지 《쿨투라》가 도서박람회를 찾아준 점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페스티벌 홀에 도착한 보스 위원장은 《쿨투라》를 안고 본지 발행인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조명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다른 빛깔을 뿜어내는 페스티벌 홀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웅장하면서도 현대적인 원형돔으로 천장을 장식한 건축물이었다.

  기자간담회가 시작되고 무대에 선 보스 위원장은 박람회가 연기되는 동안 2년 연속 주빈국 자격을 보유한 캐나다, 그리고 함께 1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준 22년의 주빈국 스페인에게 감사를 전했다. 다음으로 미켈 이세타Miquel Iceta Llorens 문화체육부 장관의 축사가 이어졌다. 미켈 이세타 장관은 “전 세계에 스페인 문학을 전파하기 위해, 번역을 추진하는 것이 문화체육부의 공약”이라며 “국경을 넘어 스페인의 책이 전 세계에 닿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선언했다. 이어 마리아 호세 갈베즈Maria José Gálvez 스페인 문화체육부 도서 홍보 국장은 “30년 만에 다시 프랑크푸르트에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만큼, 세계에 창을 열고 스페인 문화와 문학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취재진에게는 주최 측에서 보도자료를 담은 에코백을 하나씩 제공했다. 그 안에는 스페인 부채와 기념품들도 함께 담겨있었다. 내년 주빈국 행사에 쏟는 스페인 정부의 정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박람회장과 다양한 전시부스들

  박람회 3-4일차에는 부스를 지키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 우리 전시관 내 다른 부스는 물론 타 전시관들의 부스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올해 한국에서는 한국잡지협회와 한국인쇄협회가 도서박람회에 공식 참여했다. 그리고 월간 《건축세계》와 도서출판 아키랩이 공동 부스를 마련하여 프랑크푸르트를 찾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의 주관 아래 마련된 17개의 에듀·테크 기업의 연합 부스는 한국 파견 인력 없이 현지 통역을 통해 부스를 만들고 전시했다. 이처럼 출판협회가 불참한 2021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의 한국 출판인 참여는 거의 전멸에 가까웠다.

  한국인쇄협회는 부스에 구텐베르크보다 80년 앞선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심경)을 내세워 나름의 한국인쇄술을 홍보한 것은 의미가 있었지만 방문객들의 드나듦이 적은 6홀 전시장의 맨 위쪽에 부스가 설치되어 아쉬웠다.

  6홀 전시장 중심에는 원목 리빙 컨셉으로 전시 부스를 만든 대만관이 눈에 띈다. 주방의 나무서랍을 열면 다양한 리빙 관련 책들을 펼쳐볼 수 있는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 기획으로 호기심을 유발했다. 일본 출판협회에서 설치한 일본관은 영상스크린을 설치하여 그들이 세계 최고라 자랑하는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스크린에 비친 유명 애니메이션 영상 속 캐릭터 코스튬을 입은 채 방문객을 맞는 일본관은 일반 관람객을 받는 4일차, 5일차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6홀을 나와 중앙광장을 걸었다. 광장 중앙의 작은 무대를 중심으로 푸드트럭과 사인 부스 등이 펼쳐져 있어 길게 줄지어선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옆에는 이목을 끄는 대형 아스테릭스 캐릭터 풍선이 있었고, 이곳 주변에는 좋아하는 캐릭터의 코스튬을 입고 온 방문객들이 모여 하나의 포토존을 형성하고 있었다. 건축 관련 책들이 전시된 3홀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3홀의 분위기는 6홀의 분위기와 자못 달랐다. 다양한 건축 인테리어로 장식된 부스들 사이로 방문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으며, 지금이 팬데믹 상황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그리고 유럽관인 4홀은 곳곳에 카페와 스낵코너는 물론 힐링을 겸할 수 있는 공간들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북카페라고 할까? 개성 넘치는 부스가 설치된 공간을 구경하다보니 저녁이 다가오고 조명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이 또한 놓치기 아까운 매혹적인 풍경이었다.

  스페인에 게스트스크롤을 넘겨주다

  10월 24일 일요일,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의 마지막 날이다. 오전부터 많은 부스들이 전시품을 철거하고 본국으로 떠났다. 한국잡지협회도 매거진부스에 전시한 잡지들을 포장하여 총영사관에 기증하고 부스를 떠났다. 썰렁해진 부스가 되었지만 본지는 포개놓은 과월호와 최근호, 그리고 문화 관련 도서들을 펼쳐놓고 판매를 시작했다. 마지막 날 구입하러 오겠다고 사전 예약한 해외독자와 바이어들을 비롯하여, 묻고 또 물어 겨우 한국부스를 찾아온 현지 거주 한국 방문객들은 서둘러 잡지를 구입했다. 1인 1권으로 판매를 제한했지만 항공사에 근무한다는 한 승무원은 “해마다 도서박람회에 참석하여 한국책을 많이 구입하는데 올해는 한국 출판사들이 거의 오지 않아 책을 한권도 구입하지 못했다”며 제발 1권만 더 구입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우리는 제품이 깨끗하지 않아 판매 보류한 마지막 과월호 잡지 1권을 그녀에게 선물했다. 전시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잡지와 도서가 판매되었다.

  우리는 5일간의 정든 부스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늦은 점심 식사 후 전체 도서박람회장을 한 바퀴 돌았다. 미리 예약한 영미도서와 디자인 책 등 필요한 외국서적을 구입한 후 오후 4시 박람회장 페스티벌홀에서 진행되는 폐막 행사에 참여했다.

  주빈국 캐나다를 대표하는 캐롤라인 포르틴Caroline Fortin 의장은 스페인 문화체육부 도서 홍보 국장 마리아 호세 갈베즈에게 게스트스크롤GuestScroll을 넘겨주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는 폐막식날 당해의 주빈국이 차기 주빈국에게 게스트스크롤을 넘겨주는 전통이 있는데, 게스트스크롤에는 매년 차기 주빈국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짧게 새겨 추가한다. 지난 2019년 폐막행사에서는 캐나다의 조르젯 르블랑Georgette Leblanc의 시가 추가되었고, 올해에는 스페인의 안토니오 가모네다, 아나 마리아 마투테, 마리아 잠브라노의 문장이 추가되었다. 세 작가 모두 스페인어권 문학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한 최고의 작가들이다.

  포르틴 의장은 주빈국으로 일한 지난 2년의 시기를 되돌아보며, “2년 전 계획한 대로 국제 출판 산업을 놀라게 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며 “도서박람회 사상 최초로 가상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보다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던 캐나다의 올해 박람회 개최는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팬데믹이 책에서 멀어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집에서 더 자주 책을 읽었으며,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관점을 넓히고, 새로운 세계를 열고, 우리에게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줄 수 있었다. 책이야말로 더 많은 용기와 희망과 아름다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73회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장에서 배웠다.

  제74회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는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여 보다 아름다운 K-매거진 쿨투라 부스를 세계에 선보이고 싶다.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쿨투라》 2021년 12월호(통권 9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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