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배려와 사랑의 열기로 가득했던 날들
[INTERVIEW] 배려와 사랑의 열기로 가득했던 날들
  • 김준철(미주문인협회 회장, 본지 미주특파원)
  • 승인 2022.01.05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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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에게는 식상하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세’라는 말보다 이들을 표현할 적확한 단어는 없는 것 같다.

  2018년 9월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 공연 후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래 기다린 팬들을 위해 그들은‘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라는 이름을 걸고 돌아왔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에서 2021년 11월 28~29일, 12월 1~2일 4회 공연을 했던 것이다.

  공연 첫날 필자는 공연장을 찾아갔었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지만 공연장 주변은 이미 ARMY로 가득 차 있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과 BTS 굿즈를 파는 간이 상점들로인해 그야말로 축제의 공간이 되었다. 사람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기대와 기쁨으로 빛났다. 코로나로 인해 제한되었던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선물 같은 공연이어서 더욱 설렜을 것이다.

 

KKAP 깝 UCI 댄스그룹팀 공연
KKAP 깝 UCI 댄스그룹팀과 함께
KKAP 깝 UCI 댄스그룹팀과 함께

  모든 것을 넘어선 BTS의 인기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음악, 혹은 맴버들에 대한 팬덤을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를 거기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화합과 배려, 사랑과 존중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친구들, 회사 동료들, 아이와 부모, 선생과 제자, 동네 이웃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BTS이라는 하나의 에너지로 그곳에 모여 있었다.

  사실 공연이 있기 며칠 전부터 LA는 BTS로 들썩였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언론과 사람들이 주목했고 공연장 인근을 포함한 LA 한인타운의 숙박률은 30퍼센트 이상 올라갔으며 그들이 언급했던 한인 식당들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번 콘서트 티켓은 18만 8,000장이 선 예매로 판매되었으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이후 제한석 예매까지 합하면 실제 관객 수는 약 20만 명에 달한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티켓은 좌석 등급에 따라 75~450달러로 판매됐는데, 리셀 티켓은 가격이 치솟으면서 온라인 티켓 판매 업체에서 1만 달러가 훌쩍 넘게 책정되어 올라오기도 했다.

  공연이 열렸던 소파이 스타디움은 최대 10만 명을 수용하는 대형 경기장으로, 내년 슈퍼볼과 2028년 로스앤젤레스 하계 올림픽의 개·폐막식이 예정된 곳이다. 내년 4월에는 BTS과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를 협업한 세계적인 밴드 ‘콜드 플레이’의 콘서트가 예정되어있기도 하다.

  공연장 주변에서 만난 LA 시다스-시나이 메디컬 센터(Cedars-Sinai Medical Center)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캐시(60)는 BTS 모자로 장식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나는 ARMY입니다. 그것이 자랑스럽고, 삶에 새로운 열정을 채워주고 있어요. 이미 오래전부터 ARMY였고 지난번 스테이플스 센터 공연도 갔었지만, 이번 공연은 더욱 기다려집니다.”라고 말하며 그들이 최고라는 애교 섞인 자랑도 했다.

  공연을 기다리는 이들은 지루할 틈이 없어 보였다. 서로가 가진 BTS 사진을 교환하기도 하고 나눠주기도 했으며, 굿즈를 사느라 바빴다. 인파를 뚫고 지나가다가 엄청난 함성과 박수 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혹시 BTS가 나타났나 하는 마음에 급히 소리나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쪽 광장에 많은 사람이 큰 공간을 만들고 둘러 서 있었다. 그곳에서는 소위 커버댄스를 추는 각 학교의 그룹들이 모여 BTS의 춤과 노래를 따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단순히 팬으로서의 열정이라기에는 매우 진지하고 집중도 있는 하나하나의 공연이었다.

  십여 명의 학생들이 음악과 의상, 안무까지 완벽하게 소화하여 공연했고 주변을 메운 모든 이들은 BTS 공연을 보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한 학교의 공연이 끝나고 그들 중 한 명에게 다가가 간단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김준철(이하 준): 안녕하세요? 방금 보여주셨던 공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미카엘라 소리아노(이하 미카엘라): 네, 저는 미카엘라 소리아노(Micaela Soriano)입니다. 저희는 학교별로 커버댄스를 하는 동아리에서 나왔어요. 댄스팀 이름은 KKAP이고,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KKAP은 2011년에 설립되었으며 Konnect K-Pop Aspiring Performers의 약자입니다. 저희 팀에는 K-Pop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고자 하는 많은 학생과 개인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준: 학교 그룹은 몇 명이나 활동하나요?
  미카엘라: 대략 200명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준: 모두 ARMY인가요?
  미카엘라: 네, 거의 다 ARMY입니다.

