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오늘의 영화 - 너의 이름은] 結び, 시공간을 초월하는 일본적 판타지
[2018 오늘의 영화 - 너의 이름은] 結び, 시공간을 초월하는 일본적 판타지
  • 정지욱
  • 승인 2018.09.13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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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 '너의 이름은'
ⓒ메가박스㈜플러스엠

  한 달 뒤면 천이백 년을 주기로 지구 곁을 찾아오는 혜성 소식에 연일 떠들썩한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소년 ‘타키’와 산골 마을 이토모리에 살고 있는 소녀 ‘미츠하’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마치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의 생활을 지내는 꿈을 꾸는 것이다. 타키는 시골의 여학생, 미츠하는 꿈에 그리던 도시에서의 남학생이 되어 신기한 꿈 속을 맘껏 즐긴다.

  2016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지난 2016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날 늦은 밤부터 밤을 새며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세계적인 거장의 화제작이나 출연한 배우들을 영화제에서 만나기 위해 관객들이 줄을 서는 일은 이십 년의 역사를 가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新海誠의 신작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을 만나기 위해 일반 관객은 물론 영화제를 찾은 게스트, 프레스 등의 뱃지를 발급받은 손님들도 함께 줄을 서가며 이 작품의 티켓을 손에 쥐기 위해 뜨겁게 경쟁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해운대 일대 세 곳의 매표소에 3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렸고, 발권 7분 만에 티켓이 매진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작품 상영을 마치고 상영관을 나온 이들은 일반 관객은 물론 평론가, 기자들 모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작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시공간을 초월하는 일본적 판타지

  반복되는 신기한 꿈이지만 이 꿈들은 계속 이어진다. 서로 성별도 다르
고 환경도 달라 곤란해지기도 하지만 어느샌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기
록해 서로 공유하고 교감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기억하고 인지하는
시간과 장소들을 느끼며 두 사람은 깨닫게 된다.

  “우린 서로 몸이 바뀐 거야.”

  꿈결 같지만 그것은 현실이었고,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다. 가느다란 실타래 같은 기억의 끈을 놓지 않고 미츠하를 찾아가는 타키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전개되는 서사 구조 속에 단 한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관객들이지만, 두 청춘의 풋풋한 일상과 고민, 인간 관계를 들여다보며 가끔은 키득거리고 과거의 추억에 젖어보기도 한다.

  단순히 몸이 바뀐 청소년의 에피소드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혜성이라는 신비롭고 거대한 우주의 힘과 시공간 이동이라는 일본 고유의 판타지를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관객들에게 커다란 감동의 울림을 선사한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인연, 그리고 시간이 담긴 전통문화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를 대표로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답게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고교생이라는 청춘의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고 있다. 또한 이야기 속에는 일본의 전통 문화가 듬뿍 배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전통 종교인 신도神道의 신사神社에 살고 있는 미츠하 가족의 생활을 통해 전통 사상을,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의 축제를 통해 전통 문화를 보여준다. 대비된 모습으로 대도시 도쿄에 살고 있는 타키의 생활을 통해 핵가족화된 사회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생활, 고민, 그리고 미래까지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연을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로 엮어내는 품세가 매우 탁월한 작품이다.

  미츠하의 할머니는 전통 매듭을 만드는 손녀들에게 “꼬이고 엉키고 때로는 돌아오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고, 그것이 무스비結び, 그것이 시간”이라며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숨이 막히도록 빠르게 살아가야하는 현대인들에게 ‘인연’과 ‘시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동양적 사상을 배경으로 태어나고 자란 관객들이라면 아니 서양인들에게도 작품 곳곳에 배어 있는 메시지가 관람이 끝난 뒤에도 한참 머릿속에 맴돌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통 문화가 듬뿍 담긴 애니메이션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물론이며, 호소다 마모루細田守감독의 <썸머워즈>, <늑대아이> 등의 근자에 만들어진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작품에 담긴 우주의 초자연적 현상과 일본인의 호기심

  이 작품에는 혜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어떤 수준일까? 일본에는 민간 차원에서 천체 관측을 하는 수많은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있다. 또한 이들을 상대로 다양한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는 관련 산업이 매우 발달해 있다. 

