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기행] 아티스트가 사랑한 유럽의 수도 브뤼셀
[도시 기행] 아티스트가 사랑한 유럽의 수도 브뤼셀
  •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2.01.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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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하고 빈티지한 도시
예술의 언덕
예술의 언덕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전 세계가 다시 ‘멈춤’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일상으로의 복귀(위드 코로나)가 가까워졌다고 믿었던, 지난 해 늦가을, 유럽의 수도로 불리는 브뤼셀을 찾았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공식적으로는 ‘브뤼셀 수도지역(Brussels Capital Region)’으로 불리고 있다. 브뤼셀(Brussels)이란 명칭의 기원은 네덜란드 고어 ‘Bruocsella, Broekzele 혹은 Broeksel’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저지대 습지(bruoc, broek)’와 ‘집(sella, zele, sel)’의 합성어로 ‘습지의 집’이란 의미다.

  브뤼셀 수도지역에는 법적 수도인 브뤼셀시(City of Brussels)와 18개 지방자치 단체가 포함돼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가 있어 유럽의 수도 역할도 한다.

  브뤼셀 초입으로 들어서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힙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도시여서일까. 브뤼셀의 야경은 어둠이 깊어질수록 점점 아름다워졌다. 브뤼셀의 야경을 바라보며 피자와 맥주로 간단히 요기했다. 중앙 광장이 가까운 시내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른 아침부터 시내 투어를 시작했다.

 

보자르 미술관
보자르 미술관

  벨기에 왕립미술관과 마그리트 미술관

  브뤼셀에는 80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지만, 내가 브뤼셀에 온 첫 번째 이유는 브뤼셀에서 나고 자라 뼛속까지 브뤼셀의 시민이었던 마그리트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이다. 나는 중앙역에서 벨기에왕립미술관을 향해 걸었다. 브뤼셀 역사지구에서 왕궁 쪽으로 오르는 길에는 광장과 정원이 펼쳐져 있다. 정원 우측으로는 벨기에 왕립도서관이 있다. 대칭을 이루는 조경과 알베르 1세의 동상, 정원 주변을 둘러싼 현대적인 건물, 계단식 분수와 주변을 오가며 휴식을 취하는 현지인이 한 폭의 액자 속 그림처럼 느껴진다.

  멋진 스카이라인을 완성하는 시청사의 첨탑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다시 위쪽으로 걸었다. 보자르 미술관(BOZAR Museum)과 갤러리 라벤슈타인을 빠르게 둘러보고 나왔다. 도로 왼편으로 1877년 지어진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인 악기 박물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후아알르 광장과 브뤼셀 왕궁과 브뤼셀 공원을 지나 마그리트 미술관,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 도착했다. 입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출입구가 바라보이는 초입 건물벽에 한국어로 ‘벨기에 왕립미술관’이란 글씨가 또렷이 표기되어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반가웠다.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방문하나 보다. 벨기에 왕립미술관은 유럽의 다른 미술관과 달리 입장 전에 백신 접종확인을 아주 꼼꼼하게 확인하며, 오직 유럽에서 인증한 QR코드로만 입장이 가능하다.

  벨기에 왕립미술관은 올드 마스터스 미술관, 마그리트 미술관, 현대 미술관, 세기말 미술관 총 네 곳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디오가이드도 빌릴 수 있는데 한국어도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왕립미술관에는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1525~1569), 로베르캉팽(Robert Campin, 1427~1432), 안토니 판 데이크(Anthony van Dyck, 1599~1641),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밖으로 나오면 우측에 야외 조각공원이 있으니 잠시 산책해보길 권한다.

  그리고 마그리트 박물관은 그 자체로 마그리트의 그림이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마그리트의 정말 유명한 작품 외에도 다양한 그림들을 이곳에서는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마그리트 미술관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신의 그림에 의미부여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 달라”는 것이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황토색 배경에 파이프 하나가 그려져 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파이프다. 그 아래에 한 문장이 쓰여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벨기에 화가로 일컬어지는 르네 마그리트의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그의 작품들은, 그가 시도하는 넌센스는 사람들에게 지적인 충격을 주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200여 점의 마그리트의 회화, 드로잉, 조각 등을 소장한 5층짜리 미술관은 외양도 마치 마그리트의 그림 같다. 그가 살았던 집도 작은 미술관으로 꾸며져 있다.

