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한국의, 미국의, 호랑이의, 별의! 빛나는 하이브리드: 테이 켈러Tae Keller
[INTERVIEW] 한국의, 미국의, 호랑이의, 별의! 빛나는 하이브리드: 테이 켈러Tae Keller
  • 양가영(문학박사)
  • 승인 2022.01.01 0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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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속담에서부터, 호랑이를 그린 민화, 호랑이를 잡기 위해 많은 제도와 자원을 동원했다는 역사 등, 한국 문화의 많은 영역에, 조선시대까지도 한반도를 호령했던 호랑이들의 무수한 흔적이 남아 있다. 특히, 호랑이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들은 그중에서도 다양하여서 다기한 빛을 발하는데, 이 이야기들이 오랜 시간을 관통하고 현재와 접속하는 하이브리드로 살아나고 있어 임인년의 벽두에 더욱 이목을 끈다. 놀랍게도 미국에서도! 청소년 문학 작가인 테이 캘러의 작품은 그중에도 단연 빛나는 하이브리드로 저 멀리서 반짝이고 있다. BTS와 〈오징어 게임〉 등으로 질주하는 한류가 반갑기도 하지만 쉬 사라질 상업적인 거품이 아닐까 하는 불안을 갖게 할 때, 문학이 한 줄기의 선명하고 아름다운 빛으로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테이 켈러는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돌베개, 2021)로 번역된 『When You Trap a Tiger』(Random House Children’s Books, 2020)로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하였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해님 달님 이야기”의 서사가 미국의 한인 자매의 이야기로 변신하고,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서 호랑이를 덫에 가두어야 하는 모험으로 퍼져나간다. 이야기를 가둔 유리병과 호랑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주인공인 릴리가 만드는 이야기에서 다시 살아나고 별이 되어 반짝인다. 청소년기 아이의 섬세한 감각과 감정, 그리고 순수하게 분출되는 상상력들이 너무나 놀라운 소설이다. 여러 세대와 역사를 관통하는 호랑이와, 한국과 미국, 이성과 무속, 문명과 자연, 인간과 신의 경계를 흩트리는 반짝이는 별빛들이 내내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은 이국과 이종의, 섬세한 문장의 하이브리드다. 한국 문학의 초국적이고 탈경계적인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며, 한류의 가속과 치우침을 경계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하와이 호놀룰루의 한인 사회에서 태어나서 한국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테이켈러의 성장의 과정이 이러한 놀라운 상상력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이전의 인터뷰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자신이 한국의 이야기를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과 같이 쓰게 된 것은 자신의 한국의 유산들을 더욱 접하고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이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독자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무척 기쁘다는 뜻을 전했다. 호랑이를 이야기와 별빛으로 변신하게 한 테이 켈러를 만나보자.

인터뷰가 시간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진행되어 아쉬운 점이 많지만, 테이 켈러의 혼종적 상상의 작품 세계를 최대한 전달해드리고자 한다.

ⓒTae Keller

조금 늦었지만, 먼저 뉴베리 상을 축하드려요. 상을 받으실 때 어떤 기분이셨을까요?

친절한 축하에 감사드려요.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완전히 초현실적인 꿈처럼 느껴져서 뉴베리 심사 위원회에 “확실해요? 정말이에요?” 라고 계속 되물었어요.

수상을 실감하면서 부터는, 감사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제 이야기를 사랑해준 독자들께, 그리고 지금까지 항상 저를 지지해준 제 가족들에게 감사했어요. 또한,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제가 들은 옛날 이야기들, 제 부모님과 돌아가신 조부모님께서 들려주신 가족들의 이야기들에게 감사했어요. 그 이야기들이 오늘의 저를 작가로 만들었어요.

릴리의 감각과 감정 그리고 갈등의 서술에서 섬세하고 독특한 문장들이 돋보였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와 같은 문장과 상상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야기를 쓰는 동안 내 어렸을 때의 기억, 특히 제가 자란 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나의 집에 대한 기억이 내가 그 기억을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는 제 감정의 모양에 따라 제가 갖고 있는 집의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아이디어들을 때때로는 말 글대로 제 소설 속에 넣어 두고 싶었어요.

저는 아이들이 세상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아이들은 항상 호기심과 갖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려고 안달이 나 있어요. 그리고 그들은 항상 질문해요. “이건 어떻게 움직여요? 왜 이렇게 되었어요?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요?” 그들은 삶이 경이로 가득 차 있음을 되새기게 해줘요, 그리고 세상에 대한 궁금증은 항상 제 상상력이 폭발하도록 자극을 줘요.

소설의 결말이 특히 인상적인데, 한국의 어두운 역사를 우회적으로 암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어떻게 알게 되셨을까요?

처음에는, 저희 어머니의 소설 『위안부』를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너무나 어두운 역사여서 고등학교 때까지 그 책을 읽을 수 없었어요. 그리고 그 책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어머니와 그 역사에 대해서 아주 긴 대화를 했어요.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을 쓸 때, 그 역사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었고, 호랑이 이야기에서 그 역사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 책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소설이기 때문에 너무 깊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러나 그 과거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현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역사를 담고 싶었어요.

