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오늘의 영화 - 권두언] '아이 캔 스피크'와 '덩케르크' 열세 번째 '오늘의 영화' 최고작 선정
[2018 오늘의 영화 - 권두언] '아이 캔 스피크'와 '덩케르크' 열세 번째 '오늘의 영화' 최고작 선정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18.09.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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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의 어떤 정신에 부합되는 결과…
다른 선정작 18편들도 오늘의 영화로 손색없어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와 <덩케르크>(크리스토퍼 놀란)가 『201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최고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로 최종 선택됐다. “아픈 과거를 침묵 속에 묻어 두었던 한 여성이 청문회에서 위안부로 당했던 아픈 과거를 당당하게 고백하기까지 벌어지는 변화를 웃음과 눈물 속에 풀어내 보”임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뜨거운 감자처럼 작동하는 콘텍스트 속에서” 강렬한 파장을 일으키며 새삼 “침묵 깨기와 연대의 힘”의 소중함을 웅변한 “좋은 영화”(유지나). 그리고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변에서, 도버해협과 독일군 사이에 고립되어 발이 묶인 33만 여명의 연합군이 영국으로 귀환한 역사적 사실”을 여느 “전쟁영화의 장르적 관습을 위반하고, 다른 관점에서 전쟁에 접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다른 방식으로 전쟁영화를 소비하게”하며, 더 나아가 “아이맥스 카메라와 대사의 절제” 등을 통해 “영화의 본질을 체현體現하는 영화”(이채원).

  2018 제9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요시되는) 편집상과 음향상, 음향편집상을 수상한 <덩케르크>가 2017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을 거머쥔 <문라이트>(배리 젠킨스)나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안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케네스 로너건) 등 ‘작은 걸작’을 제치고, 그것도 압도적 우세로, 외국 영화 부문 최우수 영예를 차지했다는 것은 어느 모로는 의외인 감이 없지 않다. 허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을 향한 대한민국 영화식자들의 각별한 팬덤이나,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나 <고지전>(장훈) 등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덩케르크> 같은 특별한 수작 전쟁영화와 조우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이 땅의 영화 현실 등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로 다가서기도 한다. 따라서 그 영예가 <덩케르크>라는 특정 텍스트를 넘어 감독과 해당 장르에 수여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들 무리는 아닐 성싶다.

  그에 반해 <아이 캔 스피크>의 영예는 적잖이 의외로 다가선다. 2017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주로 나문희 선생이 연기상을 휩쓸고, 더러는 김현석 감독이 감독상(청룡상)을 받은 적은 있어도, 최우수작품상을 안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본 기획위원과의 대담에서 감독도 인정했듯, <아이 캔 스피크>의 소위 영화적 완성도는 적잖이 아쉽다. 감독부터도 완성도 면에서 “약간 역부족인 듯한 결함이 있”다지 않은가. 종합 포털 다음의 영화 편 전문가 평점에서도 영화는, 김현석 감독이 “사실 거의 완벽한 영화”이며, “정말 만장일치의 영화라고 생각”한다는 <1987>(장준환)의 7.9점(10점 만점)과, “감독으로서 정말 부”럽고, “김윤석 선배가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걸 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남한산성>(황동혁)의 7.6점에 이어 7.2점으로, 2018 오늘의 한국 영화 10선 중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6.1점의 <택시운전사>(장훈) 포함 다른 세 편과 최후의 영광을 위해 막판까지 경쟁을 벌여야 했다. 

  사실 상기 4편 가운데 그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한들 나름의 수긍에 값할 만했다. 당장 득표수에서 막상막하였다. 만약 득표로만 결정했더라면, 다른 영화가 선정될 수도 있었을 터. 유지나, 손정순, 전찬일로 구성된 3인 기획위원들은 과연 어느 영화가 ‘오늘의 영화’라는 취지에 가장 부합할 수 있을지 열띤 토론을 펼쳤다. 그것은 영화적 완성도를 뛰어넘는, 더 크고 깊으며 더 유의미한 어떤 영화 정신 내지 시대성을 담보하고 있어야 했다. 그 관점에서도 어느 영화가 선택되더라도 무방했다. 결국 기획위원들은 소재 · 주제의 의미도 그렇거니와,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나 캐릭터 묘사 등에서 조금이라도 더 성숙하고 설득력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 캔 스피크>로 결정했다. 문득 유지나 위원의 평문 도입부가 눈길을 잡아끈다.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영화텍스트가 이 세상이란 콘텍스트 속에서 내 삶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자문해보곤 한다. <아이 캔 스피크>를 거듭 보면서 좋은 영화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새삼 하게 된다. 시차를 두고 다시 볼 때 더욱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진 작품이 좋은 영화라는 깨우침이 그것이다.”

  개인적 선호를 떠나, 지금 이 순간 <아이 캔 스피크>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감독과의 대담도 그런 감상을 뒷받침해준다. 으레 그렇듯 그간의 감독과의 대화들은 인터뷰인 필자에게 기대치 않은 아주 특별한 배움과 깨우침을 선사해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평론적으로 천시 받는 경향이 있어도, 로맨틱 코미디가 좋”다는, 어느 모로는 ‘가벼운’ 감독이 그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진지한’ 평론가에게 그토록 “특별한 배움과 깨우침을 선사”하다니 대담 또한 <아이 캔 스피크> 같은 반전의 묘미를 안겨주는 게 아닌가.

  <아이 캔 스피크>와 <덩케르크> 외에 다른 18편의 선정작들도 주목에 값 한다. 예외 없이 ‘오늘의 영화들’로 손색없다. 안타깝게 비-선택된 영화들 중에도 그런 예들이 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한국 영화로는 <그 후>로 인해 부득이 밀릴 수밖에 없었을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 <재심>(김태윤) 등이, 외국 영화로는 비록 무관에 그쳤으나 2016 칸영화제에서 가장 큰 주목을 끌었던 독일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에드만>, 2017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등에 빛나는 헝가리 일디코 엔예디 감독의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2018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으로 깜짝 반전을 일으켰던 미국 조던 필레 감독의 <겟 아웃> 등이 그들이다. 

  한국 영화로 한정할 경우, 재미삼아 10편의 오늘의 영화들과 영평 10선을 비교해보길 권한다.

  <남한산성>에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촬영상, 음악상까지 4관왕을 안긴 영평 10선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평론가 조직의 선택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영화들이 그 안에 포함돼 있었다. <범죄도시>(강윤성)와 <청년경찰>(김주환)이 그들이다. <청년경찰>의 박서준이 신인남우상을 받은 것이야 연기상이니 그렇다손 쳐도, 그들은 한술 더 떠 <범죄도시>에 신인감독상을 안겼다. 인기상 투표도 아니고 아마추어적 안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듯. 반면 영화 전문가들 외에 문학 등 영화를 넘어 다양한 문화 분야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한 오늘의 영화 10선에는 그들 대신 <노무현입니다>(이창재)와 <꿈의 제인>(조현훈) 등 문제적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얼마나 아이러니한, 주목할 만한 전문(가)적 식견인가.

  선정의 다채로움만큼 스무 개의 리뷰들도 다채롭다. 그 어느 해 못잖게, 아니 그 이상으로 그 외연과 내포가 넓고 깊다. 꼼꼼한 일독을 권하련다. 바쁜 와중에 대담을 해준 김현석 감독, 스무 명의 필자, 선정에 참여해준 분들, 그리고 또 한 권의 오늘의 영화를 발행하는 도서출판 작가 등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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