  마그리트미술관을 나와 브뤼셀 예술의 언덕(Montdes Arts)으로 나와 공원 왼쪽을 보면, 다이내스티 빌딩에서 열리는 <Meet The Masters> 특별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랑드르의 전성기를 이끈 반 에이크 형제와 루벤스, 브뢰헬의 대표작을 디지털 아트로 재현한 이 전시는 현대의 초현실주의 화가가 그린 것처럼 상상력 넘치고 괴기하리만큼 독창적이다.

 

오줌싸개 소년 동상
오줌싸개 소년 동상

  오줌싸개 소년 동상과 주변 가게

  벨기에 수도가 브뤼셀인 것은 깜빡할지라도, 오줌싸개 동상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소년 동상의 키는 고작 61cm이다. 실제로 바라보니 너무나 규모가 작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 년 동안 폭격과 도난 등 수난을 겪으며 브뤼셀을 지킨 오줌싸개 소년 동상은 현지인과 여행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브뤼셀의 상징이다. 팬데믹에도 모여든 수많은 인파가 이를 증빙한다.

  도난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오리지널 동상은 브뤼셀 시립 박물관에 보관돼 있으며, 1954년 이후로는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옷을 차려입어, 오줌싸개 소년의 옷장에는 1,000여 벌의 의상이 있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을 홍보하는 옷을 입고 있었다. 오줌싸게 동상 주변으로 와플 가게, 초콜릿 가게, 기념품 가게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나도 여기서 와플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기념품으로 초콜릿을 구매했다. 와플과 초콜릿, 브뤼셀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 아니겠는가.

  조금 더 걷다보면 오줌싸개 소녀 동상이 있는 부셰 거리가 나온다. ‘맛의 거리’라고 할 만큼 맛집이 늘어서 있는 부셰 거리 한가운데에 1893년부터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홍합 전문 레스토랑 ‘셰 레옹(Chez Leon)’이 있다. 셰 레옹은 ‘레옹의 집’이라는 뜻으로 벨기에 대표 요리인 홍합찜을 비롯해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벨기에보다 오히려 프랑스에 매장이 훨씬 많은 탓에 프랑스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지만, 브뤼셀에 있는 셰 레옹이 오리지널이다. 이곳에서 맛봐야 할 메뉴는 단연 벨기에식 홍합찜이다. 버터와 샐러리로 맛을 낸 기본 메뉴가 벨기에 현지인이 집 밥처럼 즐겨 먹는 레시피 그대로다. 어찌 보면 단순한 요리지만 벨기에 사람들이 겨울철 매서운 바람에 맞서기 위해 먹던 소울 푸드 홍합찜은 벨기에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또한 1846년 건축가 장피에르 클라위세나르(Jean-Pierre Cluysenar)가 지은 쇼핑 아케이드 갤러리 후아얄생튀베르에는 초콜릿 가게, 페이스트리 가게, 고급 기념품 가게, 쥬얼리 샵, 서점, 영화관을 비롯해 예술 극장과 갤러리,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 있다. 클라위세나르가 지은 밀라노의 갈레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파사주와 연작 같은 느낌을 준다. 연중 쇼핑을 즐기고 문화를 향유하기 좋은 이곳은 브뤼셀 시민은 물론 여행자에게도 인기가 높다.

 

맥주박물관에서 클로드와
맥주박물관에서 클로드와

  브뤼셀의 랜드마크 그랑플라스 그리고 맥주박물관

  브뤼셀의 랜드마크 그랑플라스는 시내 중심부에 있는 네모난 광장으로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왕궁, 생 자크(Saint Jacques) 성당, 국회의사당, 아카데미 궁전, 로렌의 찰스 궁전, 에그몬트 궁전 등이 있고, 호화로운 길드하우스와 시청사, 브뤼셀 시립 박물관이 있는 ‘왕의 집(Maison du Rois)’으로 둘러싸여 있다. 11세기 이곳에 시장이 처음으로 들어선 것이 그랑플라스의 시작이다. 이후 점차 육류와 빵, 직물, 도자기 등을 거래하는 곳으로 발전했고, 중세 시대에는 첨탑이 높게 뻗은 고딕 양식의 시청사가 지어질 정도로 브뤼셀 중심 역할을 했다. 당시만 해도 목조 건축물이 대부분이었는데, 1695년 프랑스군의 포격을 맞고 불탄 뒤에는 석조 건축물인 길드 하우스가 들어섰고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지금도 꽃시장이 열리며, 중요한 축제나 행사가 열리는 장으로 쓰인다.