저자의 글에서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당신이 상상했던 것이 우연히 한국의 현실이나 사실과 연결되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대단히 놀랐다고 말해주었어요. 이것에 대해서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테이 켈러는 저자의 글에서 “해님, 달님 이야기” 외에도 “단군 신화”의 호랑이가 이 소설과 연관이 되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작가는 “단군 신화”를 들은 적이 없다. 단지 호랑이와 같은 문명 외부의 자유를 상상한 것인데, 이 상상이 “단군 신화”의 100일을 참지 못한 호랑이의 캐릭터와 유사함을 발견하고 놀랬다고 한다.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을 쓰는 동안, 내가 왜 이것을 쓰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쓰게되는 어떤 것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한 이야기들이 제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나 역사와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이후에 발견했어요. 이런 순간들은 나에게 마치 마법과 같았고, 그 이야기들이 나보다 더 크게 느껴졌고, 나는 단지 그 큰 것에 조금 연결되는 것, 들어가서 들여다보고 일부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당신이 나고 자란 하와이의 한국 사회에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적어서, 다행히 차별을 경험하지 않은 편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생각할 때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나,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꼭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에서 한국인 차별의 문제가 주요하게 다루어지고있어 던지게 된 질문입니다.)

하와이에는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 한국계 미국인, 이종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있고, 저는 항상 그러한 환경 속에 있었어요. 그러나 미국의 본토로 왔을 때, 상황은 모두 달라졌어요. 아시아계 미국인도, 이종 아시아계 미국인도 많지 않았어요. 제가 제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여러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아시아계, 한국계, 이종 아시아계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자신과 같은 아시아계를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스스로를 외롭게 고립되어있다거나 “괴상하다”고 느낀다고 저에게 이야기했어요. 저는 이런 아이들이 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기를 바라요. 그들의 정체성은 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아주 멋진 것이라고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아시아계, 한국계, 그리고 이종 아시아계임을, 그들이 기꺼이 포옹할 수 있는 사실, 그리고 축하할 사실로 알게 되기를 바라요.

한국의 문화에 대해 혹시 특히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이 책을 쓰는 동안, 저에게 가장 큰 의미를 가졌던 과정은 한국의 민담과 역사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 것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쓰는 중에 저는 한국과 더욱 연결되었고,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더욱 알게되면서 조금 더 완전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는 듯 느껴졌어요. 특히, 저는 한국의 현대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주요한 성공들은 한국인과 미국인이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보여줬어요. 자본주의와 불평등 그리고 변화에 대한 질문들이요. 한국의 예술가들이 현 이슈들을 다루는 방법들에 미국인들은 정말로 크게 반응했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의 문화가 비슷한 점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문화가 서로 달라지는 점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지금 애플 티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이민진의 『빠칭코』 처럼 한국계 미국인들의 의미 있는 소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소설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아요.

저는 그 소설들을 사랑합니다. 다른 한국계 미국인들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마치 집으로 가서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이 표현 외에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 작품들을 읽은 때 정말 편안하고 가족적인 것들을 느껴요. 저는 특히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아동 문학을 좋아해요. 항상 멋진 작품을 쓰는 린다 수박, 그리고 엔런 오, 제시카 김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작가들이요!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과 연관된 이야기를 더 쓰고 싶으세요?(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묻게 된 질물이다.)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많은 독자들이 저에게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의 후속편을 쓸 것이냐고 물어왔는데요, 저는 항상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대답했어요. 지금 당장은 후속편을 쓰고 있지 않지만, 하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겠어요. 저는 중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저는 이 또래의 아이들을 위해서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해요.

내년에 곧 출판될 『첸은 혼자가 아니야』 Chan Is Not Alone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려요.

이 책을 소개하게 되어서 무척 기쁘군요. 이 이야기는 집단 괴롭힘, 속죄, 용서,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 이야기는 또한,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저는 중학생들의 우정에 대한 이 작은 이야기에 우주에 대한 커다란 질문을 씨실 날실로 짜넣는 것이 대단히 재미있었어요.

"테이 켈러"의 가족
테이 켈러 가족

질문을 할수록 더 묻고 싶은 질문들이 꼬리를 이어서 인터뷰를 마치기가 무척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에 흐르고 있는 별빛의 상상력이 아이와 같은 끝을 모르는 호기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소중한 발견에 이를 수 있었으며, 작가님의 순수한 상상력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촉박한 일정에도 기꺼이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테이 켈러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작가님의 놀랍고 멋진 상상력들이 호랑이를 비롯한 많은 한국의 오랜 이야기들을 더욱 빛나는 하이브리드로 불러오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양가영
현대문학 박사, 공주 대학교 강사. 백민석의 소설을 후기 구조주의와 막스 뤼튀의 민담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하여 박사 과정을 마치고, 80-90년대 문화 연구와 해외 한국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쿨투라》 2022년 1월호(통권 9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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