  준: 미카엘라 양은 언제부터 ARMY였나요?
  미카엘라: BTS 데뷔 때부터 ARMY였어요.

  준: 그럼 이전에도 BTS 공연에 다녀오신 적이 있나요?
  미카엘라: 물론이죠. 저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한 BTS의 모든 콘서트에 갔었고, 이번 Permission to Dance 콘서트는 이전 콘서트만큼 좋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어요.

  그녀는 공연이 끝난 후, 사진과 감상평을 보내왔다. 

  “저는 이번 콘서트를 위해 4일 내내 공연장을 찾았는데, 세트부터 공연까지 모든 것이 훌륭했습니다. 실버 및 골드 패키지로 3일 동안 특별한 사운드를 체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BTS는 충분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공연내내 에너지가 넘쳤고 매일 새로운 노래나 색다른 서프라이즈를 ARMY에게 보여줬어요.”

 

  미국 언론들은 2년 만에 대중들과 만난 BTS의 콘서트를 비중 있게 다루며 LA에 최대 35만 명의 팬들이 몰렸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팬들의 대이동은 미국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었다. 

  SNS를 통해 알려진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미국 시카고에서 LA로 향하는 한 비행기 안에서 이륙 직전 기장의 기내 방송이 시작되었는데, 그는 BTS를 언급하며 승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만석이었던 그 비행기는 BTS 공연을 위해 이동하는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이어서 기장이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 화제가 되었다. 기장은 BTS의 곡인 <Dynamite>와 <Butter>를 들려주며 승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기내는 순식간에 간이 콘서트장으로 변했고 이 모습은 26일 이 비행기에 탑승했던 몇몇 이들의 SNS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고등학생인 두 딸과 공연장을 찾은 뉴욕에서 온 로버트(Robert) 씨는 “정말 많은 돈을 들여서 온 가족이 이곳에 왔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또 그만큼 행복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회의를 했고 이번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아내와 저는 여러 모임이나 다른 행사를 취소했죠. 아이들은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아이들은 이 공연에 오기 위해 좋은 성적을 유지하려고 정말 노력했어요.”라고 말하며 행복하게 웃어 보였다. 

  그렇다. 사실 온 가족이 동부에서 BTS 공연을 보기 위해 서부까지 방문하려면 적잖은 경제적 부담을 안아야 한다. 하지만 로버트 씨 가족처럼 모두의 행복을 위해 서로 희생하고 노력하고 즐거움을 누린다면 그 어떤 날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일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에서 온 학생 티티랏 리(Thitirat Lee)는 “처음으로 BTS 공연장을 찾게 되었다”며 “태국의 친구들을 포함한 사람들이 미국에서의 공연을 질투하고 부러워한다”고 전하며 “오늘은 정말 행운의 날”이라고 소리쳤다.

  그녀 역시 공연이 끝난 후 이메일로 사진과 소감을 전해왔다.

  “정말 대단하고 어마어마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라이브였음에도 모든 무대의 에너지가 한 방울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습니다. 저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방콕행 비행기를 탔고 지금 이 글을 방콕에서 쓰고 있습니다. 아직도 BTS가 전해준 감동이 온몸으로 느껴져요. 바로 이어질 그들의 월드투어도 기대하고 있으며 나는 그들이 곧 태국을 방문하기를 바라고 태국 ARMY도 미친 듯 그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꼭 전해주고 싶어요.”

  코로나 팬데믹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나타나며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지만,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을 누리고 즐기는 것도 어쩌면 삶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기에는 서로를 마주하기 위한 배려와 사랑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공연이 끝난 소파이 스타디움은 쓰레기들이 깨끗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된다. 

  이번 공연을 소파이 스타디움으로 결정한 것은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철저히 방역과 백신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입장시키기에 용이한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BTS는 아시안 아티스트로 처음 공연을 하게 되었으며, 최다 티켓 판매 기록과 스타디움과 유튜브 시어터로 동시에 선보인 첫 행사이기도 했다.

  한국의 BTS가 한 도시에서 연 하나의 콘서트가 전 세계인을 모으고 그들을 열광하게 했다. 서로가 상 식적인 선에서 서로의 영역을 지키고 존중한다면 더 많은 즐거움을 오래도록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지혜가 담겨있는 것 같다. 그들이 필자가 사는 도시에서 그 에너지를 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든든하고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

  이제 그들의 공연은 끝났다. 하지만 더 많은 곳에서 우린 그들은 만날 것이고 더 많은 이야기가 회자될 것이다.

김준철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과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가 있음. 현 미주문인협회 회장 겸 출판편집국장. 《쿨투라》 미주 지사장 겸 특파원. junc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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