  그리고 이곳에는 벨기에 맥주박물관이 있다. 벨기에 맥주박물관은 벨기에 양조협회인 ‘벨지안 브루어스(Belgian Brewers)’의 건물 지하에 위치한다. 예스러운 느낌의 목조건물에 들어가면 걸을 때마다 바닥과 계단이 삐걱거려 건물이 버텨온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규모가 굉장히 작고, 수제 맥주집 같은 느낌이 든다. 맥주 1잔이 포함된 입장료는 5유로인데 한국에서 취재하러 왔다고 하자 무료로 안내했다. 

  맥주를 뜻하는 말 ‘beer’의 기원은 15세기로 거슬러올라, 당시 ‘마시다drink’는 의미로 사용되던 네덜란드어 ‘bier’에서 유래했다. 맥주를 만드는 기계들과, 영상실, 체험실 등 작은공간에 전시된 엔틱한 기구들이 충분히 특별했다. 벨지안 브루어스는 “건강을 고려하여 마실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맥주는 건강하게 소비된다”를 모토로 삼아 잔잔한 음주 문화를 권한다.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보자 이곳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클로드가 시원한 생맥주를 권했다. 이곳에서는 벨기에 전통 방식의 에일 맥주와 과일 향이 들어간 ‘스페셜’ 맥주를 제공하는데, 두 가지 맥주 모두 아주 훌륭하니 꼭 마셔보기를 권한다. 클로드는 멀리서 온 내게 맥주잔 세트를 선물했고, “코로나가 곧 끝날 테니 그때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건네며 유쾌한 포즈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벨기에 맥주박물관은 브뤼셀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선물 같은 장소다.

  그랑플라스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위치한 ‘라 부티크 땡땡’을 방문하면 에르제가 남긴 그림과 캐릭터 피규어를 구경할 수 있다.

 

아토미움
아토미움

  유럽의회와 아토미움

  구시가지에서 조금 외곽으로 나가면 유럽의회 제 2의사당인 브뤼셀 의회가 보인다. 유럽연합의 하원 역할을 하는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는 현재 제 1의사당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사무국은 룩셈부르크에, 그리고 제2의사당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하고 있다. 본회의가 스트라스부르에서 진행되는데도 브뤼셀을 유럽의 수도라고 칭하는 이유는 본회의 이외의 대부분의 의정활동이 이곳 브뤼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출범 이전부터 브뤼셀은 유럽 공동체 조직의 중심 도시로써 기능하였고 여러 집행 기구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당장 유럽의회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Commission)’가 있는 베를레몽 빌딩이 보인다. 이곳은 유럽연합의 행정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 밖으로 눈을 돌려 라켄 공원길에 들어서면, 은빛 반짝 ‘아토미움(Atomium)’이 나를 반겨준다. 미래에서 온 듯한 이 구조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재개된 만국박람회의 브뤼셀 개최를 기념하며 세워진 아토미움은 철의 원자구조를 1,650억 배 확대하여 표현한 조형물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구에서 구를 오가는 동안 화려한 조명이 번쩍거려 마치 공상과 학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현재는 브뤼셀의 랜드마크이자 브뤼셀 전경을 조망하는 전망대로써 기능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럽의 도시 브뤼셀은 만화로도 유명하다. 어른들의 유머, 인형극장 투네(Toone),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스테릭스를 비롯하여 틴틴(Tintin), 스머프(Smurfs), 가스통(Gaston) 등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캐릭터가 여럿 있다. 도시 전역에서 만화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벽화를 볼 수 있다. ‘만화 덕후’라면 벨기에 왕궁 뒤편에 위치한 벨기에 만화 센터를 들러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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