  정부 차원에선 일본 국립천문대(N)와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에 해당하는 기구인 일본항공우주국(JAXA)에서 다양한 우주개발계획을 세우고 국민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방위성에서는 2022년도에 우주 상황을 감시하는 전문부대인 ‘우주·사이버 자위대’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2년 5월에 일본에서 관측된 금환일식,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인 ‘하야부사はやぶさ’ 등은 일본의 우주에 대한 꿈과 천문학에 대한 희망을 키워나가는 소중한 요소가 됐다. 

  이들은 영화는 물론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적 소재가 됐고, 이 작품에서도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혜성 등의 천문 현상에 대한 과학자와 같은 전문가와 아마추어 천문인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영화 밖에서 이어지며 영화와 과학 간에 시너지를 북돋우는 중요한 자산으로 축척되기도 했다.

  2016년 일본 최고의 화제작

  개봉 6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작품은 지난 10월 17일 일본 교토통신共同通信에 의하면 개봉 두 달 만에 일본 내 흥행수입 154억 엔(약 1,686억 원)을 기록했고, 이후 1,900만여 명의 관객을 모아 250억 3천만 엔의 흥행수익을 기록하며 196억 엔을 기록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뛰어넘어 일본 영화 역대 2위에 올랐다.

  또한 2017년 한국에서도 개봉한 이 작품은 364만여 명의 관객이 들어 전체 17위를 기록했고, 292억 5천여만 원의 흥행수익을 냈다. 특히 일본 영화가 861만여 명의 관객을 모아 국적별 흥행 3위를 기록하는데 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렇게 흥행에서 큰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작품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를 얘기할 수 있다. 이 작품 속에는 천재지변이 담겨 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따뜻한 희망을 안겨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이 지니는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은 일상의 공포와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사이 나는 많은 사람의 기도와 소망을 느꼈다. 살아있어 줬으면, 행복해줬으면 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모아서 화면에 담아내는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때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 했다.”라고 작품을 만든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작품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첫 작품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 <별의 목소리>(2002), <초속 5센티미터>(2007)와 <언어의 정원>(2013) 등을 통해서 인연을 스크린에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닿을 듯 닿지 못하는 미완으로 남겨졌던 인연이 이번 작품에선 달리 표현됐다는 점이다.

  세밀한 풍경화로 그려진 이 작품은 그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세심하게 표현한 인물의 눈빛과 손짓, 대담하고 속도감 넘치는 뜀박질로 표현한 엇갈리는 운명과 감정선, 도시의 하늘과 저녁놀이 물드는 호숫가와 반짝이는 빛들의 향연은 신비로운 색채와 빛의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어 평론가들로부터 ‘제2의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평가를 받게 했다. 

  우리 곁에 찾아와 속삭인 “너의 이름은?”

  어린 시절부터 밤하늘의 별을 좋아했던 필자는 지금 살고 있는 정릉에서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면 천체망원경을 설치하고 별을 보며, 촬영하고, 이따금 동네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평론을 하며 우주의 신비에 호기심이 큰 필자에게 지난해 절대적으로 추천하고픈 아름다운 자연과 광활하고 신비로운 우주의 섭리,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들려주는 작품이 바로 <너의 이름은。>이다. 

  지난 몇 년 사이 개봉했던 <그래비티>, <인터스텔라>같은 웅장한 SF대작은 아니지만 우주의 신비와 사람들의 인연, 인간의 따스한 사랑을 넘치게 담아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대 자연의 모습, 가슴 쿵쾅거리던 청소년기의 아련한 추억, 그리고 광활한 우주의 신비를 담고 있던 이 작품은 지난 한 해를 뛰어넘어 지금도 우리에게 나직하게 속삭인다. “너의 이름은?”


정지욱 _nadesiko0318@gmail.com, nadesik o0318@naver.com
일본 Re:WORKS 서울사무소 편집장, 가톨릭문화원 어린이영화제 <날개> 수석프로그래머겸 집행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동아일보 신춘문예 본심 심사위원,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본심 심사위원, 영화시민연대 대표 등을 역임했다. 

 

* 『201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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